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 우리나라의 대표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 장동혁 당 대표가 12·3 불법 비상계엄 1주년이 되는 지난 3일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첫 문장이다. 아 이건 뭐지. 장 대표의 계엄 1주년 메시지를 접하고는 의아함을 넘어 참담한 심정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은 충격과 공포를 느꼈던 ‘내란의 밤’의 의미를 되새기며 내란 세력 엄단을 촉구하고 있는데, 보수 지도자는 계엄 옹호 메시지를 낸 것이다. 보수 재건의 적임자임을 자처하며 당 대표로 나선 장 대표가 향후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일지 뻔하게 보였다. 그는 보수 정치를 새롭게 설계하고 새로운 보수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1년 전 ‘내란의 밤’에서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과연 그가 말하는 새로운 보수 정치는 1년 전으로 되돌아가자는 의미일까?
비상계엄 이후 국민의힘이 ‘내란 정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당을 쇄신하고 내란 정당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한 지난해 12월 1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선고한 4월 4일,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6월 3일 등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당 지도부를 교체하고 당을 전면 쇄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실제 국민의힘 내부에서 불법 계엄에 대해 사과하고 핵심 관계자를 징계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전 혁신위원장,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은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계엄·탄핵 관련 대국민 사과, 인적 쇄신 안을 주장했으나,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탄핵 반대 세력에 의해 번번이 무산되었다. 그 고비마다 ‘윤 어게인’세력을 등에 업은 탄핵 반대파가 당권을 장악하였고, 국힘은 내란 정당이라는 늪에 점점 더 깊게 빠져들었다.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 표를 던졌던 장동혁 의원도 전한길 등 ‘윤 어게인’세력의 도움으로 당 대표에 당선된 이후에는 계엄에 대한 사과와 윤석열과의 절연과는 점점 더 멀어져 갔다. 그 결과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20%대에 머무르며, ‘그들만의 기득권 지키기’에 매몰되는 등 정치적 고립을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계엄 사과와 윤석열과의 절연 없이 스스로 정치적 고립 자초 일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윤 어게인’방식으로는 희망이 없어 새로운 보수 정치의 시작을 위한 이념적 토대 마련이 선행되어야 전통적 이념과 가치를 기반으로 보수 진영을 개혁할 보수의 전사가 필요한 상황
장동혁 대표처럼 일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윤 어게인’식의 정치를 고집하는 한 대한민국 보수 정치의 미래가 없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다행히 당 지도부와는 달리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냈다. 김용태·김재섭 등 초·재선 의원들과 권영세·정성국 등 일부 중진 의원들은 국민께 사죄의 뜻을 전하면서, 윤석열과의 절연 및 당의 혁신을 언급했다. 당 내부에서 상식적인 목소리가 나온 것은 다행스러운 점이지만, 지난 1년간의 국민의힘 정치 행보를 봤을 때 보수 정치의 새로운 시작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 이유는 국힘 내부 찬탄-반탄 세력 간의 대결 양상이 보수 정치의 기반이 되는 이념과 가치를 두고 벌어지는 생산적인 경쟁이 아니라, 당내 기득권과 주도권을 잡기 위한 소모적인 권력 투쟁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대표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의 정상화를 위한 고언을 하자면, 먼저 우리나라 보수정치의 이념적 토대를 굳건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보수 정치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은 무엇인지, 우리가 소중히 지켜야 할 전통과 공동체의 가치는 무엇인지, 따듯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보수 정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논의를 통해 국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대한민국 보수 정치를 바로 세우고 보수 진영을 전면적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가 필요해 보인다. 이 지점에서 독일의 전 총리 앙겔라 메르켈이 떠올랐다. 메르켈은 대표적인 보수 정치인이자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로 16년간 재임하면서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을 유럽연합을 선도하는 오늘날의 독일을 만들었다. 정치 입문 이후 단 한차례의 스캔들이나 부패 사건에 연루된 것이 없고,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정치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 메르켈 같은 보수 정치 지도자의 등장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큰 욕심일까? 고 리영희 선생님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라는 말씀처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보수의 재건이 필요한 상황이다. 독일의 메르켈처럼 우리나라에도 보수 진형을 개혁할 진정한 의미의 ‘보수의 전사’가 우리 앞에 혜성처럼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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