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한의 54개 소국 가운데 한 곳인 모수국(牟水國)으로 개국, 이후 백제에 복속, 고구려가 백제를 한강 이남에서 몰아낸 이후 매홀군(買忽郡)으로 개칭, 통일신라 때는 수성군(水城郡)으로 변경…. 고대 수원(水原)의 약사(略史)입니다. 그러니까 수원은 고대에는 마한의 영토였습니다. 그리고 모수국은 당시 한반도 중심에 위치했던 나라였습니다. 지금처럼 말입니다.
이후 고려 태조 때 수주군(水州郡)으로 개칭한 뒤 조선시대에 들어와 수원도호부로 개편되면서 현재의 명칭이 확립됩니다. 조선 중기까지는 한적한 촌락이었지만, 정조대왕이 부친인 사도세자 묘소를 옮겨오면서 정조대왕의 고을로 부상하기 시작합니다. 수원화성이 축조되고 화성행궁도 들어서면서 큰 고을로 성장합니다. 수원시가 특례시를 지향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수원은 도호부에서 유수부로 승격되고 고을 수령인 수원유수도 정2품으로 한성부판윤과 동급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조대왕의 죽음으로 쇠퇴하고, 1895년 23부제 시행으로 인천부 수원군으로 강등됩니다. 이후 수원군 수원면(1914년), 수원군 수원읍(1931년), 수원부(1949년) 등을 거쳐 같은 해 비로써 수원시로 등급 됩니다. 근대로 접어들면서 잠시 쇠퇴했던 수원의 흑역사입니다.
지금까지는 수원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이웃인 화성의 역사는 어떨까요. 고대부터 수원과 화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정조대왕이 건설한 신도시 명칭이 왜‘수원화성’이었겠습니까. 화성은 병점 등 동부권과 남양 등 서부권으로 이뤄졌습니다. 남양은 고구려 때 당성군이었습니다. 한반도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치열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고려 때는 남양부로 개편됐다 조선 초 남양도호부로 바뀝니다. 그러다 정조대왕 때 수원도호부 중심지가 남양도호부에서 새로 건설한 수원화성으로 옮겨집니다. 곧 정조 때까지 수원의 오리지널 중심지는 화성이었다는 얘기입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1949년 화성군으로 개칭됐고, 2001년 화성시로 승격됩니다. 수원의 역사가 화성의 역사이고, 화성의 역사가 수원의 역사인 까닭입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수원과 화성이 한반도 중심으로 거듭 나기 시작했던 200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당시 개혁군주였던 정조대왕은 왕권 강화와 조선 개혁 등을 목표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빛나는 문화유적인 수원화성을 건설했습니다. 한적한 시골이었던 수원화성이 정조대왕의 압도적인 지원으로 한양과 평양 등과도 어깨를 견줄만한 큰 고을로 성장하기에 이르게 됩니다.
이제부터는 수원과 화성을 수원·화성으로 부르겠습니다. 수원·화성은 이제 명실 공히 경기도 중남부에 위치한 중심 고을로 북으로는 의왕, 동쪽으로는 용인, 남쪽과 서남쪽으로는 평택과 안성, 서쪽으로는 안산과 접하고 있습니다. 인구도 지난 4월 기준으로 두 도시를 합쳐 191만여 명(화성 67만여 명 포함)으로 광역시인 울산보다도 많습니다.
지리학계는 대한민국 수도권은 서울-인천-수원의 삼각 벨트를 중심으로 발전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수원·화성은 서울 근교인 성남, 고양, 부천, 안양 등과는 달리 자립 도시에 가까운 경기도 행정·경제의 심장부 역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 인천 등과는 생활권이 분명히 차 별화되고 있고 언어는 물론 문화도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수원화성신문이 수원·화성의 이 같은 인문학적 배경을 토대로 깃발을 올린 지 9월 4일자로 벌써 10년이 되었습니다. 강산이 한차례 바뀌는 동안 수원·화성도 참으로 많이 변하고 발전했습니다. 동탄과 광교라는 명품 신도시도 들어섰고, 용인서울고속도로와 분당선 지하철 등 교통망도 크게 확충됐으며, 도시화도 동서남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속도가 무서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 경의 “인간은 도시를 만들고, 신은 시골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아니더라도, 획일적인 도시화가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는, 그리고 인문학적인 바탕이 어우러지는 도시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수원화성신문은 그런 수원·화성을 만들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하겠다고 감히 약속드립니다. 수원·화성은 분명 경기도의 한복판이자, 대한민국에서도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