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가 바다를 향해 달리다 빠지면 ‘곶’이 된다. 한자로는 땅 두 곳을 뚫고 아래로 뻗었다는 의미로 ‘串’이라고 쓴다. 우리나라에선 황해도 장연반도 끝자락인 장산곶이 대표적이다. 문학을 통해선 애절하고도 이루지 못하는 사랑을 표현할 때 에둘러 인용된다. 눈 먼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효녀 심청의 사연을 다룬 <심청전>에 등장하는 까닭도 그런 연유일 터이다.
바다로 돌출된 규모가 크면 반도라고 부른다. 지리학에선 육지가 침강하면 골짜기는 만이 되고, 산줄기는 곶이나 반도가 된다고 설명한다. 대규모 반도는 지각변동에 따라 생성된다. 아라비아반도·인도반도·이베리아반도·발칸반도 등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소규모 반도는 단단한 암석 부분이 침식되지 않고 남거나, 또는 섬이 모래의 퇴적으로 뭍에 이어진 육계도(陸繫島) 같은 형태로 이뤄졌다.
넓은 의미에서 유럽도 유라시아 대륙의 한 반도로 볼 수 있다. 가장 작은 규모로는 육지의 능선이 침강해 작은 반도를 이룬 형태가 있다. 반도에선 대체로 고기를 잡는 직종의 비율이 높고, 원양어업의 근거지가 된다. 그래서 어항이나 피난항 등이 발달됐다. 기후는 본토보다는 해양성이다. 온난한 플로리다반도나 크림반도 등은 그래서 휴양지로 유명하다.
반도를 한자로 표기하면 ‘半島’다. 절반은 땅이고, 나머지는 섬이라는 뜻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인천과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로 지척인, 그래서 새벽에 귀를 기울이면 닭이 “꼬끼요”하고 홰를 치는 소리도 들린다는 산둥반도(山東半島)가 있고, 태조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으로 유명한 라오둥지방의 라오둥반도(遼東半島)도 있다. 국내에서도 풍광이 빼어나기로 유명한 전북 변산반도가 그곳이다.
대한민국이 위치한 반도는 공식적으로 한자로는 ‘한반도(韓半島)’, 영어로는 ‘Korea Peninsula’ 라고 표기한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동아시아 중앙부에 위치했다. 동해, 남해, 서해 등으로 3면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 북으로는 압록강과 두만강, 개마고원 등으로 국경선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지형 상 한반도는 S자로 동서가 좁고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형태를 지녔다.
한반도 최북단인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면 풍서리에서 최남단인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까지 직선거리는 1천13.2km다. 영국 런던에서 이탈리아의 밀라노까지 직선거리인 959.4km보다 더 멀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프랑스 마르세유까지 직선거리1천12.5km와 비슷하다.
제주특별자치도 마라도 남쪽 끝에서 함경북도 온성군 북쪽 끝까지의 직선거리는 1천146km에 이른다. 프랑스 파리에서 스페인 마드리드 간 직선거리인 1천54.7km나 독일 함부르크에서 이탈리아 피렌체까지 직선거리인 1천89km보다 더 멀고 체코의 프라하에서 우크라이나 키예프 간 직선거리인 1천144.5km와는 비슷하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최남과 최북 간 거리는 제법 길다는 의미다.
한반도는 그 부속 도서들과 함께 면백하게 헌법상으로 대한민국 영토다. 북한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은 한반도 전체 면적의 55%이다. 헌법상으로는 인정받을 수 없는, 그래서 헌법상으로도 북한이 불법으로 차지하고 있는 영역이다. 이 영역의 회복이 곧 통일이다. 한반도 영역을 이처럼 강조한 까닭은 한때 일부 극우적인 시각에서 한반도의 영역을 혼동하게 만드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우리의 유구한 역사를 살펴볼 때 한반도는 분명 우리 민족의 늠름한 기상과 민족혼이 녹여진 강토임에 틀림이 없다. 더욱 중요한 점은 한반도는 예로부터 만주와 연해주와 전통적인 한족(漢族)들의 중원지방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흘러온 동북아시아의 주요한 역사의 무대였다는 점이다. 고조선과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등을 거쳐 한국사의 거의 모두 위대한 역정들이 이곳에서 펼쳐졌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규모의 반도 국가로 이탈리아가 있다. 그래서 이탈리아와 닮은 구석들이 제법 많다. 경제규모도 그렇고 면적도 그렇다. 인구도 5천만 명 안팎으로 비슷하고, 민족성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강대국인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와 인접한 점도 그렇다. 지난 1948년 공화국이 된 점도 비슷하다. 남쪽과 북쪽의 문화가 다소 이질적인 점도 우리나라와 많이 닮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뚜렷하게 다른 점이 있다. 지난 1861년 통일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물론 그 한 복판에는 가리발디라는 군인이자 정치가가 있었다. 로마의 공화정부가 무너지자 차선책으로 사르데냐 왕국 중심의 통일 운동으로 전환, ‘붉은 셔츠대’를 결성, 시칠리아·나폴리를 정복하고 남이탈리아를 사르데냐 왕국에 바쳐 결국 이탈리아 통일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다.
19세기 이탈리아로 되돌아가보자. 가리발디 장군이 이탈리아 전역을 통일할 때 이 나라의 중부지방인 토스카나 주민들의 역할이 지대했다. 경기도가 이탈리아 토스카나에 해당되는 곳이다. 가리발디가 이탈리아의 남쪽과 북쪽을 아우르는 데 토스카나 주민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터이다. 한반도의 중심인 경기도가 통일을 향한 장정에 힘차게 발을 내디딘다는 점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이재명 지사의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1심 법원이 모두 무죄로 선고한 뒤 이 지사의 도정이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는 최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축, 경기도가 노력합니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세부적인 아젠다를 제시했다. 하노이 북미회담 이후 남북 및 북미 대화가 침체돼 다소 어렵지만, 통일을 향한 장정은 계속돼야 마땅하다.
‘이재명호’가 제시한 아젠다의 첫 번째는 북한 평남 일대에 밀가루 1천615t과 산림 복구용 묘목 11만본 지원이다. 다음 달 자카르타에서 열릴 평화를 위한 아시아 국제배구대회 경기도 선수단 참가가 두 번째다. 세 번째는 오는 7월 필리핀에서 아시아 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개최다. 네 번째는 오는 9월 DMZ 일원에서 열릴 평화공동선언 1주년 기념행사다. 다섯 번째는 개성 수학여행 등 도민차원의 상호교류 실현이다.
옛말에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그런데, 경기도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이번에 처음 시작하는 게 아니다. 이재명 지사가 취임하면서 도민들에게 약속했던 중요한 공약 가운데 하나다. 인근 지자체인 강원도의 남북교류는 경기도보다 몇 년 앞서 있다. 이 지사에 대한 판결이 항소심과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남아 있지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계속돼야 한다. 흔들림 없이 말이다. 공약이기에 앞서 우리 민족이 추진해야 할 지상과제이기 때문이다.
허행윤 수원화성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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