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부로 말하는 중국, 아무도 말하지 않는 중국”. 중국 전문가 김희교 교수의 저서 <짱깨주의의 탄생>의 부제이다. ‘짱깨’라는 용어는 중국인을 비하하는 속어로 공식적으로는 아무도 쓰고 있지 않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중국을 무시하는 의미로 누구나 쓰고 있다. 김희교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짱개’라는 용어가 등장한 시기와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면서, 한국 사회에서 중국을 인식하는 프레임으로 사용되고 있는 짱깨주의가 어떻게 탄생해서 형성·유통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뿌리 깊은 반중 정서와 혐오 현상을 비판적으로 파헤치며, 혐오로 점철된 중국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제대로 이해하고 평화체제의 관점에서 한중 관계를 새롭게 조명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김희교 교수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필자 개인적으로는 중국과 짱깨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필자가 중국인을 처음 접한 거는 20여 년 전 유럽 공항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오래전 일이라 세부적인 사항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중국인을 처음 본 이미지만큼은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다. 애연가인 필자가 장시간 비행 후 출구 게이트를 찾으면서 흡연 장소를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는데, 10여 명의 중국인이 공항 실내 여행사 안내 데스크 근처에서 “우리는 중국사람이야!”라는 것을 홍보하듯이 큰 소리로 떠들며 일행 중 몇 명은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아, 저 사람들은 뭐지? 주변 사람들은 전혀 신경을 안 쓰네, 매너와 에티켓이 전혀 없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중에 현지 통역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공항 내부에서도 흡연이 가능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해외 공항에서 시끄럽게 떠들면서 남들을 전혀 신경 안 쓰는 듯한 행태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 출장길은 물론이고 이후에도 좀 시끄러운 사람들을 만나면 ‘저 사람들은 중국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었지만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이 덧붙여지며 짱깨주의를 나도 모르게 수용하면서 그 유통 과정에 참여를 하게 된 것 같다. 필자 개인적으로 짱깨주의를 벗어나 중국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음을 고백한다.
저급한 짱깨주의에 기반한 중국 혐오 현상은 심각한 수준 세계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은 인정해야 정치적 이념 중심의 편협한 혐중 정서는 국익에 도움이 안 돼 국익을 우선시하는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중국을 대해야
최근에 이재명 정부의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중국 여행객이 많이 찾는 명동에서 일부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반중 시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경찰의 단호한 조치를 주문한 바 있다. 그 반중 시위가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명동 주변의 상인들한테 피해를 준다는 취지였다. 필자도 해외여행을 갔는데 거기서 반한 시위를 벌인다면 다시는 그 나라를 방문할 것 같지는 않다. 일부 정치인들도 국익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혐중 정서를 자극하는 발언을 일삼고 있다. 언론의 짱깨주의 유통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며 한국의 중국 혐오 정서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김희교 교수도 그의 저서에서 짱깨주의의 탄생과 확산에 보수 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국제정세 상황 속에서 중국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고 한국과의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가 한국 사회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우리 내부적으로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현 국제정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되어온 미국-소련 중심의 양극체제가 1990년대 구 소련 체제 붕괴 이후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에서 중국이 무섭게 성장하며 미국-중국 중심의 양극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경제력 측면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성장했고, IT나 빅테크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는 중국은 미국과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정치외교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이 공식화될 정도로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관계는 더 긴밀해졌고 섬세하게 다뤄야 될 동반 파트너이자 경쟁자이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성장을 위해 세계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받아들이고, 철 지난 정치적 이념 중심의 편협한 혐중 정서는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철저하게 국익을 중심에 두고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중국을 바라보자. 필자도 짱깨주의의 피해자였음을 고백하며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짱개’라는 용어가 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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