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칼럼] 이재명 지사, 이국종 교수를 구하다

이재명 지사와 이국종 교수 랑데부…닥터헬기+골든아워 구하나?
삶과 죽음 사이 골든아워…24시간 닥터헬기 새 패러다임 만든다
道·남부중증외상센터 중증외상환자 이송체계구축 업무협약 체결

허행윤 | 기사입력 2018/11/29 [13:53]

[허행윤 칼럼] 이재명 지사, 이국종 교수를 구하다

이재명 지사와 이국종 교수 랑데부…닥터헬기+골든아워 구하나?
삶과 죽음 사이 골든아워…24시간 닥터헬기 새 패러다임 만든다
道·남부중증외상센터 중증외상환자 이송체계구축 업무협약 체결

허행윤 | 입력 : 2018/11/29 [13:53]
▲ 허행윤 편집국장     ©수원화성신문

 

한 마디로 청천벽력(靑天霹靂)이었다.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 해상. 지금도 지도에서 그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은 오지의 바다에서 대한민국 소속 대형 선박이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됐다. 즉시 우리 해군의 청해 부대가 현장으로 긴급 출동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숨 막히는 긴장 속에 펼쳐졌던 구조작전은 결국 성공했다. 오랜 만에 전 국민을 감동시켰던 한편의 드라마였다. 

 

당시 블록버스터급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해주는 작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석해균 선장이 총상을 입었다. 즉시 후송됐고, 여러 차례 수술 끝에 건강을 되찾았다. 지난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당했던 삼호 주얼리호를 구조한 아덴만 여명작전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도 전 국민을 감동시킨 스토리가 탄생한다. 석 선장을 치료했던 이국종 교수 얘기다.
        
석 선장은 당시 언론 매체를 통해 이 교수에 대해 “알뜰살뜰 사람을 챙기는 의사”라고 평가했다. 이어 “총 맞았을 때 (왼쪽 손목이) 너덜너덜해져서 못 쓰겠구나 생각했다. 그걸 이 교수가 살렸다. 처음엔 그 양반 표정도 무뚝뚝하고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몸속 철심을 빼내고 사소한 거 하나하나 할 때마다 진심이 느껴졌다. 가랑비에 젖듯 신뢰가 생겼다”고 기억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발생한 판문점 북한군 병사 귀순 총격사건으로  또 다시 국민들로부터 관심을 받게 된다. 사건 당시 귀순한 북한군 병사를 자신이 근무하는 아주대병원에서 치료를 해주면서 언론에도 자주 비쳐졌다. 그런데, 그때부터 의미 있는 반전이 이어졌다. 이 교수를 통해 많은 국민이 몰랐던 중증외상센터의 열악한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응급의료 전문장비를 갖추고 생사의 고비에 있는 중증환자를 빠르게 이송할 수 있는 닥터헬기도 새삼스럽게 회자(膾炙)됐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현상을 흔히‘이국종 신드롬’이라고도 부른다. 
 
교수이기에 앞서 분주하게 수술용 메스를 놀려야 하는 외과의사이고, 중증외상센터에서 하루에도 수 십 명의 응급환자들을 접해야 하는 척박한 의료현장에서 근무하는 이 교수로부터 안타까운 사례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었다. 요약하면, 지난해 전북에서 두 살 배기 남자아이가 외할머니와 함께 후진하던 견인차에 치였다. 바로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어린이는 골반이 심각하게 골절된 상태였다.

 

그런데 도착 22분 만에 의료진은 수술 대신 이송을 선택했고, 각 지역 대학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등 12곳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치료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어 결국 국립중앙응급센터 도움으로 사건 발생 7시간 만에 아주대 외상센터에 도착했다. 한 방울의 혈액을 수혈 받기까지 3시간 이상 걸렸다. 오는 동안 누구 하나 이 아이에게 피 한 방울 수혈해주지 않았다. 결국 이 아이는 3 차례나 심정지를 겪은 뒤 다음날 새벽 숨을 거뒀다.

 

이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상환자의 50%가 이른 바 골든아워(Golden Hour)를 지키지 못하고 위급한 상황에 처한다고 한다. 대체로 중증의 외상은 위험한 노동환경에 처한 서민층에서 발생한다는 점도 안타깝다. 생사의 기로에서 누구나 차별 없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공공기관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비단 이 어린이가 운이 나빠 이런 일을 당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19구급대가 환자를 구조해도 치료해주겠다는 병원을 찾아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245분, 4시간가량 걸린다. 병원에 도착한다고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검사와 수술에 이르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허비된다. 이게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다.

 

골든아워는 심장마비나 호흡 정지, 대량 출혈 등의 응급 상황에서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금쪽같은 시간을 말한다.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금쪽 같이 귀중한 시간’이라는 뜻으로 일컫는 용어이기도 하다. 사고나 사건이 발생해 심장마비나 호흡 정지, 대량 출혈 등의 요인으로 사람의 목숨이 위급한 상황에 이르렀을 때, 신속하게 치료하면 목숨을 구조할 가능성이 높은 시간을 말한다.

 

사실 이 용어는 미국의 외과 의사이자 응급의학의 개척자인 애덤스 카울리(Adams Cowley) 교수가 “삶과 죽음 사이에 골든아워가 있다”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하지만, 골든아워에 대한 개념은 제1차 세계대전 때 기록된 프랑스의 의료 관련 자료에 이미 나타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1시간 이내에 치료를 받은 중환자의 사망률은 10%였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사망률이 늘어 8시간 뒤에는 75%에 이르렀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의 골든아워는 결국 제1차 세계대전 수준인가?

 

골든아워는 일률적으로 1시간이 아니라, 응급 질환에 따라 차이가 있다. 심장마비인 경우에는 4~6분 이내, 대량 출혈과 같은 중증 외상은 1시간 이내, 뇌졸중은 3시간 이내에 적절한 응급 처치해야 생존할 가능성이 커진다. 예컨대, 심장마비 발생 직후 응급 처치해 4분 이내에 혈액순환이 회복되면 중추신경의 기능이 대부분 회복됨은 물론 영구적 장애가 남을 가능성도 현저히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혜경궁 김 씨 실소유주 논란에 이어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논란 등으로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한 이재명 지사가 엊그제 이국종 교수가 소속된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와 ‘각별한’계약을 맺고 “24시간 닥터헬기 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계속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와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가 중증외상환자 이송체계 구축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이와 관련된 예산 51억 원(국비 70%, 도비 30%)을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했다. 이에 따라 국내 최초로 경기지역에선 닥터가 365일 24시간 운행된다. 의료 인력과 장비를 갖춘 헬기가 출동해 치료와 이송 등이 동시에 진행된다.

 

이 교수는 이날 협약식을 통해 “선진 의료체계를 갖춘 선진국의 예방사망률이 5~10% 안팎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30% 수준에 달한다. 그럼에도 학교와 같은 공공시설에도 민원 발생 때문에 헬기를 착륙시킬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지사는“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에 그런 일은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민원을 의식하지 말고 가장 빠른 코스로 다닐 수 있고 도민들이 안전한 범위 내에서, 환자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서 헬기가 이착륙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닥터헬기는 인천, 전남, 강원, 경북, 충남, 전북 등에 이어 7번째로 도입되지만,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닥터헬기는 이번이 최초다. 헬기 내에서 응급 처치와 가벼운 수술이 가능한데다, 각종 구조장비까지 탑재할 수 있어 의료와 구조가 동시에 가능하다. 닥터헬기가 도입·운영되면 환자 발생 시 경기 전역 어디서든 1시간 이내에 치료 제공이 가능해진다. 경기도는 중증 응급환자의 골든아워 확보가 가능해지면서 중증외상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교수가 그동안 사회를 향해 던졌으나 견고한 현실의 벽 앞에서 늘 외롭게 부딪쳤던 중증외상센터의 민낯과 열악한 닥터헬기 운영 등의 문제의 활로가 어느 정도 정치권에 수용되는 것인가는 앞으로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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