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칼럼] 지역상생의 수호자이자 밝은 미래 제시 하는 등대로 거듭 날 터

허행윤 | 기사입력 2018/09/20 [16:59]

[허행윤 칼럼] 지역상생의 수호자이자 밝은 미래 제시 하는 등대로 거듭 날 터

허행윤 | 입력 : 2018/09/20 [16:59]
▲ 허행윤 편집국장     ©수원화성신문

 

“대낮에 머리 모양이 참으로 괴상한 아시아계 남성 2명이 서로 멱살을 잡고 악다구니를 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큰 소리로 ‘왜 남의 구역을 침범했느냐’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들 주위에는 군중이 100여 명이나 몰려 있었다. 미국인들이 이들의 싸우는 모습을 호기심 있게 구경하고 있었다. 잠시 후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도 이들을 말리긴 커녕, 시민들과 함께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하고 있었다.”

 

20세기 초반,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신문에 짧게 실린 기사 내용입니다. 이 같은 해프닝을 취재한 기자 자신도 두 사람의 직업이 무척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알아본 결과 이들은 조선이라는 동양의 한 작은 나라에서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로 건너 온 뒤 인삼을 판매하는 장사치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사람들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들은 대로에서 체면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자신의 영업구역을 침범했다며 싸웠던 것입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에게 비친 조선이라는 나라는 어떤 이미지였을까요?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이 사고는 미국으로 유학 온  한 조선 청년의 계획까지 송두리째 바꾸게 해줬기 때문입니다. 이 청년은 신문을 읽고 자책감에 빠집니다. ‘머리 모양이 이상하다’는 기사는 바로 상투를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당시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화장실보다 더 지저분한 곳이 바로 조선인들의 집이라고 회자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청년은 결심합니다. “내가 당장 할 일은 공부가 아니라, 조선 사람들의 집을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일이다.”그리고 1년여 동안 만사를 제쳐놓고 조선인들의 집 청소에 나섰습니다.

 

그 조선 청년은 독립운동가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내무총장을 지낸 도산 안창호 선생님입니다. 원래 미국으로 건너간 목적은 교육학을 전공하기 위해서였는데, 방향을 바꿔 교포들의 집을 청소해주면서 미국에서의 첫 독립운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도산 선생님이 기사를 접했던 매체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Sanfrancisco Chronicle)이었습니다. 이 신문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발행되던 지역신문이었습니다. 동양의 약소국에서 온 청년을 독립운동가로 만들어준 건 다름 아닌 이름 없는 작은 지역신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영어로 지역신문은 크로니클이라고 부릅니다.

 

원래, 신문(新聞)은 새로운 소식이라는 한자어입니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영어의 뉴스 페이퍼(News Paper)를 그렇게 번역하면서 신문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역신문이 이처럼 지역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맺고 공생하고 윈윈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원이 없습니다. 다만, 지역 주민들의 관심사를 해당 지역 자치단체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지역신문의 역할에 달렸다고 하는 점은 분명합니다. 지역신문이 얼마나 성실하고 꼼꼼하게 지역을 챙기는가는 지면을 통해 고스란히 입증되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창간된 신문도 ‘신문’이라는 명칭을 쓴 ‘독립신문’이었고,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어찌 이날도 목메어 울지 않을 수 있는가)’라는 제하의 위암 장지연 선생의 사설이 실렸던 신문도 황성신문이었습니다.

 

최근 지역신문의 존재감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지역신문이 사라지면 지방 자치단체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돼 지역 주민들에게도 세금 부담이 커진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한국신문협회가 펭지 가오 미국 노터데임 대학 교수, 창리 일리노이 대학  교수 등이 최근 ‘지역신문의 존폐가 해당 지역의 재정에 영향을 끼친다’를 주제로 발표한 연구논문을 통해서입니다.

 

연구팀은 지난 1996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에서 폐간된 신문 296개사의 204개 지역의 재정 상황을 분석한 결과, 지역신문 폐간 이후 폐간된 지역의 장기 대출비용을 추적, 정부의 장기 대출비용이 늘어 납세자들의 부담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대출기관은 지역신문이 폐간되는 것을 보고 해당 지역에 돈을 빌려주는 것에 위험 요소를 느낄 것이고, 이에 따라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된다는 주장입니다.

 

수원화성신문이 올해로 창간 10주년을 맞았습니다. 강산이 한 차례 바뀌는 동안 지역의 발전과 상생 등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이 없었다면 결국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수원화성신문은 앞으로도 ‘지역신문은 모름지기 지역 상생의 수호자이자 밝은 미래를 제시하는 등대여야 한다’는 초심(初心)을 잃지 않겠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호민관으로서의 역할도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그래서 수원화성신문을 통해 읽은 기사 한 줄이 세상을 더욱 밝게 변하게 해줄 수도 있다는 믿음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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