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촘촘하게, 더 현장으로

유문종 | 기사입력 2020/09/16 [16:47]

[기고] 촘촘하게, 더 현장으로

유문종 | 입력 : 2020/09/16 [16:47]

 

재난지원금, 재난기본소득,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정부와 여당, 그리고 야당까지 선별지급으로 가닥을 잡고 추진한다고 알려졌다. 어느 분은 방식보다는 속도가 문제라고 빨리만 지급하자는 의견도 있다. 모두 소중한 의견이다.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시대흐름을 보면 기본소득 개념으로 전 국민 지급에 동의하지만, 워낙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는 시민들을 생각하면 특정 집단에게 더 많이 지원하는 방안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추석 전에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분명 귀 기우려야 한다.

 

여당안에서는 당론이 정해지고 정책이 집행된다고 이 토론을 마무리하자는 분들의 의견도 있지만, 이번 한 번만 실행할 정책이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정책의 흐름을 정립해가는 토론이라면 굳이 서둘러 끝낼 필요는 없다. 신속하게 이번 결정에 따라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이 정책의 효과가 제고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다만 현재에 충실하되, 미래에 대한 논쟁을 덮을 필요는 없다.

 

또 하나 이런 논쟁이 같은 당 안에서 서로를 멀어지게 하고 선을 긋게 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정책논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차이점을 부각하여 은근히 갈등을 부추이려는 언론도 있고, 과한 열정으로 같은 당의 지지자끼리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기본소득 관련 논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기본소득은 특정인의 정책이나 상징이 아니다. 먼저 제기하였다고 그 사람이 독점할 수도 없다. 특정 시점은 정책적 판단이 영원할 필요도 없다. 또한 기본소득은 여러 국가정책의 한 부분일 뿐이다. 미래를 책임 질 만병통치 정책이 아닌 기본소득 논쟁이 가져올 후과를 너무 과하게, 앞서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기우일 뿐이다. 오히려 202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러한 논쟁이 더욱 치열하게 불붙기를 기대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담그기를 주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8월 말부터 최근까지 진행되는 재난지원금 논쟁을 보면서, 정책이 더 좋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책 범위와 대상을 세분화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수준에서 기준을 세우고, 국가단위로 대상자를 선별하는 현재에서, 국가는 기본적인 기준을 제공하고, 지역 단위에서 대상자를 선별하는 미래로 진화해야 한다.

 

국가 기준선의 적용을 지역마다, 도시마다 실정에 맞게 진행한다면, 더 정확하고, 더 빠르게 선별하여 지급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분권의 관점으로도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중앙 집중에서 지방분권의 차원으로도 이 논의를 확장시켜야 한다. 중앙정부는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과 방향을 설정해주고, 지역마다 예산 총액을 분배해주면 지자체가 각각의 실정에 맞추어 선별하여 지급하는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야 한다.

 

균형발전을 토론할 때, KTX로 세 시간이면 어디든 갈수 있는 나라에서 지역균형이 어떻고, 지방분권이 어떠니 하는 논리는 과하다는 의견을 접한 기억이 난다. 서울중심성이 허물어져, 국가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우려에서 나온 의견이었다.

 

그러나 지역을 한 두 달이라도 다녀본 사람이라면, 지방소멸, 마을 과소화를 걱정하는 주민과 몇 번이라도 진지하게 토론해 본 사람이라면 지역 균형발전은 시급한 숙제이고, 지방분권은 선택중의 하나가 아닌 필히 나가야 할 길임을 알게 될 것이다.

 

더욱이 매번 국가 수준의 기준선이나 정책 적용이 가져오는 문제점을 만날 때마다, 좀 더 촘촘하게 정책을 설계하고, 좀 더 현장으로 내려가 실행할 수 있다면, 그렇게 권한을 배분하고  책임을 지게 한다면 어떨까 생각하게 된다.

 

1995년 통합 지방선거 실행 이후, 대한민국은 빠르게 진화해왔다. 지방의 여러 사례가 국가정책을 바꾸고 있다. 이런 역진현상은 더 많이, 더 강력하게 나타날 것이다. 재난지원금 선별지급과 전국민 지급 논쟁을 보면서 문재인대통령의 연방제에 버금가는 분권형 국가 공약을 떠올려본다.

 

유문종(수원2049시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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