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 그 이후 공동체
유문종 | 입력 : 2020/10/22 [15:54]
여전히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는 시점에서 그 이후에 대한 논의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2차 대유행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종결 이후 공동체를 그려본다는 것이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어리석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와의 동행이 10개월이 지나가고 있고, 동행을 통해 많은 변화와 고통을 감수해 왔으니 어렴풋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해 무언가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이 바이러스가 마무리된 이후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려볼 수도 있게 되었다.
코로나19가 끝난 후 공동체의 변화는 이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상황을 분석하여 대응하는 방식을 보면 그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 방역당국은 삼밀을 피할 것을 강조했다. 밀폐, 밀접, 밀집을 가능한 하지 말라는 요구였다. 밀폐된 공간을 벗어나 개방된 공간을 만들고, 외부와의 순환을 제안했다. 밀접 접촉을 피하고 적당한 거리두기를 반복하여 이야기한다. 개인과 이웃과의 관계를 돌아보며 물리적 거리는 유지하되, 정서적 거리를 긴밀하게 하자는 권고이다. 대규모 집중을 강제하는 생활방식에서 분산과 자율적 연대의 중요함을 생각하게 한다.
그렇다면 누가 삼밀을 강제하고 이런 상황을 확대하고 있었을까? 그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이다. 서 있는 자리에 따라, 가고자하는 미래의 방향에 따라, 더 강력한 힘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 키우려는 의도에 따라 다른 분석과 해법을 제시할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벗어나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지구를 지키려는 자연의 힘을 거론하면서 생활방식의 전환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바이러스가 멈추게 한 인간 활동이 가져 온 맑은 하늘과 살아나는 환경을 보면서 이런 호소는 설득력을 키워간다. 편리한 생활을 위해 무분별하게 쏟아내는 상품과 쓰레기, 속도 경쟁과 성장지상주의가 낳은 기후위기에 대한 바이러스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환경론자의 주장이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시대가 지나가고, 각 자의 취향과 조건에 맞는 생산 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지만, 사회 운영방식은 여전히 대규모 집중과 밀집을 통한 힘의 행사가 주요한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경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으나, 정치나 사회제도는 여전히 정체되어 있음을 코로나19가 깨우쳐주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한 발생원인과 해법 찾기는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 결과와 그에 따른 과학적 방역대책으로 충분할 수 있다.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동의되는 과학만이 감염병에 대한 올바른 대안을 제시한다. 과학을 통해 감염병을 치료하고, 백신을 통해 이 사태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
다만 여전히 우리가 살아갈 미래사회는 과학이 주는 사실을 정치와 사회제도를 통해 만들어가야 한다. 코로나19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사회를 그려볼 때 그 교훈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의 특성과 확산 과정, 그리고 이를 막아내는 방역 대책 등을 통해 새로운 사회의 모습을 찾고 준비해가야 한다. 개방과 새로운 소통 방식, 그리고 분산과 연대가 코로나19를 넘어서는 길이자, 그 이후 삶의 모습으로 보여 진다.
인간의 공간과 뭇 생명의 공간이 단절되지 않도록 노력하자. 공동체 구성원의 삶이 밀폐된 공간에서 신음하지 않도록 개방된 공간을 확대하자. 효율과 이윤을 위해 밀접을 강요하는 경제활동을 벗어나 개인의 안전을 보장하자. 새로운 소통방식을 만들어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삶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자. 중앙 집중과 밀집을 추구하는 정책을 버리고 분산과 소규모 자율적 공동체의 연대로 전환하자. 이것이 필자가 생각하는 코로나19가 주는 어렴풋한 교훈이다.
유문종(수원2049시민연구소 소장)
<저작권자 ⓒ 수원화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