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반의 어느 화창한 날이었다. 미국의 한 대통령이 미시시피강 부근에서 곰 사냥에 나섰다. 그런데 그날 강변에서는 토끼 한 마리조차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보좌관들이 이를 지켜보면서 발을 동동 구르다 궁리 끝에 새끼 곰 한 마리를 구해 나무에 걸어놓고, 대통령에게 사냥한 것처럼 총을 쏘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에 어긋난다고 판단, 이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한 유명 만화가가 이 에피소드를 당시 언론의 정치 삽화로 싣자, 뉴욕 브룩클린의 한 장난감 가게 주인이 봉제 곰 인형에 대해 이 대통령의 애칭인‘테디(Teddy)’라는 이름을 붙였다. 곰 인형 테디 베어는 이렇게 탄생됐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42세에 취임했으며, 러일 전쟁을 종식시킨 공로로 미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도 받았다.
러일전쟁은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청일전쟁과 함께 참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전쟁이다. 우리의 소중한 강토에서 러시아와 일본이 전쟁을 벌여 남의 나라 전쟁에 되레 우리 백성들이 억울하게 희생되는 등 숱한 사상자는 물론 옥토도 극도로 황폐화됐기 때문이다. ‘루즈벨트(Roosevelt)’라는 성(姓)을 갖춘 최초의 대통령인 시어도어(Theodore) 루즈벨트의 얘기다.
‘루즈벨트’라는 성의 미국 대통령은 역대로 2명이이었다. 그 첫 번째 대통령이 바로 제26대인 시어도어 루즈벨트였다. 고종황제가 갈수록 기울어지는 나라의 운명을 어떻게 하든 바로 세우기 위해 서양 열강들에게 의지했던 대한제국의 시기, 미국의 대통령이기도 했다. 사실, 시오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우리에게는 역사적으로는 부정적이고도 얄미운 정치인이기도 했다. 일본의 내각총리대신이자 임시외무대신이었던 가쓰라 다로(桂太郎)와 미국의 육군장관 윌리엄 태프트(William Howard Taft)가 대한제국과 필리핀에 대한 지배를 인정한, 그 악명 높았던 가쓰라 태프트 밀약을 서명한 미국의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밀약으로 일본의 조선 침략은 가속화된다.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루즈벨트’라는 성을 갖춘 두 번째 대통령이다. 우리에게 루즈벨트 대통령으로 친숙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는 20세기 들어 수천만 명의 희생자를 낸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대통령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에 천문학적인 기업들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던 세계 대공황 시기에 미국을 이끌어 바야흐로 미국을 오늘날 세계 최강의 강대국으로 만든 위대한 지도자였으며, 미국 역사상 최초로 4선에 성공한 대통령이기도 하다.
특히,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지구촌에 불어 닥쳤던 경제적인 대재앙이었던 세계 대공황 당시 생계에 고통으로 그야말로 기아선상에서 신음하던 미국의 서민들을 위해 펼쳤던 뉴딜정책의 입안자이기도 했다. 국가산업부흥법을 비롯해 농업조정법, 테네시강 정비계획 등 그야말로 공공투자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경제정책들을 과감하게 시행했던 경제 대통령이기도 했다. 그의 정책은 성리학적인 정치 사고방식에 대입해도 결코 손색이 없었다. 한 마디로 자본권력의 횡포를 억제하고 경제적으로 약자인 서민들을 부양해 더불어 골고루 잘 사는 경제공동체를 추구하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이 핵심으로 정부에게 부여된 의무라고 판단했었다.
우리에게는 밝음과 어두움으로 엇갈리게 평가받고 있는 두 명의 루즈벨트 대통령 얘기를 끌어 들인 까닭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대답을 이재명 경기지사가 취임 초부터 추진하고 있는 도정(道政)에서 찾아보자. 이 지사의 주요 정책들은 청년들에게 기본소득 개념으로 지급하는 청년기본소득제, 수술실 CCTV 설치와 군복무 청년에 대한 무료 상해보험 가입, 광복 항일 애국지사에 연금 100만원 매월 지급, 도내에서 3년 이상 거주 중인 만 24세 미만 청년들을 대상으로 분기별 25만원씩 연간 100만원 상당을 지급하는 청년배상, 만 18세가 되는 청년에게 국민연금 첫 보험료 9만원을 지급하는 청년연금, 대리·택배기사 등 이동노동자를 위한 쉼터 제공, 건설원가 공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청년기본소득제는 일종의 기본소득의 개념으로 일하는지 여부나 재산의 많고 적음 등에 관계 없이 기본적인 생활을 꾸려 갈 수 있도록 청년들에게 지급하는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정책이다. 건설원가 공개도 공공기관의 신축 공사비가 민간 건축에 비해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3배를 웃돌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현실을 반영한 정책이다.
이 지사의 이 같은 정책들은 두 명의 루즈벨트 대통령 가운데 우리에게는 본받을 점이 많았던, 이른 바 ‘착한’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재임했던 시기의 정책들과 많이 닮아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극단적인 불평등과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저성장과 장기간 경기 침체 등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재임 시기의 미국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짧지 않은 재임 기간 동안 황소 같은 우직함으로 극복해 오늘날의 미국을 만들었다.
이 지사는 최근 공식석상에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추진한 뉴딜정책의 핵심은 공정경쟁 질서 회복, 노동권 강화로 인한 임금상승과 증산층 양성, 증세를 통한 일자리와 복지정책 도입이다, 이를 통해 노동자를 포함한 국민의 수입이 증가하면서 소비가 늘고 기업 활동도 왕성해지면서 일자리와 세수, 복지 증대 등의 선순환이 시작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재명 지사 스타일의 뉴딜정책을 언급한 것이다. 물론, 야권은 이 지사의 이 같은 도정(道政)에 대해 연일 정치적인 레토릭(Rhetoric)은 물론 악의적인 표현이 담긴 수사(修辭)에 사회적인 영역의 가시 돋힌 비판들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도정(道政)은 행정이지, 결코 정치적인 영역의 콘텐츠가 아니며, 사회적인 영역 또한 아니라는 지적도 곱씹어 볼 대목이다. 최근 이재명 지사가‘혜경궁 김씨’트위터 계정 실소유주 논란으로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역경 속에서도 이 지사가 펼치고 있는 뉴딜정책식 도정(道政)은 이제 막 시동을 걸었다. 이 지사를 둘러싼 여러 가지 논란이 종식된다는 가정 속에서, 이 지사가 앞으로 도정에만 매진해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선례처럼 성공할 지 여부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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