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외신이 코로나19가 지구촌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선거철을 맞은 동양의 한 작은 나라에서 재미있는 지도자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는 칼럼을 실었습니다. 칼럼은 이 지도자를 카리스마가 있고, 자존심이 강하고, 정치적으로도 다분히 계산적인 선출직 지도자를 훨씬 뛰어 넘고 있다고도 썼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칼럼을 읽으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리더십 전문가인 미국의 샘 워커가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에 ‘침착하고 유능한 관료들이 있어 다행이다(Thank God for Calm, Competent Deputies)’라는 제목으로 쓴 칼럼을 통해 제시한 나름 의미 있는 분석입니다.
샘 워커는 “그 지도자는 일관되고 솔직한 언급, 정보에 근거한 분석, 인내심 있는 침착성 등을 통해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민들은 본능적으로 이 영웅을 신뢰하고 이 지도자가 말하는 것들을 모두 사실이라고 믿고 있다고도 썼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한국을 이길 수 없다(Corona Virus Can’t Overcome Korea)’라는 이 지도자의 말이 한국인의 불안도 잠재웠다”고도 소개했습니다.
그가 국민들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1월20일이었습니다. 중국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국내에서도 막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때 그의 차림새는 깔끔했습니다. 처음이니까 그럴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분위기는 보기 힘들어 지고 머리 감을 시간도 아껴야 한다며 뒷머리 숏컷을 한 모습으로 브리핑에 나타났습니다. 매일 입고 나왔던 노란색 의료용 재킷도 남루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초췌해져 갔습니다. 머리도 눈에 띄게 희끗희끗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직원들은 그가 잠을 자지 못하고 퇴근도 며칠째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50대 후반에 들어선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얘기입니다.
4·15 총선이 코 앞 인데 뜬 금 없이 코로나19와 질병관리본부장 등에 대해 거론하는 연유에 대해선 나중에 다시 말씀 드리기로 하고 정 본부장의 얘기를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흔히 영웅은 난세에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냉철함과 솔직함, 우직함 등에 이어 친절함까지 골고루 갖춘 캐릭터가 정 본부장입니다. 그를 2개월 여 동안 TV를 통해 지켜본 대다수 국민들의 평가입니다.
외신은 그에게 바이러스를 사냥하는 ‘Virus Hunter’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일선에서 방역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 본부장을 향해 각별한 안쓰러움과 격려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지만, 대한민국에선 여전히 제21대 총선 시계 바늘이 재깍재깍 돌아가고 있습니다. 투표일은 어김없이 다가올 것이고, 그 투표를 통해 앞으로 4년 동안의 여의도 정치지도도 바뀔 것입니다. 그래서 후보들에게는 며칠 남지 않은 요즘의 촌각이 소중할 터입니다. 이 짧은 시간 동안의 선거운동으로 유권자들에게 선택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선거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선거철이니까요.
민주주의 체제에서 권력은 어떻게 창조됩니까? 그렇죠. 선거라는 시스템을 통해 국민들의 투표에 의해서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대다수 민주주의 국가의 헌법 전문에는 ‘권력은 국민들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선 국민 모두가 정치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대신 몇 년에 한차례씩 선거, 혹은 투표라는 것을 통해 민주주의를 실행하게 됩니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유일하게 직접 민주주의를 행사할 수 있는 채널이 바로 투표입니다.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에게 선택받아야 하고, 상대적으로 유권자들의 앞에는 어떤 후보자를 뽑아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로부터 어르신들이 자주 들려주시던 말씀 가운데 하나로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를 분류하는 방식인 ‘난 놈, 든 놈, 된 놈’ 얘기를 꺼내야 하겠습니다.
‘난 놈’은 한마디로 남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있는 친구를 말합니다. 두 명 이상이 모인 자리에서 언변이든, 강인함이든 어쨌든 좌중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폭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 대상입니다. 한자 표현으로는 용장(勇將)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든 놈’은 흔히 식자층, 속된 표현으로 가방끈이 긴 친구를 이르는 표현입니다. 합리적으로, 또는 이성적으로, 때로는 논리적으로 좌중을 설득하는 스타일을 이르기도 합니다. 난 놈보다는 조직이나 사회를 이끌어 가는 능력이 낫지만, 리더십이 오래 지속될 수 없는 한계가 있어 지장(智將)에 가깝습니다.
‘된 놈’은 합리성에 인성, 그리고 덕까지 갖춘 경우를 말합니다. 무리를 합리적으로, 그리고 묵묵히, 조용하지만 삐꺼덕 거리는 마찰음도 내지 않고 오래 이끌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개선을 넘어 무리라는 조직의 폐단을 파헤쳐 개혁으로까지 유도할 수 있는 스타일입니다. 인장(仁將), 또는 덕장(德將)이 이에 해당됩니다.
그렇다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어느 형(型), 어느 스타일의 지도자일까요.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된 놈’ 스타일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선거는 유세라는 과정을 통해 후보들의 면모를 이리저리 파악한 뒤 투표를 통해 최종적으로 선택을 행사하는 권리입니다. 이 권리 앞에 여러 후보들이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4·15 총선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까요. 소리만 요란한 ‘난 놈’을 뽑겠습니까? 그럴듯하지만 어쩐지 믿을 수 없는‘든 놈’에 기표하겠습니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실천하는‘된 놈’의 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여러분의 선택이 앞으로 4년을 바꿉니다.
허행윤 수원화성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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