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르완다의 추석 '우무가누라'

권혁표 | 기사입력 2024/08/05 [07:29]

[기고] 르완다의 추석 '우무가누라'

권혁표 | 입력 : 2024/08/05 [07:29]

▲ 권혁표 르완다연합대학교 부총장     ©수원화성신문

 

아프리카 르완다에도 추석명절이 있다, 우리나라의 추석명절과 다르기는 하지만 추수를 마치고 감사해 하며 공동체 행사를 갖는다. 이를 우무가누라(Umuganura)라 칭하고 매년 8월 첫 번째 금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우무가누라는 르완다의 중요한 전통 축제의 하나이다.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한 고대 왕국시대부터 공동체와 국가번영을 위해 첫 번째 수확한 농산물을 신에게 바치고 축복받기를 기원하는 의식행사를 가진다. 우무가누라의 사전적 의미는 첫 번째 열매 또는 첫 번째 수확물이라 한다. 추수의 기쁨을 나누고 감사하는 축제로 르완다 국민들에게 공동체 정신, 협력, 감사의 가치를 새겨보는 중요한 문화적 행사이다.

 

우리나라의 추석은 가족과 친지가 함께 모여 조상에게 감사하고 풍성한 수확을 나누는 전통 명절행사인 반면, 르완다의 우무가누라는 농업중심사회에서 수확의 중요성과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는 전통 축제로 우리나라와 그 추구하는 바가 약간 다르다 할 수 있다. 공동체 중심의 축제 행사이기도 하여 우리나라처럼 추석명절에 가족 친지를 만나기 위해 고향을 찾아가는 민족 대이동과 같은 혼란은 찾아볼 수 없다.

 

 

▲ 우무가누라 관련사진     ©수원화성신문

 

역사적 배경과 유래

농업과 목축을 중심으로 하는 농경사회인 르완다는 우기가 시작되는 9월부터 논밭을 갈고 씨를 뿌리며 농사를 시작한다. 르완다는 우기와 건기로 구분되어있는 기후로 9월부터 다음해 5월초까지 우기이다. 특히 4월말에서 5월초에 홍수피해가 심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5월초 홍수가 지나가면 8월말까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건기이다. 건기에는 황토가루가 상당량 공중에 떠다녀 집안 구석구석에도 황토색의 미세먼지가 가득하다. 또한 호흡기에도 영향을 미치곤 한다. 르완다에서 생산되는 열대과일인 아보카도, 망고, 바나나, 파인애플, 패션프뤁, 파파야 등이 있고, 농작물로는 카사바, 감자, 고구마, 얌, 옥수수, 수수, 쌀, 초록바나나 등이 대부분 연중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건기에는 모든 식물들이 잘 자라지 않고 메마르곤 한다. 평균 1,500m 고지의 산악형 국가로 저지대지역은 습지가 대부분이다. 주변 산으로부터 물이 스며내려 건기에도 벼농사를 계속 하는 지역도 많다. 이러한 연중 생산된 농산물은 왕을 중심으로 먼저 신께 바치는 의식행사가 고대왕국시대부터 이어져 왔다.

 

르완다에는 8세기경부터 농업과 목축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정착하기 시작하였다. 씨족사회 중심에서 하나씩 통합을 이루어가며 초기 왕국인 잉기냐(Nyinginya)가 기항가(Gihanga)에 의해 현재 르완다 중앙지역에 세워졌다. 당시 북동부지역에 은도롸(Ndorwa)왕국, 동부지역에 기사카(Gisaka)왕국도 있었지만 잉기냐왕국이 가장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왕국으로 우무가누라 축제의 중심지였다.

 

15세기경부터 시작된 우무가누라 축제는 왕이 첫 수확물을 신에게 바치고 공동체 번영과 평화를 기원하는 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왕과 지방 지도자들이 주도하는 국가적 행사로 발전하였으며, 농업 중심 사회에서 수확의 중요성과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는 축제이다.

 

▲ 우무가누라 관련사진     ©수원화성신문

 

우무가누라 축제행사

고대 왕국시대에 시작된 우무가누라 축제행사는 첫 번째 수확된 농작물을 신에게 바칠수 있도록 신성하게 준비한다. 의식행사를 위해 왕은 제사장의 권한으로 왕의 권위와 신성함을 나타내는 특별한 전통의상을 입고 준비된 제단에 나타난다. 제단 위에는 다양한 농작물과 성물을 차려 놓고 첫 번째 수확물을 신에게 바치며 봉헌한다. 이어 왕은 공동체 전체에 대한 축복을 기원하는 기도를 한다. 왕이 의식을 마치면 공동체 지도자들과 주민들이 함께 전통춤과 노래로 여흥을 즐기며 준비한 음식을 함께 나눈다.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고대 왕국시대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우무가누라 축제는 1899년 독일의 식민지가 시작되면서 전통적인 행사의 근간이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독일이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함에 따라 1916년부터는 벨기에의 식민지배로 인해 르완다의 전통문화 전반에 거쳐 영향을 받게 된다. 1962년 벨기에로부터 독립은 하였지만 종족간의 갈등이 계속 이어졌다. 내부 분쟁 지속으로 종족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여 1994년 제노사이드 발생하여 후투족에 의해 투치족 100만명이 학살되는 어둠과 시련의 시기를 거친다. 그 혼란 속에서 르완다인들은 전통문화를 지속적으로 이어 오지 못하였다.

 

1994년 4월 발생된 제노사이드는 7월에 종식되며 해방을 맞이하였다. 이어 르완다는 국가의 안정을 되찾아가고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왔다. 국가지도자의 지도력으로 화합과 용서로 국민 통합을 이루어가며 2011년에 이르러 전통적인 우무가누라를 공휴일로 공식 지정하고 전통 문화의 뿌리를 복원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 우무가누라 관련사진     ©수원화성신문

 

현대적 의미

왕의 제물 봉헌으로부터 시작된 우무가누라는 왕국 규모의 확대에 따라 지역별로 지도자들에 의해 진행되었다. 축하 행사는 일반적으로 개별 가족 단위로 먼저 진행된다. 그 후 지역사회가 함께 모여 더 폭넓은 축하 행사를 진행하며 르완다 특유의 전통춤으로 공동체가 하나 됨을 보여준다. 그리고 첫 수확한 농산물인 과일 채소 등을 전시하여 한해의 수확을 과시하기도 한다. 준비된 전통음식을 함께 나누는 기쁨과 행복의 시간이기도 하다. 우무가누라는 국가 또는 지역 발전을 도모해 온 각 부문의 연간 성과를 발표하고 축하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현대의 우무가누라 데이(Umuganura Day)는 단순한 추수감사에 대한 축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르완다 전통문화의 계승, 과거와 현재의 조화,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장미빛 전망을 보여준다. 우무가누라는 국가가 농업분야를 비롯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하며 감사, 공동체 및 문화적 자부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조상에 대한 공경심을 키우고, 가족간의 화목을 유지하고 공동체의 통합과 발전을 이루어간다. 최근에는 우무가누라를 통해 서로 나눔의 문화를 키워가고 있다.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에게 음식이나 수확물을 나누기도 하고 공동체에서 모금 활동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도움을 주기도 한다.

 

2024년 르완다 정부가 우무가누라를 통해 나눔을 위한 올해의 슬로건을 내놓았다. 학생급식프로그램 후원에 적극 참여하자는 것이다. 언론에서도 ‘금년 우무가누라에는 학교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자 (Let’s share lunch with school children this Umuganura).’라는 제목으로다루고 있다.

학생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급식 프로그램은 올해 정부가 급식비용의 90%를 제공하고 학부모에게는 매학기(3학기제운영) 1,000프랑만 부담토록하고 있다. 급식프로그램 시작 초기에는 학부모 부담이 60%정도였으나 정부의 부담금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여 학교급식을 통해 모든 어린이들에게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제공 하고자하는 취지이다. 급식프로그램을 통해 결식아동문제도 해결하고 초등학교 중도 포기율도 대폭 낮추고자하는 차원이다.

 

2019년 학교 급식 정책이 시작된 이후 학교 중도 포기율이 크게 감소하였다. 2020-2021년 중도포기율은 전년도 7.8%에서 기아, 어린이 노동, 건강, 팬더믹 등의 요인으로 9.5%로 증가되기는 하였으나 The New Times에 의하면 학교급식정책 시행이후 초등학교 중도 포기율이 4% 감소되었다 한다.

 

이와 같은 효과에 힘입어 정부는 우무가누라 올해의 슬로건을 통해 모든 르완다인이 학교에서 모든 어린이에게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전국 학교 급식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후원을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 우무가누라 관련사진     ©수원화성신문

 

나눔의 문화

올해 6월, 르완다 교육부는 Mobile Money Rwanda 및 Umwalimu SACCO와 협력하여 “DusangireLunch (점심을 나누자)”캠페인을 시작하였다. 이 캠페인은 학교의 모든 어린이에게 영양가 있는 식사 제공의 중요성에 대해 학부모와 지역 사회에 알리고, 교육하고 이를 후원하도록 장려하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무가누라는 왕이 신에게 첫 수확물을 바치는 의식행사에서 벗어나 서로 나눔의 문화로 발전되고 나눔의 행사에 동참하고 지원하는 르완다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르완다연합대학교 부총장 권혁표

United African Institute of Technology (UAIT)

kwonhp1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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