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칼럼] 경기도 푸대접하면 대한민국 미래도 밝지 않아

신분당선 연장선 예타면제 탈락으로 경기홀대론 심화
경기, 서울 변방 결코 아냐

허행윤기자 | 기사입력 2019/01/29 [14:13]

[허행윤 칼럼] 경기도 푸대접하면 대한민국 미래도 밝지 않아

신분당선 연장선 예타면제 탈락으로 경기홀대론 심화
경기, 서울 변방 결코 아냐

허행윤기자 | 입력 : 2019/01/29 [14:13]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은 한자문화권이다. 문화에도,  언어에도 한자가 고스란히 녹여져 있다. 서울 경(京)의 쓰임새도 그렇다. 중국에 북경(北京)이 있다면 한국에는 (물론 일제가 작명했지만) 경성(京城)이 있었고, 지금은 경(京)의 순수한 우리말인 서울이 있다. 일본에는 동경(東京)이 있다. 경(京)과 밀접한 지명에는 경기(京畿)가 있다. 기(畿)는 서울 주위로 500 리 이내의 땅을 가리킨다. 그런데, 경기라는 지명은 유독 한국에만 있다. 그것도 서울의 변두리라는 뜻으로 말이다. 

 


경기라는 지명은 문헌상으로도, 결코 서울의 외곽이란 뜻은 아니다. 넓은 의미에서 경(京)과 기(畿)가 다 서울이라는 얘기다. 기(畿)가 경(京)의 부속 영토는 더더욱 아니다. 조선시대 경기감영은 물론, 1960년대 초반까지도 경기도청은 분명 서울 한복판에 있었다. 경기가 서울의 변방이라는 인식 자체가 애초부터 잘못이다. 단언컨대, 경기는 서울(외연)의 확장된 개념이다. 그래서 지역세나 지역색 등은 애초부터 경기라는 지형과는 조합될 수 없는 개념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단추를 잘못 꿴 것일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경기는 분명 서울의 변방으로 전락됐다. 가령, 서울 사람이 수원 사람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을 때 “수원서 왔다”고 대답하면, 서울 사람은 금방 “아, 경기에서 왔군요”라고 되받는다. 그리고 서울 사람은 이내 논과 밭이 펼쳐진 시골 풍광을 연상한다. 이게 오늘의 현실이다. 경기는 서울 외곽이 아니라 지방이고, 시골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故 이병희 의원이 1960년대 초반 경기도 청사를 팔달산 기슭으로 옮겨 올 때부터 경기는 서울의 변방으로 전락됐는지도 모른다. 이어 경기를 포함한 서울의 변방은 ‘수도권’이란 지명으로 분화됐다. 아마도 (경기는) 이때부터 홀대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기 홀대론’은 그렇게 뚱딴지같은 맥락으로 시작됐다. 이어  ‘서울공화국’에 밀려 서울의 문간방이 됐고, 서자(庶子)로 전락됐다. 중앙정부 입장에서 보면 경기도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변방 고을 가운데 한 곳인 원오브뎀(One of Them)일 뿐이다. 서울이면서도 서울이 아닌 건 분명한 자기 모순이다. 오늘날 경기의 고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경기 푸대접론’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런 와중에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예타 면제) 선정 결과, 경기도가 신청한 사업 가운데 전철 7호선 연장선(옥정~포천)은 선정됐지만, 신분당선 연장선(호매실~광교)은 결국 탈락됐다.  

 

예타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포함되는 대규모 신규 사업에 대해 경제성, 재원조달 방법 등을 검토해 사업성을 판단하며, 선심성 사업으로 인한 세금 낭비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1999년 도입된 행정 절차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건설사업, 정보화사업,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이 대상이다. 예타 면제는 지역 균형발전과 경제성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 대해 예타를 면해주는 절차다.
        
만약, 예타 면제 대상에서 경기 몫이 배제된다면 논리상으로도  명백한 경기 푸대접이다. 서울이면서 위치상 서울 변두리라는 점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정책 대상에서도 배제된다면 명백한 역차별이기도 하다. 그런 역차별이 결국 현실이 됐다. 국내 1호 트램 공모에서 수원과 성남이 탈락, 경기 패싱론이 현실화된데 이어 최근 정부가 발표한 예타 면제 사업 선정 결과도 신분당선 연장선(호매실~광교)은 배제됐다.

 

이 때문에 해당 사업들이 현안 문제로 걸려있는 지역 단체장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최근 열린 ‘2019 경기도 업무보고’를 통해 “신분당선 연장선(호매실~광교) 문제는 사실 정부가 개발하면서 약속한 일이다.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해당 주민으로서는 정말 억울한 일”이라고 밝혔다. 염태영 수원시장도  청와대를 찾아가 ‘신분당선 호매실구간 연장사업 예타 면제 배제’와 ‘트램 실증노선 공모 탈락’ 등으로 인한 수원시민의 성난 민심을 전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그동안 호매실동이 위치한 서수원권 주민들은 수원 군 공항 피해로 인해 반백년 동안 고통을 받아왔다. 이 피해에 대한 보상도 결과적으로는 무산된 것이다. 역차별도 이런 역차별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지역 정치권의 움직임도 가열되는 모양새다. 앞서, 수원시의회 조미옥 의원(금곡동 입북동), 김정렬 의원(평동 호매실동) 등은 최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앞에서 이와 관련해 1인 시위를 벌였다. 조미옥 의원은 제338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해당 사업의 조속한 시행을 강력 촉구했고, 제339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를 통해선 ‘신분당선 2단계사업(광교-호매실 구간)의 조속시행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경기가 대한민국의 핵심이라고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단순히 유권자들의 표만 의식한 발언이었을 뿐이었다. 선거철이 지나면 경기는 또다시 문간방에 서자 신세로 ‘원위치’된다. 경기는 단순히 ‘지나가는 길목’이라는 값싼, 논리 아닌 논리가 우세한 연유이기도 하다. 인구 1천350만 명의 경기가 역차별을 받는다면 대한민국 국민의 3분의 1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얘기다. 비단, 정부의 예타 면제 선정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경기에 대한 푸대접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결코 밝을 수는 없다. 정부가, 위정자들이 단순히 산술적인 개념의 지역 이기주의 관점에서만 경기도를 바라보면 안 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허행윤 수원화성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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