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방자치법 전부 개정

유문종 | 기사입력 2020/12/23 [16:30]

[기고]지방자치법 전부 개정

유문종 | 입력 : 2020/12/23 [16:30]

 

지방자치법도 대한민국 헌법도 참 오래 유지되고 있다. 바뀌어도 서너 번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시간이 지났다.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으로 현행 헌법이 개정되고, 이듬해인 1988년에 지방자치법도 개정되었다. 그때 만들어진 지방자치법이 무려 32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 30년이 넘게 우리 사회가 큰 변화 없이 지나온 것은 아닌데 이 법만큼은 헌법과 함께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영화나 소설에서 아련한 추억으로 소환되던 시절에 헌법과 지방자치법은 머물러 있었다.  

 

그렇게 화석처럼 보전되던 지방자치법이 다행히 최근 전부 개정되었다. 타법 개정에 따른 일부 조항의 개정이나 조문 이동이 아니라 지방자치의 기본원칙을 명시하는 등 대폭적인 변화가 있었다.  지난 12월 9일 국회에서 이법이 통과되면서 지방자치, 지방분권은 새로운 차원에서 실행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양립하며 견제하고 협력하는 모습만 보았지만, 앞으로는 의회에서 시장을 뽑거나, 행정전문가를 채용하는 등 다양한 기관 구성이 가능해졌다. 자치사무의 원칙인 보충성의 원리, 포괄적 사무이양 등이 법에 명시되었으며, 국회의원 보좌관처럼 지방의회 전문인력 배치와 인사권의 독립이 가능해졌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는 지방자치 활동에 대하여 주민에 대한 정보공개를 의무화하고,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필요시 별도의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치, 운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서너 개 지자체가 경제 효용을 위해서나, 혹은 하천 유역을 공동 관리하는 등 여러 필요에 따라 특별한 단체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주민이 요구하는 자치단체를 만들고, 주민이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자치단체를 운용할 수 있는 길이 좁으나마 열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법은 개정되었으나 운용은 시민에게 달려있다. 울타리가 이리저리 바뀌어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고, 어떤 행동이 가능한지는 아직 잘 모른다. 부딪혀가며 법의 효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서커스단에 있는 코끼리가 최초에 자신에게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듯, 우리도 지난 32년 동안 우리를 규정한 지방자치법의 테두리에 묶여 있을 수 있다.

 

그래서 32년 만의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어떤 의미를 갖고 얼마만큼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부딪히고 실천해야 그 범위를 넓혀 나갈 수 있다. 실험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통해 자치와 분권이 어디까지 확장되고 심화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지방자치법이 전부 개정되었다고 대한민국 현실이 자동적으로 바뀌어 지지는 않는다.

 

법 개정 이후 미래는 지역 주민의 행동에 달려있다. 지자체 시민이 어떤 생각과 판단을 갖고 도시발전의 전략과 계획을 설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5천 만이 조금 넘는 인구가 좁은 영토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물줄기와 산 흐름에 따라 다른 삶을 살아가는 한반도 시민의 삶이 비로소 다양하게 펼쳐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비록 짧은 거리이지만 산을 경계로 물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하천 유역의 문화가 오래 동안 지역 주민에게 끼친 영향은 적지 않다. 지금이야 지형적 문제를 뛰어넘는다고 하지만, 자연친화적인 행정과 삶만이 지속가능하다. 앞으로 다양한 자치와 분권을 시도하면서 유념해야할 지점이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활약은 이전과는 다른 차원에서 전개될 것이며, 주민자치 활동 또한 새로운 모습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자연과 어울리는 지속가능한 지방자치를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새롭게 꿈꾸어 본다.

 

유문종(수원2049시민연구소 소장)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포토뉴스
수원시립교향악단 제290회 정기연주회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1번 1905년”
1/7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