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동학대와 학교폭력 해법을 찾아서
유문종 | 입력 : 2021/02/24 [17:16]
▲ 유문종 (수원2049시민연구소 소장) ©수원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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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에 이어 학교폭력문제가 사회 이슈가 되었다. 배고파서 굶주림에서 벗어나는 일이 급할 때는 생산현장에서 희생당하는 노동자의 삶이 이슈가 되었고, 억압하는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민주적인 정부를 세우려는 시절에는 민주화운동이 제일 중요한 과제였다. 그럼 87년 6월 민주화운동 이후 대통령도 시장도 시민이 선출하는 시대에는 무엇이 문제일까?
요즘 연이어 언론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아동학대 문제와 학교폭력 기사를 보면서 민주주의를 다시금 생각한다.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아닌 생활 속의 민주주의가 절실하게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아동학대 이슈가 처음 보도되었을 때 여러 언론은 입양제도의 문제를 추궁했다. 그 과정에서 입양가정이나 입양 관련 활동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받았을 고통을 생각해 보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 입양 가정이 아닌 가부장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의 문제로 초점이 옮겨졌다. 입양제도가 아닌 우리사회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폭력문제에 주목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왔다. 그나마 입양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접근해서 다행이기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폭력의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문제를 확대하면 해결 방안도 쉽게 찾을 수 없고, 시민을 이해시킬 수 있는 답을 주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정해진 범위, 주어진 조건만을 고민해서 답을 말할 필요가 충분히 있을 것이다. 범위와 조건을 확대하면 해결 방안도 복잡해지고 힘들어진다. 적당한 수준과 내용으로 정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넘어가야 한다. 그것이 편안하고 모두가 무사하며, 뒤탈이 없다. 언론도 정치권도 전문가도 그렇게 정해진 공간에서 활약한다. 그래야 모두가 안심할 수 있다.
그렇게 지나가는 사이에 이번에는 과거에 있었던 학교폭력 문제가 이슈가 되었다. 체육계의 고질적인 폭력 문제가 다시 터져 나왔다는 지적에 체육계는 우왕좌왕하고 있다. 모든 시선도 학교와 스포츠계 폭력에 집중하고 있다. 학교 체육 관계자와 운동부 감독 등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학대와 폭력문제를 진지하게 사회, 문화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드러나는 문제는 그 수준과 범위에서 조사하여 처벌하여 해결해나가야 한다. 다만 눈에 보이는 해법이 임기응변이나 현재의 문제를 벗어나려는 조급함에서 나오는 결과라면 한 번 더 생각해보아야 한다. 상처가 확대되어 여러 방향으로 확산되는 것이 두려워 서둘러 진압하려는 태도가 있다면 더욱 위험하다. 뿌리를 잘라 버리지 못하면 싹은 언제든 다시 자랄 수 있다. 현상으로 보이는 해법이 아니라 좀 더 밑으로 내려가 근본적인 대책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동학대와 학교폭력이 온존하며 이어갈 수 있는 사회적 폭력성을 고발하자는 것이 아니다. 고매한 시민의식으로 무장한 민주시민들이 만들어가는 높은 민주주이 사회를 지향하고 있지만 그 사회를 당장 만들자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도덕적 차원으로 문제를 가져가기 보다는 현실적 해법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답은 마을 공동체에 있다. 각 자의 삶이 존중되고 보호되면서도, 이웃과 동료의 생활을 공유하며 나눌 수 있는 친밀한 마을공동체를 제안한다. 작은 일도 활발하게 토론하고, 혹여 불편함이 있으면 언제든지 나눌 수 있는 동료와 이웃들과의 관계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확립되어 가는 생활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이웃과 소통하며 생활하는 마을에는 고독사도, 아동학대도 은폐될 수 없다. 혹여 조금이라도 이상한 모습이 보인다면 빠르게 대책을 세워 해결해 나갈 수 있다. 밥숟가락까지는 아니어도 서로의 생활을 적절한 거리두기를 통해 나눌 수 있는 마을공동체는 건강하게 서로의 삶을 지켜줄 수 있다. 학교폭력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단절된 관계에서 문제는 깊어지고, 숨겨지게 된다. 친밀한 교우 관계, 사제 간의 스스럼없는 생활이 폭력을 드러나게 하고, 예방할 수 있다. 제도적 접근과 함께 생활 속에서 학대와 폭력을 문제를 해소해 나갈 수 있는 길도 활발하게 토론되고 찾아 나가야 한다.
유문종 (수원2049시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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