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칼럼] 싸워 이기는 것보다, 안 싸우고도 지키는 게 최상의 평화…국제심포지엄 개최에 부쳐

화성시, 제암리 100주년 맞아 내달 덩케르크 등 8개 도시 대표단 초빙
화성 독립운동 다시한번 지구촌에 알려질 것으로 기대

허행윤기자 | 기사입력 2019/03/28 [15:44]

[허행윤 칼럼] 싸워 이기는 것보다, 안 싸우고도 지키는 게 최상의 평화…국제심포지엄 개최에 부쳐

화성시, 제암리 100주년 맞아 내달 덩케르크 등 8개 도시 대표단 초빙
화성 독립운동 다시한번 지구촌에 알려질 것으로 기대

허행윤기자 | 입력 : 2019/03/28 [15:44]


파리에서 북쪽으로 270㎞ 떨어진 벨기에 국경 근처에는 덩케르크라는 항구가 있다. 앞쪽으로는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도버 해협의 빼어난 풍광으로도 유명하다. 프랑스 북쪽 끝에  위치한 이 도시는 그러나 참혹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숱한 인명이 아깝게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간단찮고, 코가 시큰할 정도로 슬프다. 


 

덩케르크는 프랑스어로 ‘사구(砂丘)의 교회’라는 뜻이다. 7세기에 성(聖) 엘리기우스(생텔루아)가 이곳에 건설한 예배당에서 유래됐다. 처음에는 작은 어촌에 불과했지만, 10세기 이래 군사상 요새를 이루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유럽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발발하면 그 포화를 피해갈 수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의 참혹상을 담은 동명의 영화도 제작됐었다.

 

발트해 연안에도 비슷한 상처를 지닌 도시가 있다. 그단스크라는 곳이다. 폴란드 무역항이지만, 독일어로는 ‘단치히’라고도 불린다. 전쟁의 참혹함을 소년의 시각에서 고발했던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배경이기도 하다. 냉전이 끝나고 오랜 평화가 찾아오기 전까지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나오기도 했다. 주인이 바뀌는 동안 발트해 최고의 진주에서 지도상에서 아예 지워지기도 했었다.

 

1930년대 후반 발트해에 정박했던 독일 전함들이 이 항구에 포격을 가하면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이 발발했다. 폴란드군은 1주일 넘게 저항하다 전멸했다. 이 과정에서 역시 숱한 인명이 희생됐다. 그 무섭던 전쟁이 끝났을 때 시가지 90%가 완파됐다. 레흐 바웬사의 자유노동운동 함성이 공산주의를 무너뜨린 도시도 바로 이곳이다. 민중의 아픔이 거리거리마다 진하게 녹여진 고장이다. 

 
전쟁의 상흔이 아프게 배어있는 도시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도시가 바로 볼고그라드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러시아와 독일과의 격렬한 전투가 펼쳐졌던 곳이다. 슬라브 민족의 젖줄인 볼가강이 도시를 관통하는 이 도시는 한때  ‘스탈린그라드’로도 불렸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는 상당수 주민이 기근으로 목숨을 잃기도 했었다. 전쟁이 끝난 뒤 거리에는 시체들이 즐비했었다.

 

이 도시 한복판 지역의 주요한 행사들이 열리는 중앙광장에는 전몰 병사들을 기리는 공원과 방위박물관, 마마예프 쿠르간 언덕 등 제2차 세계대전 기념물들이 세워져 있다. 전몰 병사들을 기리는 공원 정상에는 높이 85m의 조국의 어머니 석상이 고독하게 서있다. 전쟁터에 나간 사랑하는 아들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절절함을 형상화한 이 석상을 올려다보면 그래서 애달프다. 


화성 제암리는 이들 도시에 비해 결도 다르고, 훨씬 참혹한 아픔을 겪었다. 1세기 전 일제는 이곳에서 맨 손으로 태극기를 흔들며 독립만세를 외쳤던 주민들을 총과 칼로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일제는 평화로운 생활터에서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질렀다. 전쟁터에서 그렇겠지만, 어느날 영문도 모르고 스러져야만 했던 주검은 얼마나 비통한가. 가해국은 1세기가 지났는데도, 사과 한마디 없다. 

      
화성시가 제암리와 고주리 학살사건 100주년을 맞아 다음 달 14일 프랑스 덩케르크, 폴란드 그단스크, 러시아 볼고그라드 등 학살의 아픔을 겪은 지구촌 도시 대표단을 초빙해 수원과학대 내 신텍스에서 ‘화성4·15, 평화와 번영의 시작’을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아픔을 넘어 평화를 기약하는 자리다. 다시는 이처럼 끔찍한 홀로코스트가 일어나지 않자는 의미도 담았다. 

 

이번 국제심포지엄을 통해 제암리 등 화성 독립운동사가 세계 도시들과 평화와 인권의 관점에서 새롭게 의미를 모색해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평화연대 의장 도시인 프랑스 덩케르크를 비롯해 폴란드 그단스크, 러시아 볼고드라드 등의 대표단이 참석한다. 프랑스 오라두르-쉬르-글란, 체코 리디체, 독일 로스토그, 중국 웨이하이(威海), 필리핀 마닐라 대표단도 초청됐다.

 

이번 국제심포지엄은 ‘역사는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다시 역사를 쓴다’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과 화성 3·1운동과 4·15의 가치, 세대와 지역 간 역사 공유의 가치 등이 주제발표로 준비됐다. 종합토론을 통해 화성 독립운동사가 심도 있게 다뤄진다. 일제의 강제 국권 찬탈을 고발하고 늠름하게 독립을 선언했던 화성 독립운동사가 다시 한 번 지구촌에 알려질 것으로 보인다.

 

서철모 화성시장도 이와 관련해  “일제의 극악무도한 만행에 가려져 제암리 등 화성 독립운동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국제심포지엄을 통해 어느 곳보다 치열했던 화성 독립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전 세계에 알리고 함께 평화를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지역의 작은 독립운동으로만 국한됐던 화성 독립운동을 지구촌에 제대로 알리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우연찮게도 프랑스 덩케르크나 폴란드 그단스크는 각각 도버해협과 발트해 등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다. 볼고그라드도 볼가강을 안고 있다. 제암리에서도 바다는 멀지 않다. 이번 국제심포지엄을 통해 제암리가 덩케르크 등과 더불어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고 지구촌 평화를 약속하는 고장으로 거듭 태어나길 기대해본다. 유비의 책사였던 제갈량이 1천700년 전 남긴 고언(苦言)은 그래서 아직도 유효하다.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도 지키는 게 최상의 평화입니다.”


[허행윤 수원화성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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