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쫄깃 씹는 식감에다 사르르 녹는 맛까지, 회맛이 일품이다. 한마디로, 입안에 쩍쩍 달라붙는 감칠맛이다. 수원시 영통구 법원사거리에서 수원지방법원 방향으로 50여m에 위치한 ‘스시나미’에서 맛본 회맛이다. 경력 30년의 이승원(49) 대표는 맛의 비결을 ‘정직’이라고 했다. 항상 최고의 재료를 사용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정직’한 장사이고 또한 손님과의 ‘정직’한 약속이라는 것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했던가? 회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회맛을 좀 안다 싶은 분들이라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일식(一食)을 권해 본다.
“한마디로 입에 착 감깁니다. 다른 일식집에서는 흉내를 못 내요. 이것이 ‘스시나미’만의 가장 큰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죠.”
다른 일식집과의 차별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에 돌아온 ‘스시나미’ 이승원 대표의 자신에 찬 답이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최고의 재료만을 쓰고 생선은 그날 팔 것만 아침에 잡는다. 아침에 일찌감치 잡아야 저녁 때 숙성된 회를 손님상에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선어회, 흔히 쓰는 말로 숙성회다. 물고기를 바로 잡아서 회를 쳐 주면 질겨서 먹기 힘들다고 한다. 생선이 숙성된 만큼 ‘스시나미’의 사시미는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맛보기 힘든 맛이라는 얘기다. 마치 ‘인절미’처럼 쫄깃하면서도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라고도 했다.
보기에도 회의 두께가 두툼하다. 한 입 물으니 한 점을 먹어도 입에 꽉 차는 느낌이다. 입안에 차지게 달라붙는다. 질기지 않으면서도 씹는 맛도 있고 살살 녹는 맛의 여운도 남는다. 손님들이 한번 맛을 보고 간 후 가게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 이 대표의 말이 헛소리는 분명 아닌 듯 싶다.
아무리 맛집이라도 조금만 맛이 떨어지면 손님 발길이 뚝 끊어지기 마련이다. 이 대표도 “장사가 다 그렇지요”라고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스시나미’만큼은 앞으로 절대 그러한 일이 없을 듯하다. 이 대표의 말에서 금세 확인이 가능했다. “최고의 재료로 최상의 서비스를 하는 것, 이것이 정직한 장사이고 손님과의 정직한 약속입니다. 돈을 크게 벌겠다는 욕심도 없어요.”
‘스시나미’에선 광어와 도미, 연어를 손님상에 올린다. 이 대표는 광어와 도미의 경우 3kg~3.5kg짜리만을 고집한다. “생선이 작으면 기름이 덜 차서 맛이 없어요. 최고의 맛을 내는 사이즈, 제일 좋은 재료만을 쓰는 거죠.” 메로구이도 최상급 메로만을 사용한다. 초밥이 나가고, 새우와 야채 튀김도 나간다. 이 대표는 “튀김이 전공이라 자랑할 만한 맛이에요”라고 살짝 귀띔했다. 매운탕은 도미로만 끓인다. 마지막으로 알밥이 나간다. 비록 가짓수는 적지만 코스마다 최고의 재료에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사시미가 다른 곳에서는 맛보기 힘든 맛, 입에 착 감긴다
착한 가격의 비결, “사람 안 쓰고 혼자 일하니까”
회에 생아사비 먼저 바른 후 간장 찍어 먹어야 제맛
“최고의 재료로 최상의 서비스, 손님과의 정직한 약속”
가장 놀라운 것은 ‘가격’이었다. 점심메뉴로는 초밥정식, 우동정식, 도듬초밥,활어초밥 등 1만원에서 1만8천원 안팎이며 저녁 회정식(코스)은 1인 2만5천원. 솔직히 가격이 정말 착했다. 이런 맛을 어떻게 이런 착한 가격에 내놓을 수 있을까? 이에 이 대표는 “직원을 쓰거나 하면 이 가격에 못 내놔요. 사실 이런 가격에 주는 것은 혼자서 일하니까 가능한 거지요.”라고 말했다. 솔직히 돈을 많이 못 벌고 생활비 정도 번단다. 오히려 손님들이 ‘이렇게 줘도 남느냐’고 묻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회를 제일 맛있게 먹는 팁 하나만 가르쳐 달라고 졸랐다. 이 대표는 선뜻 ‘따로 따로 비법’을 알려 주었다. 사람들은 보통 간장에 아사비를 섞은 소스에 회를 찍어 먹는데,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말 그대로 ‘아사비 따로, 간장 따로’ 찍어 먹어야 회의 제맛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회에 먼저 아사비를 바르고, 그 회를 간장에 찍어 먹어야 한다는 것. 회와 함께 나오는 무순과 곁들여 먹어도 좋다. 초장에 찍어 먹는 것은 원재료 맛을 없애 좋지 않다. 아참, 여기서 아사비는 반드시 ‘생’아사비여야 한다는 것!
이렇게 회 요리를 내놓다보니 당연히 ‘스시나미’에는 회를 좋아하는 분들이, 회 매니아들이 온다고 보면 맞다. 번거롭더라도 예약을 하고 오는 것이 좋다. 예약을 안 하고 오면 자리가 없어 헛걸음할 경우가 많다. 보통 저녁 8시 정도면 하루 장사가 다 끝난다. 재료가 떨어지면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저녁 8시부터는 손님을 받지 않고 있는데, 사실 받을 수도 없다.
‘스시나미’는 지난해 11월에 오픈했다. 사람 나이로 치면 겨우 4개월 된 셈이니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할아버지나 아버지로부터 자연스럽게 생선 만지는 일을 이어받은 것 같다고 했다. 할아버지도 뱃사람이었고, 아버지도 선주(船主)였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손에 회칼을 잡았다. 서울 대치동에 있는 ‘천매도’라는 일식집에서 처음이었다. 직접 일식집을 내 시작한 지는 5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보통 맛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가게가 잘 되면 가게를 확장하거나 체인점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달랐다. “확장을 하면 사람의 마음이 이윤 쪽으로 갑니다. 욕심은 없어요. 그날 팔 생선을 소화하기만 하면 되는 거죠.”
그래도 이 대표에게 꿈이 있다면, 엄밀히 말해 ‘스시나미’를 차린 이유는 아들 녀석 때문이다. 오는 7월에 제대하는 아들이 대학을 안 가고 가업을 잇겠다고 한 것이다. “그놈한테 가게를 물려주려고 오픈한 거예요.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가운 입고 넥타이 매고 일을 하는 것이 멋있어 보였나 봅니다.” 아버지로서 아들을 위해 터를 닦아 놓으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아들이 제대하면 일단 서울로 올려 보내 2~3년 정도 밑바닥 생활을 하게 할 생각이다. 처음부터 데리고 있으면 이 바닥의 ‘규율’ 어려운 걸 모르지 않겠나 싶어서고, 이 일이 어떤 일인지 좀 알게 한 후에 가게를 물려주려는 것이기도 하다. ‘스시나미’의 대표이자 한 아버지로서의 작은 소망인 셈이다.
일식 ‘스시나미’: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619-2.(수원지방법원입구근처)
예약 및 문의: 031-217-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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