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현 칼럼]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수학자 허준이 교수의 뛰어난 성취의 비결은?

유미현 | 기사입력 2022/07/25 [08:09]

[유미현 칼럼]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수학자 허준이 교수의 뛰어난 성취의 비결은?

유미현 | 입력 : 2022/07/25 [08:09]

 

올 여름 장마와 무더위로 지쳐가던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시원한 두 가지 소식이 연달아 들려왔다. 하나는 6월 18일에 개최된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소식이다. 또 다른 하나는 7월 5일 들려온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 소식이다.

 

분야는 예술과 수학으로 전혀 다르지만 두 가지 상 모두 매우 특별한 기록을 수립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만 18세로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수상을 하였다는 기록을 세웠다. 또 허준이 교수는 한국계 수학자로서 최초의 필즈상 수상을 한 영예를 얻었다. 특히 필즈상은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릴 정도의 엄청난 상이며, 만 40세 이전의 수학자에게만 수상의 영예가 돌아가는 상이다.

 

이와 같은 세계적인 상을 수상한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허준이 교수에게는 뭔가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 둘 다 중요한 시기에 한국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둘 다 우리나라 정규교육의 영향으로 성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누군가는 한국 교육시스템의 덕분이 아니라 한국 교육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뛰어난 성취를 한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남보다 늦은 7세에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알려져있다. 이후 예술의전당 음악영재 아카데미 선발, 금호영재 콘서트로 데뷔하는 등 예술영재 지원 프로그램의 혜택을 입었다. 예원학교 졸업한 후 바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하였다. 임윤찬이 예술의 전당 음악영재 아카데미와 같은 예술 영재 프로그램에 선발된 것이 임윤찬의 인생에서는 정말 중요한 기회이자 행운이 아닌가 싶다. 어린 예술 영재들을 조기에 발굴하여 지원하는 영재교육 시스템이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발굴하고 키워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준이 교수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초중고, 그리고 대학, 대학원까지 한국에서 나온 한국 교육시스템 속에서 성장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 교육시스템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제한된 시간에 빠르게 많은 문제를 풀어내야 하는 한국 교육시스템 속에서 힘들어 했다고 한다. 수학 성적이 우수하지 못했지만 중간은 되었으며, 수학 자체에는 흥미가 있었지만 한국식 입시위주의 수학 교육 때문에 재미를 지속시키기 어려웠다고 한다. 허준이 교수는 한국식 교육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성취를 한 사례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두 번째, 두 사람은 재능 계발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좋은 스승과의 만남이 있었다. 초6이던 임윤찬의 재능을 알아보고 발탁하여, 지금도 지도하고 있는 스승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손민수 교수. 그는 임민찬을 지도하면서 놀라운 재목임을 직감적으로 알았다고 한다. 손 교수는 음악을 정말 수순하게 대하고 자신을 놀라게 하는 순간이 많은 학생이었다고 이야기한다.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사이를 떠나 음악적 동반자 같은 느낌이다. 따뜻한 시선으로 제자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누구보다도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하는 손민수 교수가 있었기에 임윤찬이 더욱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허준이 교수의 경우에도 운명 같은 스승과의 만남이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서 물리천문학을 전공하던 대학생 허준이가 수학으로 전공을 바꾸게 된 계기는 바로 1970년 필즈상을 수상한 히로나카 헤이스케와의 만남이다.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자전적 에세이인 ‘학문의 즐거움’의 저자이기도 하며 2008년부터 서울대학교 자연대 수리과학부 초빙석좌교수로 강의와 논문지도를 하였다. 그 때 수업을 들었던 학생 중에 허준이가 있었던 것이다. 허준이는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대수기하학 강의를 수강하고, 그와 많은 소통을 하게 되면서 수학에 대한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후 대학원 전공을 수학으로 변경하고, 미국에서 수학으로 박사학위를 하게 되었다. 이처럼 뛰어난 성취를 한 사람의 인생에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좋은 스승과의 만남이 있다.

 

세 번째, 두 사람은 모두 인문학적 소양 매우 뛰어나다. 피아노를 치는데 인문학이 왜 중요할까 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임윤찬은 우승 후 귀국간담회에서 단테의 ‘신곡’은 전체를 외우다시피 할 만큼 읽었다고 한다. 리스트의 피아노 연작 ‘순례의 해’ 가운데 ‘이탈리아’의 마지막 곡인 ‘단테소나타’를 연주할 당시부터 단테의 ‘신곡’을 거듭 읽었다고 한다. 임윤찬 스승인 손민수 교수는 ‘건반위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러셀 셔먼을 스승으로 두고 있다. 셔먼은 손교수를 지도할 때 여러 인문학 고전을 읽은 뒤 리포트를 쓰게 했다. 만일 읽지 못했다고 하면 반쪽짜리 음악가, 손만 돌아가는 기계가 될 거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인문학적인 소양은 기교 자체에 함몰되지 않는 연주를 하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손교수 역시 제자 임윤찬에게 이러한 인문학적 소양을 가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허준이 교수의 경우 학창시절 시인을 꿈꿀 정도로 문학적 재능과 흥미가 있었다. 비록 문학과 거리가 있는 수학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는 “수학을 공부하면서 수학의 언어가 아니라 문학이나 예술의 언어로 듣는 경험을 했다.”라고 하였다.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뛰어난 성취를 하는 인재들이 더욱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우리나라 영재교육 시스템을 다시 한 번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평균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도 매우 중요하지만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 영재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뛰어난 재능을 가진 영재들을 조기에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

 

임윤찬의 경우 KT&G, 대원문화재단, 현대차정몽구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많은 기업들이 지원이 없어서 재능 발휘를 못하는 수많은 영재들의 발굴과 지원에 앞장 서주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유미현 교수 (아주대 교육대학원 융합인재 및 영재교육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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