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복 학장은 “학벌과 수능으로 인해 공교육이 불완전교육이 되어 버렸다”고 비판하며, “공교육 정상화의 시작은 국립대 통합과 수능폐지”라고 말했다. ©수원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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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산업체 맞춤형 인재 양성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
│“자유롭게 진로를 탐색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회와 권리 보장해야”
│“교육 개혁의 시작은 국립대 통합과 수능 폐지”
│“AI 튜터 공교육 도입 ··· 미래교육 서막 열릴 터”
한국폴리텍대학 청주캠퍼스는 혁신성장의 주축이 되는 융합형 기술인재를 양성하는 일자리 특화대학으로 2020년 취업률 80.8%로 충북권 대학 중 취업률 1위를 달성했다. 작년 6월 1일 취임한 이한복 제 13대 한국폴리텍대학 청주캠퍼스 학장은 “AI 튜터의 도입은 단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닙니다”라며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개인별 맞춤 교육이 가능해지고, 교사의 역할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분석하며 “이는 공교육 혁신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 주장했다. 그를 만나 미래 공교육에 대한 비전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학장님께서는 경기도교육청 정책기획관, 경기도교육연구원 원장을 역임하고 한국폴리텍대학 청주캠퍼스 학장으로 취임하셨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1964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안동고를 나왔다. 한국외대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폴란드과학아카데미 정치학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 당시 국회의원이셨던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보좌관으로 정치를 시작해서, 노무현 대통령후보 특보,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 교육 전문위원, 열린우리당 전략기획실장 등 당직을 경험했다. 그리고 2014년부터 3년 반 정도 경기도 교육연구원 원장으로 있었고, 그 이후에는 경기도교육청 정책기획관을 지냈다.
- 한국폴리텍대학은 명실상부한 취업사관학교다. 특히 청주캠퍼스는 취업률이 높은데, 특별한 비결이 있나?
한국폴리텍대학은 종합기술전문대학이다. 산업 현장에서 바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 목표다. 그러기에 우리는 교육훈련의 현장성과 창의 인재 육성을 강조하며, 글로벌 멀티 테크니션(Global Multi Technician)을 키우고 있다.
이를 위해 항상 기업과 소통하며 기업이 원하는 교육-실습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우리 청주캠퍼스의 AI FACTORY 융합기술센터가 대표적이다. LG화학 등 지역의 기업과 함께 제품의 설계, 가공, 후가공, 도장, 조립 등 전 과정을 실습할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다. 단순히 시제품을 만드는 차원이 아니라, 기업의 공장과 거의 같은 환경에서 통합적인 교육·실습이 이루어진다.
학생들의 의지와 역량도 뛰어나다. 폴리텍대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비전과 목표가 명확하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학생도 많다. 목표가 확고하기에 의지도 강하고 성실성도 남다르다. 당연히 학업 성취도도 뛰어나고, 기업도 이런 인재를 바로 채용한다.
▲ 한국폴리텍대학 청주캠퍼스 전경 ©수원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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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캠퍼스 올해 입학생 지원 현황이 궁금하다. 현재 추가모집도 가능한가?
청주캠퍼스에는 컴퓨터응용기계과, 스마트팩토리 ICT융합과, 메카트로닉스과, 반도체시스템과, 전기에너지과 이렇게 5개 과가 있다. 이 중에서 컴퓨터응용기계과, 메카트로닉스과, 스마트팩토리 ICT융합과에서 결원이 생겨 추가모집 중이다. 추가 모집 기간은 3월 4일까지다.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주시길 바란다. 정원이 다 찬 학과의 경우 중간에 입학을 포기한 학생이 생기면 추가모집을 하는데, 3월 초에 학교 홈페이지에 공고할 것이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폴리텍대학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살펴보시기를 부탁드린다.
-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는 평이 많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나?
폴리텍대학에는 직장 생활을 하다 새로운 분야를 선택해서 입학한 학생들이 많다. 올해도 20대 후반에 들어와 서른이 넘어 졸업하는 학생이 여럿이다. 거의 모두가 취업에 성공해서 다행이고,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있지만, 한편으로 미안하다.
만약 공교육이 그들에게 10년 전에, 그들이 청소년일 때, 다양한 기회를 주었다면 어땠을까? 청소년기에 경험을 통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었을까? 그랬다면 좀 더 젊은 나이에 자신의 꿈에 열정을 쏟지 않았을까? 공교육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죄의식과 미안함을 느낀다.
- 고등학생들이 스스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공교육의 목표는 성인이 되기 전에 학생들에게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길러주는 것이어야 한다. 공교육을 통해 완전한 사회인, 성인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수능 때문에 불완전교육이 되어 버렸다. 다른 이들과 협동하는 능력, 공감하는 능력,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는 자질, 공동체의 발전과 자신의 발전을 조화하는 자세와 같이 사회생활에 꼭 필요한 능력은 수능 점수와 무관하다. 인문학적 소양이든지, 과학적·논리적 사고력, 창의성 같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역량도 시험 점수로 평가하기 어렵다.
사회인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과 학교와 학원에서 배우는 것들 사이에 부조화가 심각하다. 그 결과 아이들은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경험하며 꿈을 키울 기회, 자신의 목표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진로를 탐색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지금이라도 학생들에게 ‘자유로이 진로를 탐색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회이자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 자유로이 진로를 탐색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회이자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한다. 불완전교육이라는 비판도 와닿는다. 혹시 학장님께서는 이를 위해 대안이랄까, 방향이랄까, 평소 생각하고 계시던 게 있나?
불완전한 지금의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수능을 폐지하고, 대학 서열화를 없애는 것이다. 문제는 ‘언제’, 그리고 ‘어떻게’이다. 여러 제안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대선 이후 바로 국립대 통합을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수능을 폐지하는 방안이 가장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대선 후보들이 이 두 가지를 공약으로 내세워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공교육 정상화는 국가적인 과제다. 말씀하신 국립대 통합이나 수능 폐지도 당장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수능 폐지 전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나?
수능 폐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수능이 존재한다고 아무것도 못하는 건 아니다. 먼저 대학을 가지 않기로 결정한 학생들이나 수시를 선택한 학생들에 대한 정책을 가다듬어야 한다. 예를 들어 수백 종류의 국가(공인)자격을 위한 과정이 여기에 해당한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러한 과정이 이수한다면, 그리고 더 노력해서 자격증도 딴다면, 취업이나 대학진학에 아주 유리하다. 현재의 특성화고 전체를 통합하고, 기존 학교를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 교육기관으로 재구성하면 이를 위한 인프라를 마련할 수 있다.
객관식 시험 점수를 높이면서도 미래교육 역량을 키워주는 것도 수업의 혁신으로 가능하다. 강의식 수업의 축소, IT 활용 자기주도학습 지원시스템의 적용, 영재 교육 프로그램의 확산과 같은 정책이 있을 것인데, 특히 중요한 것이 AI 튜터다.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개별화, 즉 개개인에 특성과 역량, 수준에 맞는 특화한 교수-학습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못한 이유는 예산과 인력의 부족 때문이다. AI 튜터는 인력의 증원 없이, 막대한 예산 투입 없이 과거에는 이론에 불과했던 개별화 교육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 AI 튜터를 도입하면 어떤 변화가 생기나?
AI 튜터는 수업의 모습을 바꿀 것이다. 학생들은 디바이스를 이용해서 자신에게 적합한 교재로, 자신의 수준에 맞는 내용을 공부할 것이다. 교사는 그 옆에서 배움의 동반자 역할을 할 것이다. 자기주도학습과 프로젝트 활동, 토론과 프리젠테이션이 기본이 될 것이고, 똑같은 교과서로 똑같은 강의를 듣는 수업은 사라질 것이다.
교사의 업무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교사의 업무 중 평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데, AI 튜터는 교사의 평가 업무를 보조하며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도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AI 튜터는 사교육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다. 24시간 언제든 이용할 수 있고, 학생 개개인에 맞춰져 있고, 학교 생활과 연결된 AI 튜터가 있다면 굳이 사교육을 받을 이유가 없다. 정리하면 AI 튜터의 도입으로 개별화 교육, 수업의 혁신, 교사의 역할 변화, 업무 경감, 사교육비의 절감이 가능하다.
- 최근 학장님이 경기도교육감에 출마한다는 언론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다.
올 6월 지방선거에서 누가 교육감이 되느냐에 따라 교육정책의 큰 틀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큰 성과로 인정받는 것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다. 이를테면, 학부모와 학생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꿈의 학교나 꿈의 대학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혁신학교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미래학교 설립도 어려워질 수 있다. 혁신학교의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교육을 도입해야 하는 시점인데, 오히려 퇴보할 수 있다. 이런 위기감 때문에 많은 분들이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