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로 일하면서 풀리지 않는 과제에 직면하면 주변이 선배들에게 질문했습니다. 선배들은 대부분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생각하라 답했습니다. 당시에는 정치적이라는 말은 윗선에 잘 보여서 결정을 받거나 협의를 이끌어 내라는 의미로 생각했습니다. 정말로 안 풀리는 문제 앞에서 다양한 정치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모습을 본 바도 있습니다.
未嘗不(미상불), 아닌 게 아니라, 민원인 중에는 정치적으로 풀어달라 간청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답을 내면 규정이나 조례, 법령에 맞지 않으므로 추후 감사를 통해 책임을 지게 되거나 유사한 민원이 밀물처럼 들이닥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의 행정안전부에서는 공직자들에게 적극행정을 하라고 권합니다.
필자는 공직 대부분을 언론과의 접점에서 일했습니다. 간명한 말로 업무실적이나 계획을 보도자료로 제공해야 할 의무가 없다지만 취재를 위해 기자가 관계서류를 달라는데 아니 내줄 명분도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언론을 위한 보도자료는 주어도 걱정, 안 주어도 걱정이었습니다.
사실 기자가 공무원을 상대로 취재를 시작하는 경우는 두 가지 상황이 있습니다. 데스크에서 취재지시를 받고 해당 부서에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첫 번째이고, 그냥 기사가 될까 해서 자료를 청하는 경우가 두 번째입니다. 그런데 그냥 단순 취재에 대하여 해당 부서에서 과민하게 대응하여 취재기자 윗선의 차장이나 부장, 때로는 편집국장에게 직접 기사가 나가지 않도록 손을 쓴다는 것이 일이 커져서 어쩔 수 없이 억지춘향 격으로 기사가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함은 부족함만 못합니다.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정치에서는 더더욱 그러한가 생각합니다. 정치가 과도하여 스스로 화를 초래하고 국민의 오해를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요즘에 헌법공부를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종편방송은 온 국민을 향해 정치에 대한 일타강사가 되는 듯 보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심판과정을 생생하게 보는 시청각교육을 실시하는 격입니다.
그래서 정치인은 진정한 정치인다운 정무적인 분들이 나서주기를 바랍니다. 진심으로 국민을 위해 자신을 던지는 정치인이 필요합니다. 저렴한 정치적 대응이 아니라 퀄리티 높은 정무적인 정치인을 기다립니다. 누구나 평생의 정치를 마칠 때 온 국민이 그를 존경하고 신문에 부음이 났을 때 마음 덜컹거리는 그런 정치인을 기다립니다.
다산선생님은 그의 역작 牧民心書(목민심서) 12부 해관편에서 수령직은 반드시 교체됨이 있을 것이니 교체되어도 놀라지 않고 관직을 잃어도 연연하지 않으면 백성이 그를 존경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선중기 1474년에 제주목사 임기를 마친 이약동 선생의 궤편암과 투갑연 이야기도 정치인이 가슴에 새겨야 합니다. 말채찍조차 공물이라며 다시 돌아가 성루에 반납하였고 바다 한가운데에서 회오리 파도를 만났을 때 부장이 몰래 받아온 백성의 선물 비단 갑옷을 바다에 던진 이야기입니다.
근대에 우리 곁을 문득 떠난 정치인 중에 국민 대부분이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 분이 여러 명 있습니다. 얼굴이 길었거나 이마에 주름이 깊었거나 콧날이 오똑한 분입니다. 형제 모두가 재산을 팔아 만주로 독립운동을 떠난 흰 수염이 긴 어르신들의 옛날 사진도 기억납니다.
국민 대부분이 존경하는 정치인이 2025년에 100명쯤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299명이면 더욱 행복한 일이겠지만 절반으로 할인하여 150명이면 행복하겠습니다. 진정으로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정치인을 기다립니다. 그가 시의원이든 도의원이든 국회의원이어도 좋습니다. 장관도 좋고 다른 정치인이어도 좋습니다. 진정 국민을 생각하고 오직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그런 정치인을 온 국민이 오늘 지금 鶴首苦待(학수고대)합니다. <저작권자 ⓒ 수원화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이강석 칼럼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