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석 칼럼] 슬기로운 사회생활

이강석 | 기사입력 2025/01/23 [09:19]

[이강석 칼럼] 슬기로운 사회생활

이강석 | 입력 : 2025/01/23 [09:19]

▲ 이강석 (전)남양주시부시장     ©수원화성신문

 

비서는 자신이 수행하는 분의 성품에 맞게 의전을 해야 합니다. 다른 이에게 보이기를 원하는 분의 경우에는 야경국가의 병사처럼 떠들면서 앞장을 서야 합니다. '이분이 경기도지사이십니다.' 이름을 연호하면서 앞장서 소개를 하는 수행비서가 있습니다. 그 도지사께서 그리하도록 원하시기에 그리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비서가 앞장서지 않고 본인이 나가서 인사를 하는 스타일의 도지사도 있었습니다.

 

비서실에서 많이 들어오는 민원 중 일부는 추리고 걸러서 기관장과 연결한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모르시는가요. 아마도 잘 모르실 것입니다. 비서들이 알아서 면담을 커트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비서실에서 자르기 어려우면 연결성이 있는 부서의 장에게 연락을 해서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만나야 한다면 면담사유를 적어내라 합니다. 만나겠다는데 만날 이유, 사유를 대라 하니 민원이 커지기도 합니다.

 

더러는 도지사를 만나도 해결책이 어려운 사안임에도 면담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소를 잡는 도끼와 닭을 잡는 칼이 다른데 무조건 해머를 들고 벼룩을 잡겠다고 나서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도지사도 부지사도 실국장도 해결할 수 없는 민원이 많습니다. 말 그대로 번지수를 제대로 집지 못한 사안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방행정, 읍면동의 경우에는 근무자 모두가 미국영화 슈퍼맨의 주인공입니다. 주민이 보시기에는 읍면동사무소 공무원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슈퍼맨에서 그 여성은 슈퍼맨이 도와줄 것이라 신뢰하고 일부러 폭포에 추락합니다. 하지만 그대로 물에 빠지고 짙은 화장을 한 눈에서 검은 눈물을 흘리며 엉금엉금 기어 나옵니다.

 

슈퍼맨은 조금 전 추락한 아이를 구하듯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고 이 여성이 여울물에서 허우적거릴 때 죽은 나무를 눈빛 레이저로 잘라서 여성 쪽으로 떨어트려줍니다. 얼결에 여성은 이 나무등걸이를 잡고 물가로 나와서 아주 안타까운 몰골로 기어 나와서 슈퍼맨을 비난하게 됩니다. 정말로 필요할 때 자신을 구하지 않는 수퍼맨이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게 슈퍼맨은 여성을 보호하고 생명을 구했습니다.

 

그러니까 눈앞에 보이는 행동만이 의전이 아니라 행사장 전체를 관망하고 동선을 체크하고 만나서 인사할 사람들을 연결하는 등 우리 수행비서나 의전팀의 활동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음을 기관장은 모르지만 알지도 모릅니다. 매일매일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이 바로 의전과 비서팀의 노고임을 알기에 두 달에 한 번은 삼겹살집에 불러서 허리띠 느슨하게 하고 술 한잔 나누기도 합니다.

 

가정에서도 그런 의전과 은근한 배려가 있습니다. 아내보다 먼저 집으로 올라가는 경우 엘리베이터를 내릴 때 1층 버튼을 눌러줍니다. 신식 아파트는 출입문을 열면 엘리베이터 AI 센서가 작동한다고 합니다만 보통의 경우에는 1층을 눌러서 다시 내려가 아내를 데려오라 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관문 오리발을 내밀어서 반쯤 열어둡니다. 아내도 짐을 들고 올라왔으니 현관문이라도 프리패스하라 배려하는 것입니다.

 

사회생활이나 조직이나 가정에서도 권위적인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만 소프트한 소통의 방식으로 무언의 대화를 주고받으며 산다고 봅니다. 아내가 남편을 배려하고 남편이 아내의 노고에 부부만의 방식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삽니다. 그것이 슬기로운 사회생활, 슬기로운 가정생활, 아름다운 부부생활, 미래지향적인 자녀와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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