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릴레이 인터뷰] 장안구보건소 건강관리과 유찬희 치매관리팀장을 만나다

"어렵고 취약한 분 돌보는 일...가치있는 일이라 즐겁고 보람 느껴"

권선미 기자 | 기사입력 2024/10/04 [06:52]

[칭찬 릴레이 인터뷰] 장안구보건소 건강관리과 유찬희 치매관리팀장을 만나다

"어렵고 취약한 분 돌보는 일...가치있는 일이라 즐겁고 보람 느껴"

권선미 기자 | 입력 : 2024/10/04 [06:52]

▲ 9월 25일 장안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 프로그램실에서 유찬희 팀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수원화성신문

 

정신과, 제일 좋아하는 분야...사람에 대한 이해와 소통하는 법 배워

전국 보건소 치매안심센터(256개) 설립...장안구 2018년 10월 오픈

치매 조기발견 중요...장안구보건소, 1년 4,500건 이상 검진 수행하고 있어

사람과 지역 건강 지킴, 많은 인내・시간 필요...묵묵히 일하고 있음에 응원 바라

 

“국가 공중보건 위기의 순간, 인력 부족으로 수습 대기였던 어린 후배 공무원들도 모두 나와 사명감으로 밤낮 지새우며 일했습니다. 함께 울고 웃으며 버텼던 시간들과 눈물의 가치를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지난 9월 25일 장안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 프로그램실에서 만난 장안구보건소 건강관리과 유찬희 치매관리팀장(만 55세)은 이렇게 말했다. 간호대학을 나온 유찬희 팀장은 경기도 이천 태생으로 지금까지 30년 동안 ‘간호’라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유 팀장은 “대학시절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아르바이트와 국비 장학금으로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었다. 국비 장학금을 받은 기간 동안은 사기업에 취업할 수 없어 운명처럼 공무원이 되었다.”라고 했다.

 

1993년 6월 경기도 제3회 간호직 공채 시험에 합격한 유찬희 팀장은 발령을 기다리다가 의왕시에 있는 정신병원에서 10개월 정도 병동 일반 간호사로 근무했다고 전했다. 유 팀장은 “정신과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분야였다. 사람과의 관계와 소통에 관심이 있어 정신과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라며 그 시절 사람에 대한 이해와 소통하는 법을 배웠고, 마음의 건강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깊이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2002년 전문간호사인 정신보건 간호사 과정을 이수했고, 2005년에는 석사논문의 주제를 ‘노인의 우울과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 요인’으로 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유찬희 팀장은 1994년 4월 14일 연천의료원에서 첫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공무원이 되었다고 시골에 계신 부모님과 마을 분들께서 좋아해 주시고 격려해 주셨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유 팀장은 “3교대 병동 근무를 했었다. 주로 가난하고 가족이 없는 어려운 사람들, 암이나 기타 불치병으로 큰 병원에서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환자들이 통증관리차 입원해 있었다.”라며 26살 꽃다운 나이에 많은 주검을 맞이해 수없이 눈물을 흘리고 밤을 지새우며 인생을 배웠다고 전했다.

 

1996년 이천으로 전입 후 10년을 근무했고, 2006년 12월 수원시 권선구보건소로 오게 되어 정신보건 사업 및 모자보건사업 등을 맡았다고 했다. 이어 수원시청 보육아동과, 팔달구보건소를 거쳐 장안구보건소, 수원시청 사회복지과에서 근무했다고 말했다. 유찬희 팀장은 “코로나로 치열했던 2021년 1월 늦은 나이에 권선구보건소 감염병대응팀장 보직을 받았다. 이후 건강증진팀장을 거처 2023년 7월부터 장안구보건소 치매관리팀장으로 일하고 있다.”라고 했다.

 

유 팀장은 노인의 건강 문제 중 치매는 당사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에 돌봄 부담을 가중시키고 가족들의 건강과 삶의 질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는 질환이라며 2017년 노인인구가 13~14% 되었던 시점에서 치매에 대한 본격적인 정책이 수립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2017년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모든 보건소에 치매안심센터(256개)가 설립되었고 장안구 치매안심센터는 2018년 10월에 오픈했다고 말했다. 치매관리팀은 유찬희 팀장 포함 3명의 정규직과 16명의 전문직 임기제(간호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가 함께 일하고 있다 전했다.

 

치매는 조기 발견이 중요하고, 대부분의 치매가 완치는 어렵지만 진행과정을 늦출 수 있기에 빠른 진단과 치료는 이후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조기 발견을 위한 첫 단계는 CIST(Cognitive impairmant screeing test) 검진인데 이 검사에서 인지 저하가 발견되었다면 다음 단계인 진단 검사(심층검사)를 시행하고, 진단 검사에서 치매 진단을 받았다면 감별검사를 통해 치매의 유형을 판정한다고 설명했다. 장안구보건소에서는 1년에 4,500건 이상 검진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치매관리팀에서 치매 진단을 받으면 치매치료비를 지원하고, 조호물품, 가족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 낮치료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는데, 당사자나 가족을 위한 인지강화 및 돌봄 지원 프로그램들을 진행할 경우 반드시 사전 사후 검사를 통해 프로그램의 효과를 살피고 이를 추후 프로그램에 접목시킨다고 말했다. 유찬희 팀장은 “동별 담당자가 가정을 방문해 필요한 서비스를 살피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기관과 네트워크하여 자원을 연계해 가족 상담 등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라고 하며, 치매 어르신을 돌봄에 있어 배회의 위험은 또 하나의 어려운 문제여서 치매안심센터에서는 배회 인식표, 지문등록 등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또 지역사회에서 거주가 가능하나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해 은행 업무나 병원진료 등에 어려움이 있는 대상자는 공공후견인을 지원하여 일상이 가능하도록 돕는데, 현재 장안구 치매안심센터는 1명의 어르신을 선정하였고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30년 공직 생활 동안 주요 성과에 대해 묻자, 지역사회 정신보건사업의 불모지였던 이천시에 정신건강센터를 만들어 2006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던 일, 2012년 수원시 보육아동과 드림스타트팀에서 저소득층 아동들을 대상으로 건강과 보육, 복지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해 수원시가 기관상으로 ‘2012년드림스타트사업 국무총리상’을 받았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 올해 4월 일월공원에서 치매 당사자 및 가족들과 걷기 행사를 가졌다. 앞줄 오른쪽에서 여섯 번째가 유     ©수원화성신문

 

또 2016년 수원시 자매도시인 프놈끄라옴을 대상으로 지자체 차원의 국제보건사업을 추진하고자 관련 기관들을 방문하고 요구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캄보디아 씨엠립주를 방문했던 일을 회상하며, 유 팀장은 “열이 오르고 배탈이 나도 기본적인 약이 없거나 살 돈이 없어 민간치료를 하다 더 큰 낭패를 보는 이들도 있었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라고 털어 놓았다. 우리나라 의료체계와 너무나 달라 한계를 느끼며 답답하고 속상했던 경험도 있었지만, 2016년부터 2019년까지 6번의 캄보디아 방문을 통해 지자체에서도 할 수 있는 국제보건사업의 가능성과 한계점을 체험하는 귀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 메르스와 2020년 코로나 또한 잊을 수 없는 큰 사건들이었는데, 메르스 당시 팔달구 보건소 의약팀 차석으로 일했을 때, 감염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확진자 현황 등을 공개하지 않아 대한민국 전체가 두려움과 불안의 도가니였고 그 모든 민원은 보건소가 맡을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유찬희 팀장은 “다행히 수원을 중심으로 지자체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시민과 소통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결과물 중 하나가 민간의약관련단체와의 정기 조찬모임(당시 이름은 ‘메디포럼’이었다)을 구성, 상시 협력체계를 구축한 것인데 당시 실무자로서 느껴던 뿌듯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또 수원시가 코로나19 시기였던 2000년 1월 28일 수원시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차려 6개월은 순환근무, 6개월은 근무지정으로 본부에서 일했는데, 실시간 지침이 바뀌고, 시민의 요구가 많아도 각 부서들과의 업무 조율 등을 통해 감염병 위기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보며 공공보건 위기는 보건소 한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회의 조직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오랜 공직 생활 동안 보람도 많았다. 유찬희 팀장은 “공권력을 긍정적으로 이용하여 시민과 지역의 건강을 지켜내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 특히 어렵고 취약한 분들을 돌보는 일은 힘든 줄 모르고 즐겁게 했다.”라고 말했다.

 

물론 속상할 때도 있었다. 유 팀장은 일 속에서 사람 관계가 잘 풀어지지 않을 때, 경력에 비해 상위 직급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적고, 전문성을 인정받는 일이 부족할 때 속상했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공중보건 위기 순간에 우리가 지켜야 할 인권은 어디까지일까에 대한 물음, 인력 부족으로 수습 대기 공무원도 다 와서 새벽부터 밤까지 힘들게 일하며 함께 울고 웃으며 버텼던 시간들의 가치를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수많은 민원인들의 고통과 외침, 잠 못 자고 눈물 흘리며 코로나 상황실을 지켜냈던 동료・후배들의 노고를 위해서라도 더 나은 위기대응시스템이 구축되길 바란다는 진심을 전했다.

 

직업적인 고충을 묻자, “모든 사회문제가 그렇듯 원인이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건강 문제도 그렇다. 치매문제로 만난 가족이지만 치매보다 더 어려운 상황들을 마주하게 되고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지 고민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아직도 간호직은 예방접종 혹은 모자보건사업 정도만 하는 직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학부 혹은 석사과정에서 지역 보건에 대한 기획은 물론 보건행정을 배우고, 다양한 지역사회 보건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한다고 설명했다. 역학과 통계는 물론 의사소통과 상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한다며 지역사회 보건간호사는 지역의 건강전문가로서 보건행정, 만성질환과 건강증진은 물론 감염병 관리와 정신보건에 이르는 다양한 영역에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데, 간호라는 좁은 소견으로만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을 마주할 때면 힘들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유찬희 팀장은 개인적으로는 “후배들이 더욱 성장하고 성숙해져 더 나은 공무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어른이자 선배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보건소 조직에 대한 바람으로는 행정적, 전문적으로 더 성숙해지고 강해지길 바라고, 최근 건강 관련 트렌드를 담아낼 수 있는 조직이 확충되어 후배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자리에서 일하면서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람과 지역의 건강을 지켜내는 일은 많은 인내와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며 비록 눈에 띄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시민의 건강을 위해 보건소가 묵묵히 하고 있음을 알아주시고 응원해 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음 칭찬 릴레이 인터뷰는 장안구보건소 건강관리과 유찬희 치매관리팀장의 추천을 받아 수원시청 시민협력국 혁신민원과 통합민원팀 박은영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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