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들은 이야기입니다. 아침에 우유를 배달받아 마시는 사람보다 새벽에 우유를 배달하는 이가 더 건강하다는 말입니다. 매일매일 우유를 주문해서 마시면 영양적으로는 건강할 수 있지만 더불어 적정하게 필요한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이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농장에서 우유를 받아 맑은 공기를 마시며 각 가정을 돌면서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들은 새벽 운동을 하니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농부는 새벽에 일어나 왼손에 삽을 들고 먼 거리에 있는 논의 벼를 살피고 돌아오는 길에는 오른손에 삽을 쥐고 집으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벼논을 돌보는 일도 운동을 병행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잘 자라고 농부는 아침저녁으로 논에 가서 벼를 살피며 건강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세상사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긍정의 마음을 갖게 되면 얻음이 더 크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골퍼들은 돈을 내고 골프장에 올라가서 힘들게 골프공을 때려서 홀컵에 넣고, 골프장 관리인은 같은 코스를 걸어 다니며 잔디를 돌보고 임금을 받습니다. 하지만 골프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같은 골퍼들이 운동을 하는 골프장 공간에서 작업을 하면서 자신이 운동을 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듯 보입니다. 그냥 노동을 하고 임금을 받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 추측해 봅니다. 그래서 우유를 마시는 사람과 우유병을 등짐에 지고 달리는 사람 모두 건강하기를 바라고 골프장에서 잡초를 뽑는 분이나 골프채를 메고 잔디와 언덕을 오르고 내리는 모든 분들도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오랜만에 이사를 했습니다. 2년 전에 지은 새 아파트로 옮겼습니다. 아파트 단지 지하2층 커뮤니티 중에 헬스장과 골프연습장이 있어서 가끔 이용합니다. 헬스장은 관리비에 기본요금을 선불한 바이니 무료로 운동할 수 있고 찜방이 겸비된 목욕탕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예약을 하면 골프연습을 하고 2명이 함께 스크린골프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식사 후 커뮤니티까지 걸어가서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작은 운동이 되고 여러 가지 기구를 이용하여 운동을 한 후에 러닝머신에 오르면 1km 안에 이마에서 땀방울이 떨어집니다. 평소 부족한 운동량으로 인해 몇 방울의 땀만 흘려서 큰 운동을 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나이 들면서 운동의 중요성을 더더욱 느끼고 있습니다. 걷기 운동에 열심이었지만 상체운동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다양한 운동기구를 이용하여 상체운동, 팔운동, 허리 운동을 합니다. 온몸의 근육을 풀어내는 듯 개운한 운동의 맛을 느끼곤 합니다. 운동해야 하는 근육은 운동을 싫어하는데 우리의 마음은 운동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헬스장에서 마주치는 입주민들을 보면 대부분 날렵합니다. 운동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 하는 정도의 몸인데 등에서 주르륵 땀이 흐를 정도로 운동에 열중합니다. 운동이 운동을 부르는 것입니다. 아파트 단지안에는 과체중의 입주민이 있을 것이지만 이분들은 헬스장에 나오지 않습니다. 운동이 필요한 분들은 운동을 피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운동에 시간을 더 쓰고자 합니다. 활동량이 부족한 현대인은 더 나이 들기 전에 운동과 친숙해져야 합니다. 컴퓨터게임 시간 30분은 금방 지나가고, 노래방 50분은 짧기만 한데, 러닝머신 10분이 길게 느껴지고 찜질방 모래시계 5분이 지루하다면 운동에 더욱 열중하여야 합니다. 운동 후 찜질방에 들어가면 땀방울조차 시원합니다. 헬스장 매니저의 안내문을 보니 이용자가 많을 때에는 러닝머신에서 30분 후 내려오라 합니다. 이용자가 많아도 ‘기본 30분을 달리라’는 의미로 해석하고자 합니다. 오늘 당장 오늘부터 새벽에 우유를 배달하는 심정으로, 골프장 잡초를 뽑는 마음으로, 컴퓨터 게임하는 기분으로 러닝머신 위를 종횡무진 달리고자 합니다. <저작권자 ⓒ 수원화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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