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 칼럼] 보수의 품격

김연호 | 기사입력 2025/06/19 [07:40]

[김연호 칼럼] 보수의 품격

김연호 | 입력 : 2025/06/19 [07:40]

 

▲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수원화성신문

 

보수주의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에서 보수주의는 급격한 변화를 반대하고 전통의 옹호와 현상 유지 또는 점진적 개혁을 주장하는 사고방식, 또는 그런 경향이나 태도를 의미한다. 다른 이념체계와 달리 보수주의에 대한 사상적 계보나 이론적 논의가 명확하게 정립되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보수주의는 정치 영역에서 전통과 안정을 중시하며, 사회 변화를 점진적으로 수용하는 정치 이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실 정치에서 보수를 표방하는 세력은 기존의 제도와 가치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이며, 사회적 안정과 질서를 강조하는 정책과 메시지를 내고 있다. 대중이 보수주의 정치 세력에게 기대하는 바는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책임, 법과 질서에 대한 존중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주의 정치집단의 정치적 행태는 어떠한가? 전 국민이 기대하는 법과 원칙을 그들이 준수하고 있는가? 국가에 헌신하며 공동체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가? 그들이 보수주의 이념과 가치에서 너무 멀리 멀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지난 6월 3일 치러진 제21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지만, 보수 진영인 국민의힘 후보가 결코 이길 수 없는 선거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된 결과였다. 국민의힘 소속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및 탄핵 이후 치러지는 ‘궐위로 인한 선거’라는 점에서 보수 후보가 이길 수 없는 선거였다. 그 어려운 선거 상황에서도 주류 보수 세력인 국민의힘은 계속 헛발질을 해댔다. 당 내부 경선을 통해 김문수 후보를 선출하고도 당 주류세력은 당 외부에 있는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강제적으로 추진하였고, 급기야 국민의힘 지지자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후보 등록 절차를 새벽에 진행해 한덕수 후보로 교체해버렸다. 결국 국민의힘 당원 투표로 당 주류세력의 대선 후보 교체 시도는 무산되었지만, 대한민국 정당사에 길이 남을 오점을 남겼다. 우리나라 대표 보수 세력인 국민의힘 지도층에 게 국민은 물론 당원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보수세력에게도 정치적 기회는 있었다. 계엄이 반헌법적 행위임을 명확히 밝히면서 계엄 추진 세력과 단절하고 국민과 함께 탄핵을 추진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얘기했어야 했다. 철저한 자기반성과 성찰을 통해 계엄 사태를 일으킨 것에 대해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 먼저였고, 내부 집단의 정치적 이해와 권력 투쟁은 차후의 문제였다. 필자가 혼란스러웠던 점은 보수 주류 세력이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을 반대하는 입장을 넘어, 헌법을 무시하고 국가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극우 세력과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점이었다. 그들에게 보수주의의 지향점과 가치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더 나아가 사회문화나 체제를 거부하고 과거의 것으로 되돌아가자는 반동주의나 변화 자체를 거부하는 수구의 모습도 보여 섬뜩하기까지 했다. 그 염려가 기우로 그치기만을 바랄 뿐이다.

 

지향점과 가치를 잃어버린 대한민국 보수정치의 현주소

반헌법 세력 및 극우 파시즘 집단과의 정치적 절연이 선행돼야

보수정치의 몰락은 사회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아

상식과 원칙에 기반한 따듯한 보수의 새 출발을 기대하며

 

보수주의 사상가나 이론가는 현재 지향점과 가치를 잃어버린 우리나라 보수세력을 어떻게 평가하며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최초의 근대적 보수주의자로 “보수주의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에드먼드 버크는 혁명의 시대에 너무나 무기력한 영국의 보수주의자들을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소”에 비유하며, 그들을 이기적이며 둔감하고 지각없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아마 우리나라 보수주의자에 대해서도 그들의 이기주의를 지적하며 영국 보수주의자에게 퍼부었던 독설을 내뱉을 것 같다. 그리고 기본으로 돌아가 보수주의의 기본 이념과 가치에 충실하라는 조언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나라 보수 정치 세력이 과연 어떤 길을 걷게 될까? 탄핵과 대선 패배를 성찰과 반성의 기회로 삼아 국민에게 사랑받는 보수로 다시 태어날까. 아님 보수의 지향점과 가치를 잃어버린 현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보수 몰락의 길로 가게 될까. 주류 보수 세력인 국민의힘에게 다행스러운 점은 제21대 대선 결과에서 확인했듯이 아직까지 보수정치의 기반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보면 이 어려운 선거 상황에서도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41.15%라는 결코 적지 않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제 공은 국민의힘에게 넘어갔다. 먼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계엄과 탄핵에 대해 사죄의 메시지를 내고, 다소 애매한 자세를 취해왔던 반헌법 세력과 극우 파시즘 세력과는 정치적으로 단절하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 후에 당원과 지지자의 의견에 기반한 정책과 당 혁신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건강한 정치 발전을 위해 상식과 원칙에 기반한 따듯한 보수의 새 출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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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뚜루미 2025/06/19 [18:49] 수정 | 삭제
  •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소‘가 너무 맞는 말씀 같습니다. 앞으로는 국가에 도움이 되는 보수세력이 탄생해 진보와 함께 서로가 도움이 되어 한국이 더욱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 민두 2025/06/19 [16:23] 수정 | 삭제
  • 진정한 보수가 지니는 의미와 자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글입니다. 앞으로 이분법적 흑백론이 아닌 진정한 보수와 진보의 가치가 모두 실현되기를 기원합니다.
  • mhkim4kr 2025/06/19 [11:30] 수정 | 삭제
  • 작가님의 글을 읽어내려가면서 [보수의 품격]을 상징할 수 있는 지난날의 모습이 있었나 돌이켜보면서...우리 스스로 진보의 품격을 떨어트리지 않는다면, 유권자가 무서워서라도 변화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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