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신문은 지난 20일 윤영배 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 범시민대책위 상임위원장을 만났다. 군 공항이전 문제로 민-민 갈등을 지나 관-관 갈등까지 야기되는 현 시점에 수원시와 화성시를 비롯해 시민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전투비행장(군 공항) 이전은 수원시와 화성시가 같이 풀어 나갈 일이지, 결코 (수원시와 화성시가) 서로 갈등을 빚으면서 소모전까지 벌이면서 힘겹게 다퉈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윤영배 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 범시민 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67)은 최근 수원시와 화성시의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군 공항 이전문제에 대해 이처럼 운을 뗐다.군 공항 이전을 놓고 처음부터 다시 머리를 맞대고 최대한의 공론화과정을 거친다면 해결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내비친 것이다.
최근 군 공항 이전을 둘러싸고 수원시와 화성시 등 양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수원 시민들과 화성 시민들 간의 갈등은 이처럼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치닫고 있다.
비행장(군 공항) 명칭을 놓고서도 수원시는 ‘(수원화성)군 공항’이라고 부르는 반면, 화성시는‘전투비행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명칭부터 서로 상반되고 엇갈리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참고로 이와 관련된 특별법인‘군공항이전특별법’에는‘군 공항’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군 공항 활주로 방향으로 진입하는 육교에는 ‘수원 제10전투비행단’이라고 적혀있다. 국방부도 공식적인 명칭으로‘수원 제10전투비행단’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래서 화성시는 ‘수원전투비행장’에서‘수원’을 빼고‘전투비행장’으로 부르고 있다. 이 때문에 화성시 일각에선 수원시가‘군 공항’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국가사무를 침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윤영배 위원장의 직함도 그래서‘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 범시민 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이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젊은 시절부터 환경운동에도 몸을 담았고, 어촌계장도 맡고 있는 윤 위원장은 “수원시가 국방부와 이미 밑그림까지 그려 놓고, (화성시으로의) 군 공항 이전을 추진한다면, 누가 동의하겠느냐”며“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달았다”고 지적했다.
군 공항 이전을 둘러싼 논의는 지난해 2월 국방부의 공항 이전 TF가 수원 군 공항 이전 예비후보지를 화성시 화옹지구로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때부터 수원시와 화성시, 지역 주민들간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는 것이다. 군 공항 이전과 관련된 수원시와 화성시 간의 본격적인 갈등은 1년을 훌쩍 넘기고 있는 셈이다.화성시와 화성 시민들이 군 공항 이전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윤 위원장은“군 공항이 화성시로 이전하게 되면 땅 값이 떨어지는 등 재산문제도 있지만, 소음 피해 등 환경도 악화되는 등의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에 대해 수원시 측은 바다 쪽으로 활주로가 조성되면 소음문제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충남 서산 군 공항 사례 등 최근 발표된 객관적인 통계는 이 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해주고 있다. 충남 서산 군 공항도 당초는 이전을 추진하는 측이 비행기가 바닷가로 이륙하기 때문에 소음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해 소음대책위원회가 마을 4곳에만 꾸려졌지만, 군 공항이 완공된 뒤에는 마을 29곳에 소음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그 원인을 확인한 결과, 바닷가로 이륙할 것이라는 비행기의 80% 이상이 내륙으로 뜨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윤 위원장은 그러나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원시가 국방부에 군 공항 이전을 건의할 때도 처음부터 화성시와 협의한 게 아니고 수원시가 단독으로 건의했다는 것이다.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윤 위원장은 이에 지난해 여름 여권의 유력 정치인을 만나 이처럼 처음부터 공론화과정은 커녕 사전 협의도 없었던 만큼 이를 중재해달라고 건의했다. 당시 해당 정치인은 “수원시 등과 협의해보겠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최근까지 이와 관련된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는 게 윤 위원장의 주장이다.“행정이 실타래가 엉킨 것처럼 꼬여 있으면 정치권이라도 이를 풀어 나가야 하는데, 이도저도 아니어서 참으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윤 위원장은 수원시 측이“많은 화성 시민들이 군 공항 이전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점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물론, 일각에서는 군 공항 이전 예정지 주민들 가운데 (이전에 대해) 찬성하는 주민들이 있거나 많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윤 위원장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도 분명히 선을 그었다. 전체적인 시민의 의사는 절대적으로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팩트(Fact)가 아니라는 것이다.“일부 화성 시민들이 군 공항 이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민주 사회에선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일부 화성 시민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점을 마치 전체적으로 그런 경향인 것처럼 확대 해석한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엄연한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군 공항을 둘러싼 수원시와 화성시 간의 갈등과 수원 시민들과 화성 시민들 간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이 같은 공론화과정이 결여된 채 진행됐기 때문이라고도 진단했다.“설사 수원시와 국방부가 이대로 결정한다고 해도 비행장은 결코 옮길 수 없습니다. 못 옮깁니다. 현실적으로 옮겨 지겠냐구요? 시대가 예전처럼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강행한다고 가능한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모두 다 내려놓고 원점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길이 있습니다.”
윤 위원장은“(군 공항 이전문제가 현재로선 파국으로 치닫고 있지만) 다시 충분히 공론화과정을 거친다면 그래도‘희망은 있다’”고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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