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석 칼럼] 폭설을 이겨내는 수원시청 공무원의 삽질

이강석 | 기사입력 2024/11/28 [17:11]

[이강석 칼럼] 폭설을 이겨내는 수원시청 공무원의 삽질

이강석 | 입력 : 2024/11/28 [17:11]

▲ 이강석 (전)남양주시부시장     ©수원화성신문

 

언론 보도를 보면 1907년 근대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117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쌓였다고 전했다. 기상청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대 25cm 이상 눈이 더 쌓일 것이라고 예보했다. 실제로 아침에 눈이 쌓인 그 위에 낮에도 눈이 내리더니 오후에는 바람이 불면서 살짝 물기를 머금은 눈을 뿌렸다. 차를 몰아 고속도로를 달렸는데 2차로 중 추월차로는 눈밭이고 주행차로만 열려서 모든 차량이 서행하며 앞차를 따라가고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지방도로 나가는 비탈면에서 작은 트럭 2대가 미끄러운 눈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 뒤로 수십 대 차량이 정체다. 그 뒤편에는 몇 대가 더 대기 중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달려서 목적지 주차장을 통과하는데 미등록, 미확인 차량으로 뜬다. 아차!~!!, 고속도로를 달릴 때 습기찬 눈이 번호판 위에 달라붙었다. 주차를 하고 차앞으로 나가보니 두품한 눈덩어리가 번호판을 감싸고 있다. 공기가 통하도록 마련된 라이트 부근도 눈으로 메워졌다.

회의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가서 차량을 살폈다. 방금 세차를 한 듯 새 차가 되었다. 지붕과 문고리, 번호판에 달라붙은 눈이 모두 다 녹아내렸다. 남은 물기로 검은차가 반짝거렸다. 시동을 걸고 조심스럽게 운행을 시작했다. 평소 30분 거리인데 집까지 오는데 2시간 가까이 걸렸다.

 

폭설은 천재지변이다. 그런데 이만한 양의 눈이 소나기로 일시에 내렸다면 또 다른 수해가 났을 것이다. 폭설로 길이 막히는 불편과 접촉사고는 폭우에 의한 피해를 상상해보면 편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은 새로운 긴장이다. 이른 새벽부터 아파트 앞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승용차, 화물트럭 소리가 오늘은 들리지 않는다. 6차선 대로인데 3분 이상 5분까지 적막하다. 차 한 대가 지나가지 않는다. 가로에는 어젯밤에 주차한 관광버스가 폭설을 머리에 이고 짓눌린 듯 주차해 있었다.

 

전철을 타고 고색역에서 내려 통근버스를 타면 40분 만에 사무실에 도착했다. 방송에서 전철조차 운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고 아내가 걱정을 했다. 5분 일찍 집을 나서 전철역에 도착하니 인천까지 달리는 전철이 들어왔다. 만원이다. 매교역에서 이렇게 많은 승객을 본 것은 처음이다.

 

여기가 아마도 7시 반경의 사당역인가 했다. 콩나물시루, 立錐(입추=송곳을 세움)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서 다음 전철을 타기로 했다. 평소에는 이 시간대 배차간격이 짧아서 4전거장 뒤에서 달려왔었다. 고색역이 종점인 열차도 있고 인천까지 달리는 일반열차, 급행열차가 배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인천까지 가는 승객이 가득한 전철은 패스하고 승객이 고색역 종점인 기차를 타기로 했다. 하지만 안내방송처럼 폭설로 배차간격이 넓어졌나 보다. 20분을 기다렸다. 전철역은 아마도 3분이 기본인데 20분은 지루했다.

 

결국 고색까지만 달리는 전철이 당도했다. 만원이다. 가방을 내리고 우산을 지팡이 삼아서 어렵게 몸을 밀어 넣었다. 수원역에서 대부분 하차한다. 그리고 다음 역이 고색이다. 그런데 오늘은 고색역도 수원역급이다. 인파가 가득하다.

 

고색역에 내려 줄을 서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무료전철, 경로카드, 지하철공자, 지공선사 카드를 찍고 서둘러 걸어서 숨차게 인도교를 지나 통근버스 정류장에 당도하니 이미 5분이 지났다. 하지만 통근버스도 이번 폭설에 영향을 받아서 10분 정도 늦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다리기로 했다. 마침 평소 눈인사를 나누는 동료 공무원들이 다가온다. 알아보니 통근버스가 30분 정도 늦는단다.

 

40분을 더 기다렸다. 통근버스는 오지 않았다. 다시 고색역으로 가서 인천행 전철을 타고 매송역에 내려 H100번 버스를 타고 남양읍사무소를 거쳐서 시청에 당도했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평소보다 먼 곳에 출근했다. 평소 통근버스의 소중함을 되색이는 기회가 되었다. 평온하게 이용하던 전철에 인파가 몰리니 타기도 내리기도 버겁다. 이번 기상상황은 일상을 뒤흔든 폭설 사건이다.

 

고색역에서 40분을 기다리며 발견한 청년들이 있다. 플라스틱 삽으로 인도의 단단한 눈덩이를 치우는 사람들이다. 여성이 많다. 나이 든 남성도 보인다. 누구일까? 동사무소 공무원이다. 재수, 삼수해서 합격하고 발령받은 인재들이다. 그들이 나섰다. 시민의 출근길 안전을 위해 자신의 안전을 내버리고 삽과 괭이를 들고 단단한 구들장 같은 눈 대리석과 씨름을 한다.

 

노래 잘하는 임영웅을 방송에서 볼 수 있는데 우리의 영웅을 바로 고색역 인도, 보도블록 위에서도 만난 것이다. 공무원 6년차 8급, 10년차 7급, 20년차 6급, 25년차 동장님, 사무관님도 눈 치우기에 나섰다. 손을 보았다. 바빠서 급히 나오느라 장갑이 없는 직원이 있다면 벗어줄 요량이다. 다행스럽게도 모두가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다.

 

수고했소. 젊은 공직자, 후배 공무원 여러분! 고생했소, 공직자 여러분! 우리 시민, 국민을 이끌어가는 이 중에는 우리 공무원이 있음을 알고 있고 알았으며 앞으로도 그리 알겠소. 수고했소!!! 소방공무원, 경찰공무원, 행정공무원 여러분!!! 

 

▲ 고색역에서 눈을 치우는 수원시청 공무원들 모습     ©수원화성신문

 

▲ 고색역에서 눈을 치우는 수원시청 공무원들 모습     ©수원화성신문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