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칼럼] 용기 있는 정의가 세상을 바꾼다...화성시의 의미 있는 실험

정보 범람 속에서 진실과 팩트 더욱 중요한 까닭
지자체의 정보 제공도 시민들의 눈높이를 맞춰야

허행윤기자 | 기사입력 2019/01/31 [15:01]

[허행윤 칼럼] 용기 있는 정의가 세상을 바꾼다...화성시의 의미 있는 실험

정보 범람 속에서 진실과 팩트 더욱 중요한 까닭
지자체의 정보 제공도 시민들의 눈높이를 맞춰야

허행윤기자 | 입력 : 2019/01/31 [15:01]

 


무릇‘사실 알리기’, 또는 보도(報道)는 매우 준엄한 행위다. 사실에 목말라 하는 시민들에게 진실에 가까운 팩트, 정의(正義)에 근접한 진실을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유튜브 등을 통해 특정 진영(陣營) 논리를 대변하는 가짜뉴스까지 정보라는 명목으로 포장돼 범람하는 사회에선 더욱 그렇다. 적어도 진실과 팩트와 정의 등이 담기지 않은 정보를 기사(記事)라는 이름으로 온·오프라인으로 나르는 행위는 퇴출돼야 마땅하다.

 

명절을 며칠 앞두고 뜬금없는 얘기를 꺼내는 까닭은 신문무용론(新聞無用論)에 이어 방송무용론까지 나온 지 한참일 정도로 세태가 녹록찮기 때문이다. SNS 등이 언론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지는 이미 오래됐다. 그 책임에서 기성 언론들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독립신문 이후 우리의 언론 연륜은 짧다고, 그렇다고 길다고도 단정할 순 없지만, 그 가늠의 폭으로는 이미 청년과 장년기를 훌쩍 지나 완숙기에 접어들었다. 얘기가 나온 김에 기자실 유래에 대해 들어가 보자.

 

(백악관에) 기자실을 최초로 만든 이는 20세기 초반 미국을 이끈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대통령으로 알려졌다. 그는 의회와 시민을 진보적인 개혁과 강력한 대외정책 등을 통해 백악관에 새로운 흥분을 불어넣었다. 고음의 목소리와 돌출된 턱, 그리고 움켜쥔 주먹으로 청중들을 흥분시켰고, 사안의 경중에 상관없이 무슨 일이든 지칠 줄 모르고 끊임없이 개혁을 추진했다.

 

기자들이 본격적으로 백악관 취재를 시작한 건 19세기 후반부터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재직 시절 이전의 기자들은 백악관 밖에서 진을 치고 드나드는 이들을 상대로 취재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어느 날 이 같은 모습을 보고 보좌관들에게 백악관 안에 그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라고 지시했다. 이때부터 대통령과 언론의 관계가 오늘날처럼 공식화됐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기자들과의 거리를 좁혔고, 국정과제 추진에 이 같은 관계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이후 언론은 미국 대통령 리더십 행사에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입법권을 100% 장악한 의회의 견제를 넘어 대통령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적인 요인도 따지고 보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언론 활용에서 비롯됐다.

 

(미국에서) 성공한 대통령은 언론 관계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미국에서 역사적으로 공인받는 성공한 지도자는 제1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 대통령과 제2차 세계대전을 이기고 뉴딜정책으로 경제 재건에 성공한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 대통령이 꼽힌다.

 

이들은 대(對)국민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한 정치활동으로 판단했다. 대표적인 예가 기자회견과 비공식적인 기자 접촉 강화 등이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백악관 기자단과의 기자회견을 1주일에 2차례씩 정례화 했다. 월·목요일이 대통령 기자회견이 열리는 날이었다. 내용이 주요 신문에 크게 실린 건 물론이다. 이 같은 관행이 계속되자 기자들은 기자회견을 대통령에 대한 접근권으로 인식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더 적극적이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그는 3번에 걸쳐 재임하는 동안 한 달에 평균 6.9회씩 공식 기자회견을 연 것으로 집계됐다. 거의 매 주말 기자들을 별장으로 초청해 비공식적인 접촉도 유지했고, 1년에 2차례씩은 라디오를 통해 노변담화(Fire-Side Chat)를 열어 직접 국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기자와 언론을 어떻게 대하는가는 분명 고위 당국자의 선택이다. 이 선택에는 개인적 성향과 커뮤니케이션 철학, 언론관 등이 복합적으로 녹여진다. (미국 사례를 보면) 성공한 대통령은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언론관계를 주도했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그랬다. 이들이 언론을 적극적으로 대하는 것은 기자들을 좋아해서나 존경해서가 아니다. 신문을 보고,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국민과의 대화를 원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백악관, 또는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기사 작성용으로 제공했던 자료다. 이 자료를 통칭, 보도자료(Press Release)라고 부른다. 언론의 취재와 보도 활동(Press)을 위해 자료를 배포(Release)한다는 뜻이다. 그 자료에는 기자들이 요구하는 수치를 포함한 통계도 있고, 사례나 에피소드도 있고, 관련 부처의 입장도 있다. 요즘에 유행하는 빅 데이터도 포함될 수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기사화되기 전에 기자에게 전달되는 자료다. 분명한 건 기자들의 이름으로 완성돼 지면에 게재되는, 또는 올려지는 완성체의 문장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기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취재 대상을 직접 접촉, 기사를 작성해야 하겠지만, 정부 기관이나 기업과 관련된 기사는 그들 조직이 배포한 보도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하는 경우들도 비일비재하다. 이에 따라 각종 기관과 기업은 주요 언론사의 기자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사를 작성해주도록 유도하기 위해, 기사 작성에 편리하도록 보도 자료를 송부한다. 마감에 쫓기는 기자들의 입장에서 보도 자료는 기사 작성에 많은 도움이 된다. 기자들은 보도 자료를 읽고 의문점 등을 취재해 독자적으로 기사를 작성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보도 자료를 그대로 기사로 내보내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는 기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문장이나 기사 등의 형식으로 작성된 보도 자료가 가감 없이, 또는 확인이나 검증절차 등을 거치치 않고 바로 기사화되는 경우다. 이럴 때 자칫하면 특정 정보의 왜곡이나 편향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제목은 물론, 문장도 천편일률적일 수도 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의 백악관이 과연 완성형의 기사나 문장 등의 형식으로 기자들에게 보도 자료를 제공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1세기가 훌쩍 지난 시점에 대한민국에서는 (100%는 아니겠지만) 완성형의 기사나 문장 형식의 보도 자료가 기자들에게 제공되는 게 관례가 됐다.

 

화성시가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의미 있는 실험이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매일 기사 형식의 보도자료 가운데 절반 정도를 ‘보도를 위한 자료’ 형식의 제공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몇 해 전부터 청와대가 이 같은 형식으로 (출입)기자들에게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로는 드물게 진행되는, 이 같은 보도자료 제공방식이 참으로 신선한 실험으로 다가오고 있는 까닭이다. 사실, 시민들은 신문이나 방송 등에 기사화되는 일목요연한 과정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이 신문을 봐도, 저 방송을 들어도 천편일률적인 헤드라인에 대해서도 식상하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특정 정보가 왜곡되거나 편향된 채 기사화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진 양질의 정보 제공도 결국 그래야만 가능하다. 이 같은 오류를 최소화하려는 화성시의 시도에 그래서 박수를 보낸다.

 

[허행윤 수원화성신문 편집국장]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포토뉴스
수원시, 소통박스 안내하는 '소통매니저' 모집
1/7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