[윤재복 칼럼] 함께하는 수원도시농업에 부쳐

윤재복 | 기사입력 2022/06/20 [05:56]

[윤재복 칼럼] 함께하는 수원도시농업에 부쳐

윤재복 | 입력 : 2022/06/20 [05:56]

▲ 윤재복 서울대학교 농학박사     ©수원화성신문

 

벌써 3년째, 전 세계적으로 우리는 회색빛 콘크리트 숲속에 갇혀 지루한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힘들게 통과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를 넘어 위기에 가까운 자연재해들이 발생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유가 및 곡물 가격의 급등으로 인해 악화하는 세계 경제 상황도 당분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듯 통제된 사회 상황에서 특히나 도시민들의 팍팍하고 우울한 생활에 조금이나마 활력을 줄 수 있는 도시농업의 가치 및 사회적 순기능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의 먹거리를 해결하는 농업은 주로 농촌에서 행해지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농자천하지대본’이라 하여, 농업을 나라의 기반을 다지는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여겼고 식량 생산 및 농업 기술 개발 등을 국가에서 직접 관장해 왔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식량안보 또는 식량주권이라는 명분 아래 농업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는 있으나 산업혁명 이후 급속한 공업화와 도시화 정책으로 인해 농업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넘어 사행산업이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도시농업이란 다소 상충하는 단어인 도시 + 농업의 합성어다. 도시농업의 태동은 고도화된 산업도시로 지방 및 농촌의 인력들이 대거 모여들면서 부족한 식량 생산이나 여가 활동을 즐기기 위해 시작됐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도시농업은 2017년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연 친화적인 도시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도시농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국가기념일로 매년 4월 11일을 도시농업의 날로 지정하였다. 우리나라 법률에서 정한 도시농업이란 도시 지역에 있는 토지, 건축물 또는 다양한 생활공간을 활용하여 1) 농작물을 경작 또는 재배하는 행위, 2) 수목 또는 화초를 재배하는 행위, 3) 곤충을 사육(양봉 포함)하는 행위를 말한다.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시농업인구는 약 300만 명이고 텃밭 면적은 2,000ha에 이르며, 정부는 2022년 약 4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렇다면 도시농업의 매력은 무엇일까? 첫째, 몸과 마음의 건강이다. 농사일을 통해 육체노동의 즐거움과 자연 속에서 생명체와 교감을 통해 정신적 안정을 이룬다. 둘째, 가꾸는 재미다. 하루하루 변화하는 생명의 성장을 관찰하며 결과가 아닌 과정의 중요성을 경험한다. 셋째, 먹는 즐거움이다. 직접 생산한 안전하고 신선한 먹을거리를 밭에서 바로 수확하여 취향에 따라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넷째, 뿌듯한 자부심이다.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직접 기른 작물들을 식탁에 올리는 도시농부로서의 성취감이다. 마지막은, 나누는 행복이다. 이는 직접 내 손으로 정성 들여 가꾼 생산물을 이웃과 지인에게 즐겁게 나누는 것이다. 또한 도시농업은 급격한 도시화-산업화로 인해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데, 1) 사회적 기능으로서 생산적 여가 활동, 심신 치유, 공동체문화 회복 및 소통의 장 마련 등을 들 수 있으며, 2) 환경적 기능으로 도시 열섬현상 완화, 도시 생태계 개선, 자연 순환 및 지구온난화 완화 등을 들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도시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활성화방안 연구’에 따르면 건물 옥상을 농원화하면 냉난방비를 약 17% 절감하는 효과가 있고, 가정의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재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옥상 100m2(약 30평)를 녹화하면 연간 2kg의 오염물질을 줄이고 성인 2명이 호흡하는데 필요한 산소를 만들어내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3) 경제적 기능으로 크지는 않더라도 건강한 먹거리 제공, 녹색경제의 기반 마련 및 녹색 일자리 창출 등을 말할 수 있고, 4) 기타 다양한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경작 활동으로 건강 유지 및 회복, 은퇴 이후 일자리 창출, 시니어 공동체문화 형성 등은 현재의 고령화 사회는 물론 다가오는 초고령화 시대에도 도시농업을 통하여 더 즐거운 노후생활을 할 수 있게 되리라고 본다. 

 

현재 수원특례시에서도 텃밭, 시민농장 및 주말농장 등 시민들의 여가를 위한 도시농업의 일부 형태가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그 규모나 체계 및 방법 등을 점차 계승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수원은 정조대왕이 세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품고 있는 효원의 도시로 농촌진흥청과 서울농대를 태동시킨 근대농업의 중심도시이다. 이에 필자는 고유의 우수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고도화된 농업 과학 기술을 연계한 관광·교육·체험·체류를 포함한 수원도시농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윤재복 서울대학교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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