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복 칼럼] 식물공장(植物工場)

윤재복 | 기사입력 2022/09/23 [14:22]

[윤재복 칼럼] 식물공장(植物工場)

윤재복 | 입력 : 2022/09/23 [14:22]

▲ 윤재복 서울대학교 농학박사     ©수원화성신문

 

지구온난화로 인한 가뭄과 폭우 그리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태풍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는 이미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 위기 단계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따른 농지감소와 생태계 교란 등은 전 세계적인 식량안보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다. 최근 우리나라와 일본에 들이닥친 태풍 힌남노는 기후 위기의 단편적인 예로 다수의 인명 피해는 물론 결실을 앞둔 농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줌으로써 우리의 추석 밥상머리 물가에 날개를 달게 했다. 이러한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는 다양한 형태의 농작물 재배법을 개발하고 있으며, 자연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인위적인 환경 조절을 통해 안정적인 농작물 생산을 목적으로 발전시킨 기술이 바로 식물공장(수직농장)이라고 할 수 있다.

 

식물공장(plant factory) 또는 수직농장(vertical farm)이란 용어의 기원은 정확하지 않으나, 대략 1960년대 유럽에서 유리온실 등의 시설재배가 성행하면서 대규모 공장식 농업을 ‘식물공장'이라고 불렀던 것으로 본다. 북유럽 지역은 흐린 날이 많고 일조 시간이 적어 채소 생육에 좋은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노지 재배보다는 시설재배가 발달하게 되었는데, 특히 네덜란드에서 채소를 중심으로 수경 재배가 성행하게 되자 땅에 뿌리를 박고 있지 않은 작물을 사람들이 보고 마치 식물공장 같다고 말했다고 얘기가 있다.

 

식물공장이 가시화된 것은 1957년에 덴마크의 크리스텐센 농장에서 새싹채소를 컨베이어 방식으로 생산하면서부터이다. 이러한 식물공장 방식이 네덜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으로 확산하였는데, 유럽의 농업 기술을 소개한 일본에서 1970년대에 식물공장(植物工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우리나라에도 같은 용어로 파급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식물공장이 수직으로 다단의 재배 배드를 사용하기에, 수직농장(vertical farm)이라고 하며 최근 수경재배와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에 힘입어 지금 농업선진국들은 도시 안에서의 미래 식물공장 건설에 과감한 연구개발은 물론 대규모 기업형 투자 또한 진행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식물공장(수직농장)은 농작물을 통제된 일정한 시설 내에서 빛과 온도, 습도는 물론 이산화탄소 농도 및 배양액(비료와 수분 등) 등의 환경 조건을 인공적으로 제어하여 계절이나 장소와 관계없이 그 작물이 생육하는데 필요한 최적의 환경 조건을 줌으로써 자동으로 연속 생산할 수 시스템을 통칭한다.

 

우리나라는 2004년 농촌진흥청 내에 수평형 식물공장을 설치한 바 있으며 2010년 이후부터 수직형 식물공장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2009년 삼성경제연구소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농업의 진화: 식물공장’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하여 미래 농업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고 농촌진흥청은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을 보냈는데, 이는 영하 40도 이하에서도 채소재배가 가능한 이동식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은 엔씽 등의 기업과 국가의 적극적인 기술 수출 전략에 힘입어 중동 등에 수출이 진행되고 있으나 식물공장 기술 전반에 대해서는 가까운 일본이나 유럽의 여러 나라에 비해 그 기술 수준이나 기업형 투자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렇듯 식물공장은 기존에 알려진 농작물 생산에 필요한 최적의 환경을 인위적으로 제공하고 또한 재배과정 중의 생육 상태를 과학적으로 관리하여 비료나 농약 등을 적게 투입하는 최첨단 정밀농업(precision agriculture)으로 일반 농작물 재배보다 생산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노지에서 재배가 어려운 기능성 농작물을 재배함으로써 고부가가치 농업을 실현할 수 있고, 농작물의 연중 재배를 통해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임으로써 식량안보를 위한 적극적인 미래 농업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바, 우리나라도 식물공장에 대한 적극적인 R&D 투자는 물론 창업 활성화 및 기업형 식물공장 건설 등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윤재복 서울대학교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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