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번화한 장소에 가보면 프랜차이즈 매장이 어김없이 들어서 있다. 고깃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근사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의 식당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멈춰 세운다. 하지만 그러한 화려함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격의 없이 편한 사람들과 소주 한 잔 기울이기에는, 외관은 다소 투박할지언정 푸근한 인심이 넘치는 식당이 제격이다. 그런 편안한 고깃집을 찾는다면, 수원시 팔달구 수원천변에 위치한 불타는왕소금숯참숯구이가 그곳이다.
국산 참숯만 사용, “맛·건강 모두 잡았다”
육즙 살아 있는 고기, ‘주문 즉시 손질’이 비법
고기 주문 고객 뚝배기 선짓국 무제한 제공
입소문 타고 타 지역서 찾아오는 숨겨진 맛집
“저희 집 다니시는 손님들이 다른 곳에선 고기를 못 드시겠대요.” 백명선(47) 대표의 말에서 강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수용 가능 인원이 30명에 불과한 작은 식당임에도 오산, 용인 등 수원 이외 타 지역에서까지 맛집 탐방을 올 정도로 가게가 성황을 이룬다.
요즘 흔하다는 블로그 홍보 한 번 하지 않았는데도 손님들이 자청해 맛집이라며 블로그에 소개를 해주는가 하면, 주말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다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는 손님도 있다 하니 그야말로 숨겨진 맛집이라 할 수 있다. 가게가 잘 되려면 벽에 황금색을 칠해야 한다며 친정어머니가 직접 색을 고르고 페인트칠을 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일까.
대대로 요리솜씨를 물려받아 평생 요식업에 종사한 친정어머니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백명선 대표는 백화점 의류매장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특유의 친절함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애초에는 부모님끼리 운영하시려고 조그맣게 시작한 가게인데 점점 손님이 늘다 보니 지금은 온 가족이 매달리게 되었어요.”라는 그의 말처럼 친정어머니와 백 대표는 주방과 서빙을, 친정아버지는 숯을 담당하고, 직장에 다니는 자녀와 남편은 틈틈이 나와 일손을 돕는다.
국산 참숯으로 구운 육즙 가득한 생고기
‘불타는왕소금참숯구이’라는 상호에서도 강조하듯 이곳의 첫 번째 자랑은 참숯이다. 중국산 갈탄을 사용하지 않고 곤지암에 위치한 참숯 불가마에서 국산 참숯을 직접 들여온다. 탈 때의 향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 고기를 구울 때 유해물질에 대한 걱정도 없기 때문에 맛과 건강을 모두 생각하여 국산 참숯을 사용한다는 것이 백 대표의 설명이다.
고기는 생고기만을 사용한다. 메뉴는 삼겹살, 가브리살, 갈매기살, 항정살, 뒷고기살 등으로, 모두 국산 200g 기준 13,000원의 동일한 가격에 제공되고, 다양한 부위를 맛볼 수 있는 돼지모듬은 500g 기준 3,5000원이다. 고기는 거래하는 도축장에서 덩어리째 들여오는데, 손님이 해당 부위를 주문하면 즉시 덩어리에서 고기를 잘라내 기름을 제거한 후 손질하여 올린다. 고기는 상에 나가기 직전에 칼집을 낸 후 두들겨준다. 고기가 두꺼운데도 속까지 빨리 익으면서 육즙은 살아 있는 이유이다. 고기 자체의 식감이 뛰어나기 때문에 채소에 싸먹기 아깝다고 말하는 손님들도 있을 정도다.
메뉴의 기본은 생고기 구이지만 양념한 고기를 원하면 같은 가격에 양념을 해서 제공한다. 백 대표는 “웬만하면 손님들이 원하시는 대로,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한에서는 해드리려고 합니다.”라고 말한다.
고기는 믿을 수 있는 곳에서 들여오지만 고기의 질은 상품을 받을 때마다 평가한다. 새로운 고기가 들어오면 백 대표의 가족이 먼저 맛을 보고 조금이라도 질이 떨어진다 싶으면 두말할 것 없이 교체 요청을 한다. 이는 손님들에게는 인심 좋기로 유명하지만 식재료 선정에는 까다로운 친정어머니의 영향이다.
직접 삶은 선지로 끓인 선짓국 무제한 제공
고기를 주문하는 이들에게는 뚝배기 선짓국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서비스 음식이라고 해서 허투루 만드는 법도 없다. 주방에서 직접 선지를 삶고 우거지를 다듬어 정성껏 끓여낸다. 인기가 좋아 선짓국 메뉴를 만들어 달라는 손님들의 요청도 많지만 백 대표는 메뉴로 추가시킬 계획은 아직 없다면서 “매장에서 얼마든 달라고 하셔도 되니 남기지만 마시고 맛있게 드시면 그걸로 족해요.”라고 말한다. 단, 포장 주문을 원하는 손님에 한해서는 2인분 기준 10,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불타는왕소금참숯구이에서는 손님상에 배추김치, 무김치, 파김치 등 세 종류의 김치가 제공된다. 흔히 김치가 맛있는 식당은 음식도 맛있다고 하는데, 이곳의 김치 역시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아서 평균 3일 간격으로 김치를 담근다. 김치를 추가로 요청하는 이들이 많다 보니 손님이 편하게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아예 셀프 형태로 마련해 두었다. 상추, 깻잎 등의 쌈채소 역시 주인 눈치 볼 것 없이 셀프로 가져다 먹으면 된다.
고기를 좀 더 맛있게 먹는 팁으로 백 대표는 고기를 파김치에 싸먹어 볼 것을 권한다. 숯불에 잘 구워진 고기에 알싸하고 매콤한 파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진한 육즙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환상이다.
매콤칼칼 매운갈비찜 맛보려면 한 시간 전 주문해야
매운갈비찜은 이곳의 별미로 손꼽힌다. 보통 갈비찜은 국물이 자작하게 졸여 나오는데 반해, 불타는왕소금참숯구이의 매운갈비찜은 마치 찌개와 형태가 비슷해서 고기를 국물과 함께 떠먹을 수 있다. 큼직한 무를 썰어 넣어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 위에 갈빗살이 냄비 가득 푸짐하게 들어 있다. 단, 매운갈비찜을 주문하려면 한 시간 전에 예약해야 한다. 여느 갈비찜처럼 고기를 미리 양념에 재워두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음식을 주문하면 시장 내 정육점에서 즉시 고기를 구입하여 양념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백 대표는 “고기를 미리 양념에 재워 놓으면 아무래도 고기의 신선도가 떨어지지요. 저희는 주문이 들어오면 요리를 시작하기 때문에 시간을 넉넉히 잡고 주문을 받아요. 손님들로서는 시간이 좀 걸리는 게 단점이지만 최소한 음식에 실망은 안 하실 거예요.”라고 말한다. 홀에서는 고기를 구워 먹고 매운갈비찜은 따로 주문해 포장해 가는 손님도 적지 않다. 홀에서 바로 맛보고 싶다면 미리 전화로 예약하고 방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격은 소, 중, 대 각각 30,000원, 40,000원, 50,000원이다.
이곳의 총 주방장 격인 친정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좋다 보니 단골손님 중에는 메뉴에 없는 음식을 따로 요청하기도 한다. 고깃집의 주 메뉴는 아니지만 삼계탕(12,000원), 오리백숙(45,000원), 토종닭(50,000원) 메뉴는 하루 전에 주문하면 이용할 수 있다.
말하지 않아도 얹어주는 푸짐한 인심은 ‘덤’
불타는왕소금참숯구이의 최대 강점은 넉넉한 인심이다. 동짓날에는 팥죽, 정월대보름에는 오곡밥 등 때에 따라 주방에서 먹을거리를 만들면 손님들에게 무료로 대접한다. 고기의 그램 수를 측정하는 용도인 저울도 이곳에서는 그램 수를 맞추는 용도가 아닌, 얼마나 더 얹어줄지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그렇다 보니 음식 가격이 오르는 일도 거의 없다.
2012년 개업 이후 채소 값이 오를 때에도, 고깃값이 폭등할 때에도 가격을 올리지 않고 유지해 오다가 지난해에 처음으로 천 원씩 올렸다. 이마저도 손님들에게 먼저 양해를 구했다. “식당에서 야박하게 하면 안 되잖아요. 당장의 이익은 조금 적더라도 푸짐하게 주는 것이 사람을 남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가족끼리 오면 고기 조금 더 얹어주고, 힘들게 막노동 하시는 분들은 또 더 주고 그래요. 저희는.” 친정어머니의 말이다.
먼저 말하지 않아도 푸짐한 인심을 덤으로 얹어주는 불타는왕소금참숯구이는 아들, 딸, 손주들을 위해 기꺼이 아랫목을 내어주시던 할머니의 정이 그리운 날 찾아가기에 좋은 곳이다.
백명선 대표 일문일답
“올해 2호점 열 계획”
- 주로 어떤 고객층이 자주 오는가?
주변에 구청, 시청, 경찰청, 박물관, 문화원 등 관공서가 많다 보니 공공기관이나 근처 직장인들이 회식 장소로 많이 찾아주신다. 가족 단위 손님들도 많이 오시고 학생들, 연인들도 자주 찾는다.
- 식당을 운영하면서 보람 있을 때는 언제인가?
우리는 손님들이 찾아주셔서 감사한데 오히려 손님들이 음식을 맛있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해주실 때 뿌듯하다. 맛있게 드시고 칭찬해 주실 때 보람을 느낀다.
- 경영에 있어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손님들께 밝은 표정으로 친절하고 상냥하게 다가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골손님 중에는 부하 직원들에게 우리 식당에서 서비스 교육을 받아오라는 농담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웃음) 식당에서 음식을 더 달라고 말하기 미안해하시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손님상에 부족한 반찬이 있으면 말씀하시기 전에 먼저 챙겨 드리려고 노력한다.
- 가족끼리 운영해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
모두 자기 일처럼 생각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 손님들마다 편하게 생각하는 가족 구성원이 한 명씩 있어서 한 번 더 오시기도 하고 안 보이면 궁금해 하기도 한다. 그것 또한 이점 같다. 물론 가족이다 보니 다투는 일도 많지만 가족이라 금방 풀리니 편하다.
- 끝으로, 새해 개인적인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손님이 많을 때면 기다리다 못 드시고 그냥 돌아가시는 분들이 계셔서 올해 안에는 근처에 2호점을 열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식당에 찾아오시는 손님들을 오래 만나려면 함께 일하는 가족의 건강이 우선이기 때문에 모두 건강했으면 한다.
⦁위치 : 수원시 팔달구 수원천로 308(남수동) 불타는왕소금참숯구이
⦁이용 시간 : 오후 4시~밤12시 연중무휴(주말엔 점심부터 영업. 평일 점심은 예약 시 가능)
⦁예약 문의 : 031-258-9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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