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칼럼] 일곱송이 수선화와 제부도에 대한 기억

디지털시대는 생태관광이 대세…제부도, 생태관광 아이콘
다시 오고 싶은 섬으로 만드는 주민들의 의지도 아름다워

허행윤 | 기사입력 2019/01/08 [15:50]

[허행윤 칼럼] 일곱송이 수선화와 제부도에 대한 기억

디지털시대는 생태관광이 대세…제부도, 생태관광 아이콘
다시 오고 싶은 섬으로 만드는 주민들의 의지도 아름다워

허행윤 | 입력 : 2019/01/08 [15:50]


“저에게는 커다란 저택도, 아주 조그만 땅 한 뙈기도 없답니다/손에 넣어 꼬옥 쥘만한 지폐 한 장도 없습니다/하지만 저는 수천 개 봉우리 위로 고개를 내미는/아침의 감동을 당신께 드리겠습니다/그리고는 그대에게 입을 맞추고 일곱 송이 수선화도 드리겠습니다.”

 

1960년대 미국 시애틀 출신 대학생 4명으로 결성된 포크그룹 Brothers Four가 불렀던 <일곱 송이 수선화(Seven Daffodils)>의  첫 귀절이다. 그 시절 라디오로 흘러나오던 고운 선율을 들으면서 ‘미국이라는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나라가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잠이 들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어쿠스틱 기타에 실려 흐르는 노랫말이 김소월 식의 감성과는 또 달랐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필자의 어머니는 유난히도 수선화를 좋아하셨다. 그래서 어렸을 적 고향집 마당에는 노란색 수선화가 가득 심어져 있었다. 훗날, 어른이 돼 찾아간 텅 빈 고향집 마당에서 수선화들만 나를 반겨 줬었다. 그래서일까. 수선화라는 말만 들어도 코끝이 시큰해진다. 언젠가 서양의 한 시골 들녘을 찾았을 때 이방인을 반기던 수선화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수선화는 외떡잎식물로 백합목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다. 비늘줄기는 넓은 달걀 모양이며, 껍질은 검은색이다. 잎은 늦가을에 자라기 시작하고 줄 모양이며 길이 20∼40cm, 너비 8∼15mm로 끝이 둔하고 녹색 빛을 띤 흰색이다. 꽃은 12∼3월 피며 통부(筒部)는 길이 18∼20mm, 꽃자루는 높이 20∼40cm 등이다. 꽃봉오리를 감싸고 꽃자루 끝에 5∼6개의 노란색 꽃이 핀다. 

 

새해 벽두부터 주절주절 수선화 타령을 늘어놓는 까닭은 생태관광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만약에 우리나라 어느 한 켠에 노란색 수선화들이 활짝 핀 들녘이 있다면, 특별히 야단법석을 떨면서 떠벌리지 않아도 그곳으로 자연스럽게 발길들이 옮겨지지 않을까. 별 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관광, 그런 개념이 생태관광의 섬세한 별미가 아닐까. 디지털시대 관광의 대세는 그래서 생태관광이다.
 
화성의 바다로 길이 열리는 섬인 제부도가 그런 곳이다. 제부도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봄직한 관광지다. ‘모세의 기적’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래 동안 사랑받아온 관광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새로운 관광지들에 밀려 주춤하다. 비슷비슷한 콘셉트의 섬들이 서해 바다에 즐비한 탓일까. 그래도 빼어난 노을의 절경은 제부도 아니고는 견줄 곳이 없다. 소박하고 질박하면서도 찬란하고도 넉넉하기 때문이다.
    
제부도의 행정 지명은 화성시 서신면 제부리다. 넓이가 1㎢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이다. 하지만 바닷물이 갈라지는 해할 현상이 일어나고 갯벌이 유명해 주말이면 어김없이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해할 현상은 조수간만의 차이로 발생한다. 제부도는 하루 두 번 바닷물이 빠질 때마다 육지와 연결된다. 육지에서 제부도까지는 구불구불한 시멘트길이 놓여 있어 승용차로도 들어갈 수 있다. 바닷길이 열릴 때를 기다리던 차량들이 줄지어 갯벌 샛길을 따라 제부도로 들어가는 모습, 그 자체도 또 다른 볼거리이다.

 

그런데, 제부도의 갯벌이 이제 예전 같지 않다. 워낙 많이 찾아  일부 갯벌은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개방된 갯벌에선 갯생물도 잡기 힘들다. 제부리 해수욕장도 갯벌이다. 돌과 조개껍질 등이 많아 해수욕장으로는 그리 좋은 편도 아니다. 해수욕장 남쪽으로 매바위라는 바위가 솟아 있어, 제부도의 명소로 알려져 있다. 제부도로 가려면 물때를 맞춰야 한다. 물이 빠졌을 때만 제부도 바닷길의 통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제부도가 핫 플레이스로 등극하면서 관광객 200만 명을 돌파한 지 벌써 한 해를 넘겼다. 특히 젊은 층 관광객이 늘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제부도의 이 같은 변화는 화성시가 주민들과 함께 추진한 ‘제부도 명소화 문화재생사업’덕분이기도 하다. 시는 제부도의 고유 경관자원들을 회복시키면서 디자인과 건축·예술을 접목해 생태 문화 예술 섬으로 변신시켰다. 아름다운 바다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해안 산책로와 포토존, 색다른 예술 공간인 ‘제부도 아트파크’까지 새로운 관광 콘텐츠들로 한층 매력적으로 변모시켰다. 변화된 제부도의 진가는 세계가 먼저 알아봤다. 지난해 여름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권위 높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무려 2관왕을 차지했다.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 ‘경기 유망관광 10선’에도 잇따라 선정됐다. 

 

제부도 제비꼬리길 걷기도 권유할만 하다. 제부도 최북단인 선착장의 등대주차장에서 출발해 서쪽 해안으로 길게 이어진 해안데크길과 제부도해수욕장 등을 거쳐 최고 해발 66.7m의 나지막한 탑재산 숲길을 걸어 다시 등대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이뤄져 해마다 관광객들이 자주 찾고 있다. 2㎞ 남짓한 거리로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한 이 산책로는 해질녘 아름다운 해넘이를 마주할 수 있어 여행에 충분한 휴식과 낭만 등을 선사한다. 제비꼬리길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등이 주관한 국내 대표 관광지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더 주목해야 할만 한 것은 제부도를 다시 오고 싶은 섬으로 만드는 주민들의 아름다운 의지다. 최근 제부도 식품접객업소 52곳은 자율적으로 화성시와 ‘젠트리피케이션 완화 및 지역활성’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유명 관광지라면 으레 볼 수 있는 호객행위를 근절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주민들의 다짐이 담겼다.

 

화성시는 최근 수원시와 공군비행장 이전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관광 콘셉트 방점을 제부도 등 생태 관광 활성화에 맞추고 있는 화성시로서는 그래서 고민할 부분이 많다. 공군비행장 이전 예정 부지가 제부도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완료될 송산그린시티와 송산국제테마파크 등과 미답의  상태로 남아 있는 마산포라는 포구도 지척이다. 특히, 마산포는  흥선대원군이 임오군란 이후 중국 톈진(天津)으로 납치될 때 배를 탔던 곳이다. 흥선대원군이 잠시 머물렀던 가옥도 남아있다. 가을이면 그 옆으로 널찍하게 갈대들이 열병식을 받는 병사들처럼 서걱거린다. 또 다른 생태관광지로 조성이 가능한 공간이기도 하다.

 

<일곱 송이의 수선화>가 활짝 피어 있는 들녘은 따로 꾸미지 않아도 빼어난 관광지인 것처럼, 제부도도 그런 의미의 생태관광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그 어떤 거액으로도 얻을 수 없는, 자연이 화성시에게 선사한 소중한 선물이기도 하다. 아무리 초현대식의 미끈하고 날렵한 아파트들이 들어선다고 해도, 아무리 소음을 최소화하는 비행장이 들어선다고 해도 앞으로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길이 남을 제부도를 능가하는 생태관광지는 없을 것이다. 제부도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허행윤 수원화성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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