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석 칼럼] 기자회견 무용론

이강석 | 기사입력 2024/11/19 [08:57]

[이강석 칼럼] 기자회견 무용론

이강석 | 입력 : 2024/11/19 [08:57]

▲ 이강석 (전)남양주시부시장     ©수원화성신문

 

필자가 경기도청 공보관실에 근무할 때 시청 공보계장으로부터 시장의 일요일 기자회견 준비를 위한 체크리스트를 요청받았습니다. 공보실 업무는 정형화된 체크리스트 차트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 담당자나 책임자의 머릿속에 준비목록이 있다고 생각하는 바였습니다. 그래서 시청의 공보계장에게 대뜸 물었습니다.

 

"시장님이 사퇴하시나요? 시장님이 의회에 사직서를 내셨나요?"

 

기자회견 체크리스트 이전에 일요일에 기자회견을 하려면 우선은 회견의 사유가 있어야 하고 그 사유는 최소한 시장님의 사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답을 한 것입니다. 기자회견 자체가 언론을 통한 홍보의 목적이나 목표가 아니고 회견은 어쩌면 보도자료 제공의 방식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을 전했습니다.

 

언론은 기자회견을 통해 받은 자료, 메일, SNS를 통해 받은 내용이나 대등한 자료로 받아들인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데스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받은 자료이니 메인에 올리고 그냥 취재한 것이니 구석에 배치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자회견 자료는 모든 언론에 풀로 전해진 것이니 기사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고 내용은 경미하지만 단독보도라면 제목이 커지고 기사가 메인면에 배치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저리해서 기자회견을 한다면 몇 가지 고려사항이 있습니다. 연두기자회견, 기관장 취임 1주년을 주제로 하는 기자회견이라면 형식과 절차에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지만 정책의 발표를 위한 경우라면 기자들이 편안한 시간과 장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즉, 보여주기 위한 계기성 기자회견 시에는 전면에 플래카드로 크게 "시장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이라고 적어주면 좋을 것입니다. 사진을 통해, 동영상을 통해 전달하는 이미지 홍보, 광고효과를 고려한 구상입니다.

 

다음으로 중요 정책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이라면 따로 장소를 정하기보다는 기자들이 기사작성과 취재를 하는 기자실 현장으로 직접 가서 자료를 배부하고 간담회 형식으로 대화하는 기자회견을 권합니다. 자료의 전달은 형식과 방식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자세가 효율성을 증진합니다.

 

언론인에게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니 4층 회의실로 오라 하기보다는 기관장이 사전에 예고한 시각에 기자실로 찾아가는 눈높이, 키높이, 장소맞춤 회견을 권합니다. 기관장이 자료를 들고 다니면서 기자에게 배부하는 정성도 필요합니다. 시장·군수, 도지사는 말쑥하게 나타나서 몇 마디 말만 하고 수행자들이 동분서주하는 것은 이 시대 언론인의 시각의 초점을 맞추지 못합니다.

 

재채기와 사랑은 숨길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기관장의 진정성은 기자들이 먼저 캐치합니다. 언론을 대할 때 형식과 절차보다는 솔직하고 진솔한 마음과 자세를 전면에 내세우고 권위주의과 형식과 절차는 멀리하는 것이 이 시대 언론에 한 발짝 다가서는 전략이라 생각합니다.

 

마무리로 기자회견장에 회견자가 들어오기 전부터 언론인들이 의자에서 일어나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본 바 있는데 미국의 경우에도 유사하기는 했습니다. 다만, 회견장 입장 전에는 기자, 언론인들이 자리에 앉아있다가 입장 시에 일어서서 박수로 맞이하는 것으로 멋스럽게 바꾸도록 모든 기관단체의 대변인들이 함께 고민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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