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이 주연한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은 국가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이 영화는 2004년 10월30일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마약 운반책으로 체포돼 대서양 건너 외딴 섬 마르티니크에 있는 교도소에 수감된 평범한 한국인 주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결국, 가족의 집요한 노력으로 2년 만에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마르티니크는 카리브해에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작은 섬으로 프랑스의 레지옹(지역)이고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황제의 아내인 조제핀 황후의 고향이기도 하다.
마르티니크 섬 하면 1723년 커피 역사에 잊지 못할 사람이 있다. 가브리엘 드 클리외라는 프랑스 장교다. 그는 프랑스 국왕의 식물원에서 커피 묘목을 몰래 훔쳐 마르티니크 섬으로 가져간 사람이다. 지금은 비행기로 한나절이면 가지만 그 당시 배를 타고 수개월 고생해야 도착할 수 있었다.
그는 항해 도중에 해적들에게 약탈당할 위기도 넘기고 물이 떨어지자 자신이 마실 물을 커피나무 묘목을 살리는 데 쓰기도 했다. 이런 고생 끝에 마침내 마르티니크 섬으로 커피나무 묘목을 가져가는 데 성공한다. 이렇게 한 장교의 집요한 노력으로 마르티니크 섬이 중남미의 커피 전파의 마일스톤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커피나무를 재배하는 농장이 여러 군데 있다. 우리나라는 커피 벨트(남위 25도-북위 25도 사이)에 위치하지 않아 노지(露地)에서 커피나무를 재배할 수가 없다. 커피나무는 기온이 15℃ 이하로 내려가면 생존에 지장을 초래한다. 그러므로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해야 적정온도(15℃이상-24℃ 미만)를 유지해 커피나무의 생명력을 이어 갈 수가 있다. 커피 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인의 하나가 바로 적정온도 유지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폭발적인 커피 수요로 보면 커피는 미래에도 수익을 가져다주는 사업이 될 것이 자명하다.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성공을 보장하는 사업도 아니다. 철저한 시장조사와 사업 얼개를 잘 짜서 사업을 하는 것이 관건이다. 보통 농장에선 커피나무만 판매해선 수익구조를 맞출 수가 없다. 커피를 가르치는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로스팅도 직접하고, 카페도 열어 함께 운영해야 한다. 그러므로 커피사업을 하려면 커피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과 융합도 고려해보아야 한다.
필자가 알기로는 우리나라에서 몇몇 분이 노지에서 커피나무를 재배하기 위해 실험적 도전을 하고 있다. 하지만 헛된 수고일 수가 있다. 우리나라 기후나 토양이 커피나무가 자라기에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커피 벨트 내에 있는 마이크로 랏(작은 농장)을 입도선매식으로 사전 계약해 우리 입맛에 알맞은 품종을 재배해 전량 가공 로스팅해 역수출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표적인 미국 기업이 나인티 플러스(Ninety Plus)라는 커피 회사다. 처음에는 생두를 수입해 로스팅해 판매하는 회사로 운영하다 직접 산지에 마이크로 랏(소규모 논장)을 운영해 재배 수확하고 로스팅해 판매하는 회사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자 그러면 집에서 커피나무 기르기에 도전해 보자. 커피나무는 꼭두서니과의 쌍떡잎식물이며 상록수이다. 이 정도면 관상용으로 아주 적합하다. 꽃을 피우면 재스민 향을 내뿜는 하얀색의 꽃이 피고 온도와 습도를 잘 맞춰 정성을 들이면 커피체리도 3년 이내에 볼 수가 있다. 더욱이 아라비카 품종은 자가수분이어서 자란지 3년부터는 매년 열매를 맺는다.
1단계로 인터넷을 뒤져 커피 씨앗을 파는 곳을 알아보자. 그리고 적당한 양을 주문하자. 씨앗을 주문할 때는 뉴크롭인지 확인하고 커피 품종이 무엇인지 꼭 확인해 둔다. 씨앗이 도착하기 전에 씨앗을 맞을 준비해야 한다. 발아에 적당한 작은 화분을 준비한다. 온도와 수분, 그리고 햇볕이 집에서 가장 잘 드는 장소를 선택한다. 그리고 부식토를 종묘상회에 가서 구매해 준비해 두자.
2단계로 씨앗이 도착하면 파치먼트 상태로 심던가 아니면 파치먼트를 벗기고 실버스킨도 벗긴 채 심는 방법이 있다. 파치먼트 채 심으면 발아가 1~2주일 정도 늦어질 수가 있다. 온도는 항상 15℃ 이상-24℃ 미만을 되도록 유지해 준다. 15℃ 이하로 온도가 내려가면 성장을 멈추고 5℃ 이하로 내려가면 냉해를 입어 말라 죽어버린다. 물은 겉흙이 말랐다고 생각되면 흠뻑 주기를 바란다. 커피나무가 성장하면 커피나무가 물을 달라고 재촉하는 모습이 보인다. 잎이 축 늘어지면 수분이 부족하다는 신호이다. 커피나무를 싹 틔우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씨앗을 직접 심는 방법과 가지를 잘라 삼목을 하는 방법이 있다. 파치먼트 상태에서 얕게 심고 온도와 습도를 적절하게 조절하면 늦어도 40일 안에 발아하기 시작한다.
3단계로 발아 시기에는 콩나물이 머리를 들 듯이 하나의 뿌리로 새싹들이 고개를 들고 나온다. 그 다음 두 장의 쌍떡잎이 단단한 파치먼트를 뚫고 살포시 고개를 내민다. 그리고 파치먼트, 실버스킨을 스스로 벗어내야 비로소 어린 떡잎 위로 새로운 잎이 올라온다. 그러면 이제 안심을 해도 된다. 화분의 크기에 따라 자라는 속도가 결정되므로 분갈이를 해줘야 한다. 3년 정도 자라면 비가 온 며칠 뒤 재스민의 향기가 방안 가득 풍기며 하얀 커피 꽃이 개화하는데 보기에 좋다. 꽃이 피고 지기를 여러 번 하면서 녹색의 열매가 달리고 한겨울 내내 빨간색의 열매로 익어간다.
지난해 4월 초 조그만 화분에 씨앗을 심었는데 5월 초순부터 커피 새싹이 머리를 들기 시작해 5월 말에는 파치먼트와 실버스킨 등을 벗고 어엿한 묘목이 됐다. 6월이 돼 50주를 무료로 분양했다. 아주 잘 키우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올해도 4월에 파종해 싹이 나면 무료로 커피 묘목을 분양할 계획이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 1723년 프랑스 장교 클리외, 커피묘목 기르기에서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무엇일까?
자 이제 집에서 커피나무 기르기에 도전해 보자.
다음 이야기는 커피란 비극적일까? 입니다.
박병란(커피 컨설턴트, 현 비엔나커피하우스 무실점 대표,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커피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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