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란의 커피이야기]커피에서는 어떤 향기가 날까?

박병란 | 기사입력 2020/02/19 [07:33]

[박병란의 커피이야기]커피에서는 어떤 향기가 날까?

박병란 | 입력 : 2020/02/19 [07:33]

 



영화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에서 알 파치노는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자 퇴역 장교인 프랭크 슬레이드로 분장해 아름다운 여인인 도나(가브리엘 앤워)와 탱고를 추는 매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슬레이드는 아름다운 여인 도나에게서 나는 오길비 시스터즈 비누 향기를 알아 맞추고 함께 탱고를 추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우리는 살면서 ‘프루스트 현상(Proust effect)’을 한 번씩 느껴 본적이 있을 것이다. 길을 가다 낯선 사람에게서 풍기는 익숙한 향기에 첫 사랑의 추억에 빠져 본 적이 있거나, 카페에 들어설 때 나는 커피 향에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추억에 사로 잡혀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정 향기를 통해 그 향기와 연관된 과거 기억과 감정이 떠오르는 현상이 바로 프루스트 현상이다. 이는 과거 특정한 순간의 몹시 행복했던 추억이 여러분의 뇌에 기억돼 있어 같은 향기나 혹은 매우 유사한 향기에 의해 일어난 후각 자극이 뇌에 신호를 보내 자극을 주어 뇌 속의 잠재된 과거 기억을 깨운 것이다.


우리는 보통 그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에 따라 그 사람의 품격과 매너를 특정 짓곤 한다. 향기는 그 사람의 품격이고 그 사람이 살아온 지난 시절을 나타내 주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오랜 인생을 살아온 분들에게 인생의 향기가 난다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잘 익은 커피 체리에서 우리는 독특한 그 커피만의 향기를 느낄 수가 있다. 바로 이것을 우리는 커피의 품격이라고 부른다.


이 영화 <여인의 향기>의 주인공 프랭크 슬레이드는 잃어버린 시각에 대한 대체 감각으로 후각이 발달했다. 후각은 반복적인 교육과 훈련 등을 통해 일정 정도 발달시킬 수가 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코로 들어온 향기는 후상피에 있는 후점막(嗅粘膜) 속으로 들어가고 향기 센서인 후각 수용체에서 인식된다. 인식된 향기 정보는 신경을 통해 전기신호로서 뇌로 전달된다. 뇌에 전달된 향기는 기억 속에 저장된다. 그래서 한번 맡은 향기를 뇌는 기억한다. 여러분도 이러한 훈련을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훌륭하게 향기를 구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커피 향미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36종 이상의 다양한 향기 샘플로 구성된 아로마키트를 사용해 샘플로 채취된 향을 여러 번에 걸쳐 맡아보고 알아채는 훈련을 해 커피 큐그레이더라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자 지금 한 잔의 커피를 마신다면 잠깐 멈추시고 커피 향미를 음미해 보시기 바란다. 먼저 코 앞에 커피 잔을 대고 코로 커피 향을 깊게 들이켜 후각을 통해 느껴 보시고, 그 다음 커피 한 모금을 입에 물고 혀에서 느끼는 미각으로 커피 향을 맛보며, 그리고 부드럽게 목 넘김을 하면서 촉각으로 아주 천천히 조금씩 깊숙하게 향미를 느껴 보시기 바란다.


어떤 향미를 느끼셨나요? 과일, 꽃, 베리, 와인 향미를 느끼셨다면 해발 1천500m 이상의 높은 산에서 자란 아주 우수한 커피를 드시고 계시는 것이고 아니면 시트러스, 바닐라, 초콜렛, 너트향 등을 느끼셨다면 해발 1천200m 이상의 높이에서 재배된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고 계시는 것이다.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란 지리, 기후, 생산지 등에 따른 특별한 환경에서 자란 싱글 오리진 커피를 말한다. 커피는 생산지역의 해발고도, 기온, 강우량 및 토양 등의 성분에 따라 향미의 차이를 가져온다. 자고로 유명한 블루마운틴 커피의 경우, 초콜릿 향이 나면서 우아한 신맛이 나고 자바 커피는 풀 향기와 향신료 냄새가 강하면서 쓴 맛이 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커피는 자라는 지역에 따라 나는 향이 다르다. 자신 있게 지금 마신 커피의 향미를 자유롭게 표현해 보자.


이 커피 향미의 실체를 좀 더 파헤쳐 보면 향미는 보통 향기와 맛을 함께 일컫는 말이다. 생두에는 향미전구체를 갖고 있는데 생두에 있는 향미전구체가 로스팅(커피콩을 볶는 과정)을 통해 화학적인고 물리적인 변화를 거쳐 원두 고유의 색과 향과 맛 등을 지닌 아로마화합물을 만들어 내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로스팅은 생두에 잠자고 있던 향미를 깨우는 작업이다. 만약 로스팅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이 위대한 커피의 위용을 우리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커피를 로스팅하는 과정 중에 향미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반응은 마이야르 반응, 카라멜화, 스트렉커분해, 클로로겐산 분해, 지질산화 등을 통해 향미를 생성한다. 아직도 찾아야 할 향과 맛 등에 기여하는 인자들이 생두에는 더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커피의 향기 성분은 몇 가지나 될까? 보통 1천 여 가지 이상의 휘발 성분들이 혼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우 다양한 성분들이 향과 맛 등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커피 애호가는 계속적인 연구를 통해 더 맛있는 한 잔의 커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는 보통 커피가 6세기에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발견되고 16세기에 세상 밖으로 나와 19세기 초 대중화가 됐을 때를 커피에 있어 제1의 물결이라고 부른다. 스타벅스가 설립되고 프랜차이즈의 유행을 제2의 물결이라고 부른다. 제3의 물결은 커피의 고급화를 이끈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의 등장을 가리킨다. 지금은 기회와 감정 등의 소비로 이어지고 있는 제3의 물결에 놓여 있다. 이러한 흐름을 나 혼자만 거스를 수가 있을까? 이제부터 한 잔의 커피에 어떤 향미가 나는지 관심을 가져보자. 여러분의 품격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다음에는 좋은 커피는 어떤 것일까에 대해 소개하겠다.

 

박병란(커피 컨설턴트, 현 비엔나커피하우스 무실점 대표,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커피학과 석사과정)

 

  • twitnews 20/02/20 [17:27] 수정 | 삭제
  • 커피에 이렇게 깊은 뜻이 있다니.... 잘 읽었습니다. 다음 글이 기다려집니다~~~
※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 글을 게시하고자 할 경우에는 실명인증 후 등록하셔야 합니다.
실명확인 된 게시물은 실명인증확인 여부가 표시되며, 실명확인 되지 않은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게시물은 선관위의 요청 또는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본 실명확인 서비스는 선거운동기간(2020.04.02~2020.04.14) 동안에만 제공됩니다.
  • 실명인증
  • ※ 일반 의견은 실명인증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 ※ 이 댓글에 대한 법적 책임은 작성자에게 귀속됩니다.

광고
포토뉴스
용인시, 기흥‧수지 공원 3곳에 봄꽃 4500포기 심어
1/8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