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은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되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 돈도 이와 같아서 주변에 나누어야 사회에 꽃이 된다”. 방송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주인공인 진주 김장하 선생이 방송 인터뷰를 통해 남긴 어록이다. 한 달 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이후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김장하 선생과의 개인적 인연이 방송과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김장하 선생의 업적과 미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평범한 사람은 상상조차하기 어려운 고귀한 삶을 살아온 김장하 선생은 수많은 자선활동과 후원을 해오면서도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고 언론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아 진주 이외 지역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었다. 그가 걸어온 길을 잘 아는 지역 언론인 경남도민일보 기자와 MBC경남 PD의 끈질긴 설득과 노력으로 김장하 선생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과 방송을 통해, 그는 드러내고 싶지 않았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싶어 했던 이 시대의 참어른 김장하를 만나게 되었다. 김장하 선생은 평소 자가용도 없이 자전거를 타고 다닐 정도로 검소했지만, 그가 한약방을 운영하며 평생 모은 돈을 사회운동과 자선사업을 통해 사회에 아낌없이 나누어주었다. 1983년 사재 100억 원을 들여 설립한 고등학교를 국가에 기부하였고, 2021년 은퇴하면서 해산한 재단의 기금 34억 원을 지역 대학의 발전기금재단에 기부하였다. 지역에서 김장하 장학금을 받은 어려운 환경의 학생이 1,000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문형배 헌법재판관도 그중에 한 명이었다. 오직 기부를 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온 분이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어떠한가? 우리 주변에 김장하 선생 같은 어른이 있는가? 신자유주의 체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국가 간의 관계는 전쟁터 그 자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관세전쟁도 총 대신 돈을 들고 싸우는 전쟁터 같다. 개인 차원으로 내려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무한경쟁을 강요받고 있다. 한국사회도 경제성장과 민주화에 어느 정도 성공하면서 다른 나라한테는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우리 모두가 그리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는 잘 알고 있다. 특히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빈부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급격한 사회변동을 겪은 한국사회가 그 후유증도 심하게 앓고 있는 것 같다.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로 인한 피해는 누가 많이 볼까. 당연히 돈 없고 힘 없는 상대적 취약계층이다. 아직도 상대적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사회에서 그들 스스로 극복하라고 방관만 할 것인가. 아니면 메시아 같은 존재인 어른 김장하를 앉아서 기다릴 것인가. 주위를 눈 씻고 찾아봐도 어른 김장하는 찾을 수가 없었다.
무한 경쟁시대에 개개인의 삶은 취약할 수밖에 없어 소수 독지가에 의존하는 기부문화는 한계가 명확해 새로운 기부제도 마련을 위해 국가와 사회가 적극 나서야 시민이 주도하는 ‘시민기부기금제도’를 제안하며
누가 필자한테 지금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주저 없이 어른 김장하라고 대답할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 완화와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고민하면서 김장하 선생을 떠올린 것은 이제 어른 김장하의 역할을 누가 맡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기부문화 확산이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를 좀 더 따듯하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공동체 문화의 복원과 더불어 우리가 직접 어른 김장하를 만들자는 것이다. 바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금을 김장하 선생 같은 소수의 개인 독지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제도적으로 어른 김장하를 만들어 보자. 예를 들어 A지역의 불우한 아동 지원을 위해 필요한 예산이 100억 원이라 치면, 그 예산의 일부는 다수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펀드 방식으로 모금하고, 나머지 필요한 예산은 지역 내 기업과 공공기관, 시청에서 분담해서 전체 100억 원의 예산을 채우는 것이다. 일종의 ‘시민기부기금제도’ 방식으로 꼭 필요한 자금을 시민, 사회, 국가가 공동으로 마련해서 시민 중심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돈도 주변에 나누면 사회의 꽃이 되듯이, 우리 이웃이 함께 모은 돈을 주변에 나누면 더 아름다운 꽃이 되지 않을까. 누구나 많이 갖고 싶어 하지만 더럽다고 경원시하는 돈이 우리 사회의 아름다운 꽃이 되는 세상을 꿈꾸어 보자. 한낱 일장춘몽일지라도 꿈이라도 꾸어보자. 꿈을 꾸면 언젠가는 이뤄진다고 하지 않았나. I have a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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