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술사고 욕먹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밥 얻어먹고 칭찬을 듣는 경우가 있다 합니다. 비싼 술을 사고도 대화 내용이나 마무리에서 미진하면 결례가 되고 결과적으로 욕을 먹을 수 있다는 말이고 누군가가 밥과 술을 사는데 얻어먹으면서도 칭찬을 듣는 이가 있음을 자주 목도하기에 자신 있게 하는 말입니다. 이 경우 값싼 음식을 대접해서 욕을 듣는 것이 아닐 것이고 비싼 음식을 준비한 것에 대한 호평도 아닐 것입니다.
문제는 식사 중의 대화일 것입니다. 다음으로 다음 날 마무리 인사로 대접의 성패가 갈릴 것입니다. 먼저 식사를 하면서 나눈 대화 내용으로 대접 성과의 성패가 갈릴 수 있습니다. 과도하지 않을 정도로 식사 초청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해야 합니다. 오늘 이처럼 즐거운 대화시간을 함께하는 영광을 함께해서 기분이 좋다는 말을 해야 합니다. 식당에서 내주는 음식을 칭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됩니다. 식사를 주선한 상대에게 말할 기회를 더 많이 주고 그가 대화하기 좋아할 주제나 화제를 찾아내야 합니다. 월남참전 용사에게는 베트콩 이야기를 꺼내고 6.25 참전용사라면 1950년대의 힘든 시절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화두를 던져야 합니다.
유명 강사의 이야기에서 들은 말입니다. 인천공항에서 할머니 단체여행단은 자주 목도할 수 있지만 할아버지 유랑단은 눈을 크게 떠도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공항에서 할아버지 여행단을 만나거든 사진을 찍어서 제보해 달라 했습니다. 제보하면 상품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이 강의를 들은 이후 공항에 갈 때마다 눈여겨보았지만 정말로 할아버지 여행단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할아버지 다섯 분이 분임조가 되어 한방에 자리했다고 가정해 봅니다. 으흠, 어험, 헛기침만 날뿐 누구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습니다. 이 사람의 장년시절 직업은 무엇이었을까. 재산은 어느 정도일까. 궁금한 것은 많은데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합니다. 반면에 할머니 세 분이 모이면 곧바로 까르르, 깔깔거립니다. 할머니의 공통 화제 3가지가 있습니다. 부부갈등, 고부갈등, 자식 키운 이야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무학, 박사, 교수, 주부, 상업의 직업을 가진 다섯 분 할머니가 모여도 활기찬 토론이 이어진다고 합니다.
현직 동장으로 근무할 때 사례입니다. 퇴근 후에 부시장님의 호출을 받았습니다. 택시를 타고 강변식당으로 달려가 보니 부시장님이 부의장님과 식사를 하십니다. 당시 두 분은 처음 만난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50대 중후반의 두 분 남자가 만나서 나눌 이야기의 소재가 부족했을 것입니다. 앞에서 말한 대로 할아버지 여행단은 없다는 말과 맥을 통합니다. 두 분의 식사에 끼어들어서 몇 가지 대화의 주제를 제시했습니다. 시장님의 최근 동정, 의회의 활약상, 그리고 정치권의 이야기를 이야기 소재로 제시했습니다. 두 분의 대화가 마무리될 즈음에 새로운 화제를 찾아내어 슬며시 두 분 사이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다음날 사무실에서 두 분을 각각 만났는데 전보다 더 반가워하십니다. 어제저녁 어색한 식사 자리에서 화두를 마련해 드린 것에 대한 표현으로 느꼈습니다.
이처럼 장황하게 지난날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4월 10일 22대 총선 이후의 세상사를 이야기하기 위한 것입니다. 선거기간 동안 국회의원 후보자와 배우자, 자녀들의 심정과 선거운동원들의 열정이 그대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낙선한 후보와 모든 캠프의 사람들도 개표 이전의 심정으로 이 세상을 보시기 바랍니다. 당선된 후보자와 그 캠프 관계자들은 자중하고 표정을 관리하면서 앞으로 4년, 8년간 같은 심성으로 정치에 임하겠다는 결심을 하시기 바랍니다. 당선도 낙선도 정치의 과정이니 당선의 기쁨도 낙선의 애석함도 모두가 정치의 장에 올려놓고 바둑의 복기처럼 그 과정을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 ⓒ 수원화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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