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을 공영주차장은 왜 비었을까?
박수영 | 입력 : 2017/11/20 [02:13]
▲ 박수영 아주대 초빙교수/전)경기도부지사 © 수원화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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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이 걷는다. 정처없이. 운전하고 다닐 때는 미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치워지지 않은 골목길 쓰레기도 보이고 비뚤어진 도로표지판도 보인다. 그 중에서 제일 안타까운 게 텅텅 비어있는 마을공영주차장들이다. 비싼 세금 들여 만든 주차장이 왜 비어있는지 궁금하다. 수원시 광교 대학로마을을 지나다 거의 텅빈 2개의 마을공영주차장을 보았다. 밤에는 아예 텅텅 비어 있고 낮에도 드문드문 몇 대의 차량만 주차해 있을 뿐이다. 수원시청에서 주차할 차량도 없는 엉뚱한 곳에 주차장을 만들었기 때문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주차장 주변 좁은 골목 구석구석에 차량들이 빼곡히 주차해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차 수요는 충분하다는 얘기다.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불만이 많다. 골목에 주차한 차량들 때문에 운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지나가는 행인들까지 위험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빼곡한 차량 사이로 불쑥 튀어나오는 행인 때문에 깜짝 놀라는 건 다반사고, 주변 상가는 주차공간이 없어 장사가 안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어느 담당공무원 말처럼, “주차비 조금 아끼느라 (주차장을 이용하지 않고) 불법주차하는 주민들이 문제”라고? 딱 공무원스런 대답이고 현실을 모르는 처사다. 주차요금이 ”조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점심 때 상가에 오는 손님이 밥먹고 차 한잔 마시는데 한시간 조금 넘게 머무른다고 보자. 현행 주차요금으로는 1,800원을 내야 하는데, 6-7천원짜리 밥 먹고 밥값의 3분의 1 정도인 주차요금을 내라고 하는 게 현실적일까? 우리 동네 직장인들이 그 정도 여유있는 분들일까? 식당주인이 부담하면 어떠냐고? 6-7천원 짜리 점심 한 그릇 팔아서 얼마나 남는다고 그런 말을 하냐고 당장 야단맞을 거다.
결국 문제는 주차요금이다. 30분에 600원, 이후 10분당 300원이라는 수원시 주차장 조례를 탄력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비싼 땅에 비싼 세금 들여 조성한 주차장인만큼,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 등 피크타임에는 유연하게 운영해서 주변 상인들의 편익을 극대화해 주어야 한다. 들락거리는 차들로 붐비게 만들어 주차장 이용률을 극대화 해주라는 얘기다. 퉁명스럽고 고집스럽게 현실에 맞지 않는 조례만 읊조리지 말고 말이다. 정부라는 게 결국 주민들 등 따뜻하고 배부르게 만들어주는 게 임무 아니던가?
이런 저런 이유로 조례를 개정하기 힘들다면, 마을공용주차장을 마을공동체에 맞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현장사정을 제일 잘 아는 게 주민들인만큼 주민들 스스로 최적의 요금제를 찾아내도록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1시간 동안은 200~300원 정도의 싼 주차요금을 적용해 주는 대신, 오래 주차하면 비싸게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다른 방법은 마을 주민들이 월정주차로 공용주차장에 차를 세워둠으로써 상가 주변 주차공간을 비워주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 빈 주차공간은 상가 손님들이 무료로 주차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월정주차 요금이 문제가 되는데, 주민들을 만나보면 월 6만원은 너무 비싸다고 느끼고 계신다. 2-3만원 정도라면 월정주차를 하겠다는 주민들이 많은데, 시청에서 주민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가격까지 파악하기는 힘들 것이기에 마을공동체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주차장 운영을 기업이 한다면,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해서 최대의 이용률을 확보하려 할 거다. 근데 정부는 그걸 할 줄 모른다. 이게 정부와 기업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도시 행정은 현장행정이다. 현장수요에 맡게 유연하게 변신하든지, 그게 안되면 주민자치에 맡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운영방법이다. 비싼 땅에 만든 주차장이 이용되지 않고 있는데, 만일 공무원 개인이 자기 돈으로 만든 거라면 저렇게 비어있도록 방치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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