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표 칼럼] 수천개의 교회를 폐쇄한 르완다

권혁표 | 기사입력 2024/09/27 [09:17]

[권혁표 칼럼] 수천개의 교회를 폐쇄한 르완다

권혁표 | 입력 : 2024/09/27 [09:17]

▲ 권혁표 르완다연합대학교 부총장     ©수원화성신문

 

2024년 7월 말부터 르완다에서는 교회 폐쇄조치가 시행되었다. 르완다 정부에서14,000여개의 교회를 전수조사 하여 법 위반 여부를 판단, 9월 현재 전수조사 교회의 60%정도에 이르는 8,000여개의 교회에 폐쇄조치 명령을 내렸다. 기독교가 대부분 포함되어있고 이슬람교 사원도 일부 폐쇄조치가 되었다. 교회 폐쇄는 2018년에 1차로 조치된 적이 있으며, 2024년에 2차로 교회 폐쇄조치 명령이 내려졌다. 2018년에는 르완다 전체 교회중 7,000여개의 교회가 폐쇄되었으며,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서만 당시 1,400개의 교회중 700개의 교회가 폐쇄되기도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본 지면을 통해 르완다의 전통종교를 비롯한 종교의 역사적 배경, 교회 폐쇄조치에 따른 원인과 주요사항, 그리고 종교의 역할과 기대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르완다 종교 역사

2022년 인구주택조사에 따라 종교인구의 통계도 발표되었다. 당시 조사인구 중 카톨릭(Catholic) 40%, 오순절교(Pentecostal) 21%, 개신교(Protestant) 15%, 제칠일 안식일교(Seven-Day Adventists) 12%, 이슬람교(Islam) 2%, 무교 3%, 기타 7%로 나타나고 있다.

 

르완다의 종교 역사는 다양한 문화적, 역사적 요인들에 의해 형성된 전통신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전통신앙은 주로 조상 숭배와 다신교 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르완다인들은 세상을 창조하고 모든 생명과 자연을 통제하는 최고의 신으로 일컫는 이마나(Imana)를 믿어왔다. 이 신을 우주의 근원적 힘으로 여겼다. 또한 많은 신들이 낮에는 세상을 통제하러 온 세상을 바삐 다니다가 밤에는 신의 안식처로 일컫는 르완다로 돌아와 쉼을 갖는다고 믿고 있었다.

 

르완다인들은 조상들이 사후에도 살아있는 가족들의 안녕과 행복한 삶을 보살펴주는 보호자이자 신과의 중재자로서 그 역할을 해오고 있다 믿는다. 이에 따라 조상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다양한 제사와 의식을 통해 조상을 숭배해 왔다. 한편 자연숭배도 르완다 전통종교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자연을 신성하게 여기고 산, 강, 숲 등 자연은 각각의 신령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왔다. 특히 농업사회인 르완다는 풍년을 기원하는 등 다양한 자연숭배 의식행사를 한다.

 

우리나라 무속인과 유사한 바가카(Bagaka)는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자로서 신들과 조상들과의 소통자로 질병치료, 예언, 그리고 재앙예방 등의 역할을 한다 믿으며 각종 의식행사를 진행해왔다. 미혼여성이 임신을 하게 되면 전통신앙에 따라 이에 대한 죄를 물어 강에 산채로 내 던지기도 하였다는 구전도 전해오고 있다.

 

이러한 각종 전통신앙은 19세기말 유럽 국가의 식민통치하에서 카톨릭 등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현대사회에 이르러 거의 사라졌다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전통신앙과 유럽인들이 전파하기 시작한 기독교와 많은 충돌이 빚어지기도 하였다. 기독교 전파과정에서 전통신앙을 배척하려 선교사들은 많은 노력을 시도하였으나 여의치 않아 일부에서는 전통신앙을 부분 수용하며 기독교가 확산과정을 거쳐 왔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위에서 보여준 종교인구 분포와 같이 전통신앙은 많이 사라지고 일부지역에서 전통신앙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며, 현 기독교내에서도 그 영향은 아직 함께 존재하고 있다.

 

교회 폐쇄조치 원인과 배경

위의 르완다 종교 역사적 배경에 따라 르완다는 전통신앙을 멀리하고 기독교 국가라 할 만큼 다른 종교국가로 바뀌었다.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 인구는 2% 남짓하지만 이슬람교확산을 위해 무슬림들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 최근에는 그 인구가 5%에 이르렀다고 하기도 한다. 르완다 정부에서는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카톨릭을 중심으로 하는 기념일과 이슬람교가 지니는 각 축일들을 모두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르완다는 두 종교에 대한 공휴일 지정에 따라 연중 전체 공휴일은 우리나라보다 많은 편이다.

 

이러한 종교적 배경을 가진 르완다는 2003년에 제정된 르완다 헌법 37조인 종교 보장권에 관한 조항이 2015년에 개정됨에 따라 르완다에는 수많은 교회와 교단이 새로이 설립되며 크게 증가하게 되었다. 교회와 교단의 수많은 증가 양상으로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르완다 정부는 2018년에 대대적인 종교단체 점검조치가 이루어졌으며 이어 2024년에 2차로 그 조치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동굴에서 예배드리고. 강둑에서 예배하기도 하고 무허가 건축물교회가 양산되고, 건축구조의 위험성이 나타났다. 화장실 등 심각한 위생문제, 등록되지 않은 많은 교회, 신학 교육을 받지 못한 수많은 목회자, 성도로부터의 금품 갈취 등 많은 교회가 이러한 상황에 놓여있다 발표되었다. 이와 더불어 2024년에는 교회의 찬양과 기도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방음시설과 소음 측정기를 갖추어야하고, 화재시 등 비상시 집합장소(도시는 포장된 장소, 지방은 녹지 장소)가 있어야하고, 산골교회도 예외 없이 주차장이 있어야하고, 교회의 최소 면적기준(0.5헥타)을 지켜야하고, 차량과 사람에 대한 검색대를 설치해야하고, 목회자는 대학에서 신학교육의 이수가 필요로 하는 등 갖추어야 할 조건이 여러 가지이다.

 

이러한 조건에 적합하지 못한 교회에 대하여 폐쇄조치가 내려졌다. 2018년 당시에는 7,000여개의 교회가 폐쇄되고 그 중 13.8%정도가 규제사항을 보완하고 다시 예배를 드린다. 2024년에도 8,000여개 교회가 폐쇄되었으나 정부의 확대된 규제에 보완조치를 할 수 있는 교회가 얼마나 될 것인가 궁금하기도 하다.

 

2018년 당시 많은 교회가 폐쇄되면서 당시 르완다 대통령은 ‘너무나 많은 교회에 대해 르완다에는 그만한 수의 공장이 있는가, 물 공급을 위해 우물을 파논 굴착공도 그만한 수를 가지고 있는가' 라며 '역겨운 일이다’라 표현하기도 하였다.

 

이번 조치에 대하여 르완다 지방정부장관 Jean Calude Musabimana는 ‘이번조치는 사람들에게 예배를 드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예배자들의 안전과 평온을 지켜주기 위함’이라고 덧붙이기도 하였다. 특히 허물어져가는 건축물이나 텐트에서 예배드리는 등 예배자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도 하였다.

 

폐쇄 조치된 교회는 대부분 작은 규모의 오순절교회와 소수의 이슬람 사원이 해당되었다. 르완다인들은 대다수가 기독교인들이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전통적인 신앙을 따르고 있는 영향도 있다. 오순절교회 목회자들은 예언을 말하고 기적을 이룬다 설교하며 최근 몇 년 동안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에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이들은 예언과 기적을 말하며 열악한 환경에 처한 신도들에게 헌금토록하고 그 돈을 갈취하여 목회자의 사치와 부를 축적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교회에도 철퇴를 내렸다. 정부에서는 이렇게 운영되는 교회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며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에 대한 다른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New Life Bible Church 의 Nziza 목사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기도 하였다. 차량을 소지한 주민이 없는 지역의 산골교회에 주차장의 필요성은 무엇인가, 오가는 인적 드문 곳의 방음시설설치가 필요한 것인가, 교회부지 최소기준 0.5헥타(1,500평정도)를 준수할 수 있는 교회가 얼마나 되는가, 이러한 여건들을 감안하여 도시와 시골 지역에 대한 적용 기준을 조정해야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또한 일부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교회 폐쇄조치에 찬성의견도 있다. 교회에서의 설교와 가르침이 명확하지 않기도 하고 기도실에서 많은 불합리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한다. 신으로부터의 예언을 말하며 가정의 불화를 갖게 하고 자녀가 있는 가정을 이혼하게 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르완다 종교의 역할과 기대

오늘날 르완다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독교 신앙을 따르지만, 여전히 전통 신앙의 요소가 남아 있다. 일부에서는 기독교 교리를 따르면서도 전통적인 조상 숭배나 자연 숭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르완다는 전통신앙과 현대 종교가 공존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르완다의 교회들은 종교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영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교회들은 교육, 의료, 빈곤 퇴치, 평화와 화해 등의 분야에서 정부와 협력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1994년 르완다 대학살 이후, 교회들은 종족간의 화해와 폐허가 된 국가의 재건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또한 오늘날 르완다의 교회들은 평화 구축과 사회 통합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르완다 정부의 부적합한 교회에 대한 폐쇄 조치로 종교의 자유와 정부 규제 사이에서 일부 갈등요인이 발생하기도 한다. 교회의 역할이 크고, 특히 신앙이 사회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르완다에서, 이러한 조치는 필연적으로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전과 법적 기준을 준수해야하는 것은 교회와 정부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이다.

 

앞으로도 종교계와 정부 간의 해결책을 모색하며, 종교적 자유를 존중하면서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르완다연합대학교 부총장 권혁표

United African Institute of Technology (UAIT)

kwonhp1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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