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에 바둑 강의와 해설이 나온다. 실전을 두어본 일은 없지만 바둑에 대해서는 ‘관전 10급’이라 자부하는데 오늘 동영상에서는 반짝거리는 아이디어를 확인하였다. 바둑돌 양면에 흑백을 배치하여 바둑 경기를 해설할 때 한 개씩 쓰이고 있었다.
바둑돌은 흰색과 검은색으로 구성되어서 시간이 경과되면 반상의 돌의 개수가 늘어난다. 반면 장기판은 반상의 군사 수가 줄어드는 전쟁이다. 바둑은 공격자와 수비자가 늘어가는 전투인데 더러는 상대 군사를 잡아서 바둑돌을 가져가기도 한다.
나중에 그 바둑돌로 상대방의 방을 채우는데 이를 ‘계가’라 한다. 집의 수를 계산한다는 말이다. 계산 결과 집이 많은 쪽이 승리하는 것이다. 반드시 승부를 가리기 위해서 흑선, 5호반을 공제한다. 그래서 반집승, 반집패가 나온다.
이를 발견한 새로운 사실은 바둑돌의 양면에 흑백이 공존한다는 사실이다. 그동안에 해설자는 흑돌과 백돌이 담긴 2개의 통에서 번갈아 바둑돌을 꺼내어 벽면 자석에 붙이면서 해설을 했다. 검은 돌이 놓인 자리에 흰 돌이 올라가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검은 돌을 치우고 흰 돌을 집어 들었지만 이제는 그 자리에서 돌을 180도 뒤집으면 흑백이 바뀌게 된다. 이렇게 간명하고 편리한 방법이 있었는데 그동안 해설을 위한 바둑돌은 자석을 첨가하여 흰 돌과 백돌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양면 흑백 돌이니 돌을 담는 그릇도 하나면 되고 해설을 마친 후에 회수한 돌을 두 개의 통에 각각 담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을 얻어냈다. 사용하기도 편리하고 마무리도 손쉬운 양면 바둑돌이 나오기까지 50년 이상이 걸린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에 바둑 경기를 TV를 통해 시청한 기억이 있다. 조치훈 국수가 일본의 유명한 바둑대회에서 우승한 기사를 일본과 국제 전화를 통해 18*18줄의 바둑판을 방송국에 걸어놓고 좌표를 전달받아서 해설을 하는 것을 본 것이다. 일본의 바둑에서 최고봉에 이르는 순간이니 값비싼 국제전화를 걸어서 한 수 두수 백돌과 흰 돌이 놓이는 과정을 해설한 것입니다.
당시에 바로 흰 돌, 흑돌을 번갈아 전광판에 붙이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흥미롭게 본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 인터넷 바둑이 활성화되면서 마우스로 클릭하면 자동으로 흑백의 돌이 나타나는 기술에 감동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TV 방송에서 실제로 중개하면서 흑백돌을 찾아서 전광판에 붙이더니 이제는 흑백 양면을 갖춘 돌을 발명하여 활용하는 것이다. 기사가 실전으로 경기하는 돌까지 양면 흑백을 할 일은 아니겠으나 해설자에게는 참으로 편리한 아이디어인데 누군가가 그런 제품을 만들어낸 것에 감탄만 할 일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에 이같은 생각을 하고 제품을 만들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더 깊이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의 가까운 주변에도 양면 바둑돌처럼 간단한 아이디어로 큰 개선점을 가져올 수 있는 사안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회사, 조직, 정치, 행정, 경영 등 어디에서나 적용될 수 있는 크고 작은 혁신의 길이라는 생각이 깊어진다. <저작권자 ⓒ 수원화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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