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과의 미래

유문종 | 기사입력 2019/09/06 [14:17]

[기고] 일본과의 미래

유문종 | 입력 : 2019/09/06 [14:17]


일본과의 경제 전쟁이 진행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많은 시민행사가 진행되고 기구가 만들어지고 있다. 일본을 통칭하여 규탄하던 구호가 ‘No아베’로 집중되고 상식을 가진 다수 일본인과의 연대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반일과 항일, 극일로 외쳐지던 구호가 일본 극우세력에 대한 공격으로 집중되며 민족적 고립을 벗어나 세계인과 연대할 수 있는 길로 진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는 이웃나라와 과거가 복잡하고 유쾌하지 않다. 특히 힘의 차이로 침략을 받았거나 지배를 받았던 나라가 갖고 있는 감정은 깊고도 끈질기다. 일본과의 악연 또한 언제 어떻게 매듭지어야 할지는 누구도 쉽게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두 나라의 시민의식의 수준에 따라 그 시기와 내용이 결정될 것이다. 과거 사실에 대한 공통의 인식을 바탕으로 논의가 진행되어, 세계인이 획득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의 시민이 국민적 여론을 주도해 갈 때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베정권의 경제 도발이 그들의 말대로 안보상의 문제가 아닌 청구권과 관련된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과거사 문제에서 시작되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1965년 한일협정에서 청구권과 관련된 모든 문제가 매듭지어졌다고 생각하는 아베정권 일본과 국가 간의 배상문제는 해결되었으나 개인 청구권은 여전히 해결되어야 할 숙제임을 판결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일본 정부도 자국 국민에게는 개인 청구권의 문제는 국가 간의 협상과는 별개라고 밝히고 있음에도 우리에게는 또 다른 기준을 우기고 있는 것이다.


이번 경제 전쟁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사 문제가 경제 분야 수출규제를 통한 경제 도발로 옮겨 가듯, 경제 전쟁은 또 다시 외교, 국방의 문제로 번질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일본은 철저하게 외면당해 왔다. 최 인접국가로 북한 핵 공포에 시달려 왔음에도 비핵화 논의에서는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 역시 반성 없는 과거사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남북미의 평화체제 논의과정에 평화의 파트너로 참여하기보다는 갈등과 대결을 통한 극우 군국주의의 길을 고집하고 있다. 군사력을 합헌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개헌을 통해 이 국면을 돌파하려고 한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세계 각 국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전환의 시기에 일본 아베정권은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상식을 가진 일본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들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들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극단으로 달려가려는 유혹은 어느 사회나 있을 수 있다. 그 힘을 제어하고 이성과 상식의 범위에서 국론을 모아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과거사 문제는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한국과 일본, 한국 시민과 일본(기업), 한국 시민과 일본 시민과의 숙제이다. 우리가 원하지 않은 경제 전쟁으로 확전되고 있으나, 우리는 물러설 수 없다. 힘들게 발언권을 얻게 된 개인 청구권의 문제, 일본의 상식적 시민들의 분발, 일치단결하는 국민적 힘을 보면서 우리는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훨씬 강하게 일본과의 과거사 매듭을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또한 단순하게 과거사에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쟁을 수행하면서 소재와 부품분야의 자립력을 키우고, 기술향상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냉정하게 국내외 정세를 살피며 대응전략을 짜고, 기업과 시민의 동의를 구하며 정책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 기업 또한 중장기적 전망을 세우고, 기업의 크기에 따라 이익이 분배되는 것이 아닌 창의력과 헌신, 기술적 성취에 따라 그 이익이 공정하게 나누어 질 수 있는 산업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정부와 대기업은 빠르게 흘러가는 정책과정에서 약자의 권리나 의견이 묻혀 지지 않도록 각별히 살펴야 한다. 시민은 정부나 기업이 할 수 없는 강력한 목소리로 아베정권을 규탄하고,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일부 극우 일본인들에게 경고해야 한다. 불매운동을 즐거운 문화운동으로 진화시켜, 다수 일본인과의 연대를 확대하고 지속적으로 국내 산업구조의 재편을 위해 현명한 소비자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일본과 경제 전쟁의 구호는 반일과 항일보다는 상생과 협력이 되어야 한다. 그 대상은 시민이 너무도 잘 알고 판단하고 있다. 


유문종 수원2049시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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