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란의 커피이야기]비엔나커피문화란 무엇일까?

박병란 | 기사입력 2020/05/21 [16:22]

[박병란의 커피이야기]비엔나커피문화란 무엇일까?

박병란 | 입력 : 2020/05/21 [16:22]

 

많은 음악가, 미술가, 철학가 등을 낳은 예술과 철학 등이 공존하는 도시,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알려진 빈(독일어로 Wien, 영어로 Vienna)은 다뉴브강 상류에 있는 오스트리아의 수도다. 오스트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복지 국가 가운데 하나인데 수도 빈은 수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됐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비엔나커피는 오스트리아 빈에 가면 없고 아인슈패너나 멜랑쥐를 마신 사람들이 메뉴 이름을 잊어버리고 그냥 비엔나에서 파는 커피를 통틀어 비엔나커피라고 부른 데서 생겨났다. 빈에는 비엔나커피는 없고 300년 이상이 된 비엔나커피문화가 존재하고 있다.

 

예술적 영혼과 예술적 향기가 살아 숨 쉬는 곳이 바로 오스트리아 빈이다. 비엔나커피문화는 지난 2011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이고 인류의 유산이다.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 연출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는“빈은 사람들이 앉아 커피를 마시는 카페하우스들이 둘러싸고 지어진 도시”라고 칭송했다. 사회학자 Light & Keller는 “일반적으로 문화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가치관과 신념, 이념과 관습, 그리고 지식과 기술 등을 포함한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개념으로서 사회구성원의 행동 형성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비엔나커피문화는 오스트리아 빈에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고 가꿔온 문화다.

 

비엔나 3대 카페라면 카페 자허, 카페 데멜, 카페 센트랄 등이라고 한다. 카페 자허는 초콜릿과 살구잼 등을 곁들여 만드는 오스트리아의 초콜릿 케이크인 자허토르테(Sacher Torte)를 처음으로 만들어 유명한 카페이다. 카페 데멜은 지난 1786년 세워진 카페로 합스부르크 황실에 베이커리를 공급한 디저트의 천국으로 각종 케이크와 빵이 맛이 있기로 유명한 카페이다. 카페 센트럴은 지난 1876년 개장한 후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 유명 작가들이 단골로 방문했던 유서 깊은 장소다. 지금도 카페 센트럴에 가면 작가 아이텐베르크의 밀랍인형이 우리를 맞이한다. 그는 온종일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글을 썼는데 심지어 우편물까지도 이곳 주소로 받았다고 전해진다.

 

빈은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이 피아노를 연주했고, 비발디가 죽기 전 마지막 1년 동안 지냈던 곳으로 과거와 현재와의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커피하우스에 앉아 모차르트가 커피 한 잔을 마주하고 악상을 떠 올리며 작곡에 빠졌던 장면을 생각해보거나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커피를 마시면서 철학적인 사유를 하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마음속으로 커다란 울림이 다가온다.
 
지금부터 337년 전인 1683년 오스만 제국 메흐메트 4세는 유럽점령의 야심을 품고 약 30만 명의 대군을 이끌고 신성로마제국의 수도 빈을 7월14일부터 약 2개월 동안 공격했다. 결국, 오스트리아군은 1만5천여 명의 적은 병력으로 오스만제국 대군에 맞서게 된다. 터키 말을 잘할 줄 아는 게오르크 콜시츠키(Georg Frantz Koltschitzky)는 빈을 포위하고 있는 오스만제국의 진영을 통과해 연합군에게 정보를 전한 전령으로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데 결정적으로 공헌한다. 그는 오스만 군대가 버리고 간 500포대의 커피콩과 커피 기물 등을 모두 챙겨 1686년 커피 하우스 ‘푸른 병 아래의 집(Hof zur Blauen Flasche)’을 연다. 오스트리아 비더마이어 화가인 프란츠 사버 샴스는 당시 비엔나 커피하우스를 배경으로 그린 <푸른병>은 콜시츠키가 개점한 최초의 커피하우스를 묘사한 작품으로 현재 남아있다. 이것이 비엔나커피문화의 시작이다.

 

커피가 빈에 전파된 시기는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등보다도 한참 후이지만 예술을 사랑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커피에 영감을 불어 넣기 시작해 다양한 메뉴들을 창조해 낸다. 한 명의 마부가 마시던 커피에서 유래한 아인슈패너, 당시 마차를 끌고 지금의 드라이브 스루처럼 마차에 앉아 커피를 주문해 들고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다 보면 어느새 커피는 한 모금도 남지 않았다. 이에 마부는 커피 위에 크림을 얹어 달라고 해 커피를 안정적으로 마셨다는 데서 유래한 마부의 커피다. 커피와 거품 낸 우유를 반반씩 섞은 부드러운 맛의 멜랑쥐, 진한 모카커피에 크림과 체리로 장식한 피아커(Fiaker) 등 공인된 종류만 30가지가 넘는 다양한 커피를 빈에 가면 즐길 수 있다.

 

어떻게 오스트리아의 빈이 유럽의 정치, 문화, 예술 등의 중심지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첫째 지정학적 위치에 근거한다. 독일,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등 8개국에 둘러싸여 유럽의 중심부에 있고 오랫동안 신성로마제국의 수도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둘째,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어우러진 오스트리아인들의 문화를 사랑하고 창조하고 가꾸는 낙천적인 국민성에 있다. 셋째, 지난 1273년 루돌프 1세를 시작으로 지난 1918년 카를 1세에 이르기까지 무려 645년 동안 유럽의 절반을 지배했던 합스부르크(Habsburg) 왕가의 번영과 예술에 대한 지원으로 안정적인 발전을 해왔다는 점이다. 빈국립오페라하우스, 빈미술사박물관, 합스부르크왕가의 겨울궁전, 성 슈테판 대성당, 쇤부룬 궁전, 벨베데레 궁전 등 미술, 음악, 건축 등 모든 것들이 집대성된 빈 자체가 종합예술작품(Gesamtkunstwerk)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아름다운 자연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나라의 상당 부분을 알프스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아름다운 도나우강(영어:다뉴브강)이 흐르고 있어 예술적 감성을 키우는 데는 아주 적절한 곳이었다.

 

오스트리아는 수 백 년 동안 신성로마제국의 중심 역할을 하면서 음악과 건축, 미술 등 문화, 예술 등이 매우 발달했고 지금까지 많은 유명 인사들을 배출하고 있다. 미술계의 거장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음악계의 슈베르트,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 쇤베르크,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 브람스, 말러 등이 있다. 20세기 가장 유명한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과 칼포퍼도 있다. 또한 멘델 법칙의 생물학자 그레고어 멘델, 콘라트 로렌츠, 수학자 쿠르트 괴델, 포르셰 자동차 설계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셰, 세계 최초 벤젠 연료 자동차를 개발한 지그프리드 마르커스 등도 오스트리아 출신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알프레드 아들러, 폴 바츨라빅, 한스 아스페르거, 빅토르 프랑클 등도 오스트리아 출신 지성인들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커피가 만나는 곳에는 예술과 철학과 지성 등이 피어난다. 비엔나커피문화에는 인류의 영혼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자 그럼, 오늘은 아인슈패너에 자허토르테 어떠세요?

 

다음 주제는 ‘커피와 시민정신은 어떤 관계일까?’입니다.

 

박병란(커피 컨설턴트, 현 비엔나커피하우스 무실점 대표,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커피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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