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군 칼럼] 수원의 무궁화 이야기자연에게 길을 묻다! 화산 최재군 나무의사가 들려주는 인문학 강좌 10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나라꽃은 무궁화다. 무궁화(無窮花)라는 이름은 ‘끝이 없이 계속 피는 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실제로 무궁화는 여름철인 7월부터 가을이 시작되는 9월까지 100일 가까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오랜 시간 우리 곁을 지켜온 꽃이다. 아욱과에 속하는 낙엽이 지는 키 작은 나무로, 흰색·분홍색·보라색 등 다양한 꽃색을 보여준다. 꽃이 매우 큰 부용이나 노랑무궁화로 알려진 황근과 같은 과 식물로 이들과 친숙한 외형을 갖고 있다.
무궁화의 역사는 단순한 식물의 기록을 넘어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함께해 왔다. 중국 고대 지리서 산해경에는 ‘바다 동쪽에 군자의 나라가 있으며, 그곳에 훈화초(薰華草)가 자라는데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진다.’는 기록이 있다. 여기서 훈화초는 무궁화를 가리킨다. 통일신라 시대의 학자 최치원은 당나라에 보낸 국서에서 신라를 ‘근화향(槿花鄕)’, 즉 무궁화의 나라로 칭한 바 있다. 무궁화는 목근화(木槿花), 근화(槿花)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 왔다. 중국에서는 목근(木槿), 순영(舜英), 번리초(藩籬草) 등으로도 불리나, 오늘날 한국에서는 ‘무궁화’라는 이름으로 통일되어 우리 민족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궁화가 대한민국의 나라꽃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법적 지정 때문이 아니라 오랜 역사와 국민 정서 속에서 형성된 인식 덕분이다. 광복 이후 정부가 수립되고, 국가(國歌) 가사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이 포함되면서 자연스럽게 국화로 인정받았다. 현재 태극기의 깃봉은 무궁화 꽃봉오리 형상이며, 국장·국새·정부와 국회의 휘장 등에도 무궁화 문양이 들어가 있다.
수원은 무궁화 연구와 보급에서 성지라 불릴 만한 도시다. 한국전쟁 이후 농림부의 중앙임업시험장 산하에 수원육종지장이 설치되었고, 1963년 임목육종연구소로 확대되면서 수원은 산림 수종 연구와 녹화 사업의 전진기지가 되었다. 무궁화 또한 이곳에서 본격적인 육종과 연구가 시작되어 현재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자원연구부로 이어지고 있어 수원시가 무궁화를 사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원시의 무궁화에 대한 애정은 특별하다. 2012년부터 매년 무궁화 축제를 열고 있고 자체적으로 품종을 연구하여 시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활용하고 있다. 수원시가 개발한 품종은 창룡·효원·수성·수주·홍재 등 5종이다. 이 품종들은 1년간의 연구를 통해 육종되었고 시민 공모를 통해 이름이 지어졌다.
5품종 중 창룡(蒼龍)이라는 무궁화는 세계유산 수원화성의 동문 이름을 따온 것으로 풍수지리에서 좌청룡을 상징한다. 이름에 용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어 비통하게 돌아가신 부친 사도세자를 왕으로 추숭하고 싶었던 정조의 효심이 담겨 있는 이름이다. 이 품종은 백단심계 무궁화로, 흰 바탕에 강렬하게 퍼지는 붉은 단심이 조화를 이루며 고결하고 강인한 인상을 준다.
효원(孝原)은 수원시가 ‘효(孝)의 도시’ 임을 강조하는 이름이다. 정조는 아들인 순조가 성인 되면 어머니를 모시고 부친의 묘소(현륭원)를 돌보며 상왕으로 살아가고자 수원화성을 건설하였다. 이에 수원은 효의 근원을 상징하는 도시가 되었다. 즉 수원은 물(水)과 효(孝)의 도시이다. 무궁화 효원은 적단심계로, 연분홍 바탕에 선명한 붉은 단심이 어우러져 우아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보여준다.
수성(水城)과 수주(水州)는 수원의 옛 지명이다. 수원은 물의 근원이며 현재도 네 개의 하천과 광교호수공원, 일월호수공원 등 4개의 호수공원이 있다. 수성과 수주는 물과 관련된 역사성과 호수공원을 품고 수원시의 특성을 반영한 이름이다. 수성은 적단심계 홑꽃으로 단심의 진분홍색이 특징이며, 산뜻하고 깨끗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수주는 청단심계 홑꽃으로 보기 드문 바탕 꽃잎이 보랏빛을 지녀 신비롭고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두 품종 모두 물감이 물에 풀어지는 듯하다.
홍재(弘齋)는 정조의 호(號) 중 하나로, ‘도량이 넓은 집’을 뜻한다. 이는 군주의 마음가짐이 넓고 관대해야 함을 상징하며, 정조의 정치 철학과 애민사상을 담고 있다. 홍재 품종은 자줏빛 꽃잎에 연한 붉은 단심이 어우러져 강렬하고 열정적인 인상을 남긴다. 마치 백성을 위해 사회를 개혁하고자 했던 정조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꽃이다.
수원의 지명과 관련된 무궁화 품종은 위에서 소개한 5품종에 더하여 ‘서호향·칠보·화홍·난파·칠보아사달’ 등이 있어 10종 이른다. 모두가 개성 넘치고 수원을 상징하는 이름을 갖고 있다. 더불어 수원시의 무궁화 사랑은 시민과 함께 자란다. 시민단체 ‘무궁화를 사랑하는 시민 모임’은 자원봉사를 통해 매년 무궁화 가꾸기와 선양 활동에 힘쓰고 있고 무궁화 축제에서도 홍보와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2025년 수원시의 무궁화 축제는 광복 80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열릴 예정이다. 무더운 날씨가 예상되지만 시민과 함께하는 이번 축제가 성황리에 개최되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수원시의 무궁화 10품종은 정조와 수원의 철학과 사상을 담아내고 있다. 많은 시민이 이번 행사를 통해 나라꽃과 수원의 무궁화에 더욱 관심과 사랑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프로필 - 수원특례시 공원녹지사업소장 - 조경기술사 - 자연환경관리기술사 - 문화재수리기술자(조경) - 문화재수리기술자(식물) - 나무의사, 수목보호기술자 - 경기도시공사 기술자문위원 - 조달청 평가위원 - 왕의정원 수원화성(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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