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죽음의 질을 높여야 삶의 질도 높아집니다”웰다잉 선구자! 수원도시공사 수원시연화장 이창원 소장에게 듣는다
아름다운 마무리 위한 웰다잉(well-dying)...품위있는 마지막을 준비하다 영성의 시대...슬픔을 나누는 ‘공감’ 절대적으로 필요해 장례문화기획자 소명의식...선진장례문화 만들어 소통과 치유 초석 다지고파 존엄한 죽음 될 수 있도록 정신적인 추모 수준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
티베트의 승려 달라이 라마(Dalai Lama)는 죽음에 대해 ‘죽음에 대한 분석은 두려움을 갖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중한 삶에 감사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고, 영국의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존 드라이든(John Dryden)은 ‘인생은 여행이고 죽음은 그 종점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처럼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죽음을 너무 슬프게만 바라보기보다는 가치 있고 존엄한 죽음이 될 수 있도록 맞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수원시 영통구 광교호수로에 위치한 수원시연화장은 경기 남부에서 가장 큰 공공 종합장사시설 중 하나로 2001년에 문을 열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후 모실 공간을 선택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유가족들의 마지막 예우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수원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접근이 용이하며 공공 종합장사시설로 가격적인 부담이 적은 데다가 최신식 설비와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수원시연화장을 많이들 찾고 있다.
‘연화장을 새롭게 유가족을 빛나게’라는 새빛 장례 미션으로 신(新) 장사문화 선도를 통한 장례 컨트롤 타워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수원시연화장에서 고인의 존엄한 마지막을 지키고, 유가족의 슬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창원 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창원 소장(만 56세)은 수원 태생으로 단국대학교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동 대학원에서도 회계학을 전공해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고, 현재 아주대학교 행정학과 일반대학원에서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2000년 6월 1일 수원도시공사에 입사한 후 2011년 1월 팀장 때 수원시연화장에서 약 3년 6개월간 근무하다가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다. 이후 2021년 수원시연화장 리모델링 때 관련 업무를 진행했고, 다시 2023년 1월부터 지금까지 수원시연화장에서 근무하며 총괄 업무를 맡고 있다. 전)수도권화장시설협의회 의장이자 전자책 ‘나는 화장터로 출근한다’ 저자로도 알려져 있는 이창원 소장은 수원시연화장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각별하다.
과거 수원시 연화장에서 팀장 재직 당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귀천로(歸天路)’라 이름지어 만들었다. 여기서 ‘귀천(歸天)은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의 내용처럼 ’하늘로 돌아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12년에는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하고자 추모음악회인 ’아름다운 음악회‘를 열어 단순한 추모를 넘어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였다. 2013년에도 역시 매월 음악회 및 미술 전시회를 진행하였고, 9월에는 수원시연화장 특설무대에서 아름다운 콘서트 ‘희비애락(喜悲哀樂)’을 열어 추모객들의 슬픔을 달래었다. 이 소장은 올해도 미술이나 음악, 문화 등의 전시회 시스템을 만들어놓았다고 전했다.
또 존엄한 죽음 웰다잉(well-dying) 문화를 알렸다. 2013년에는 인생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웰다잉(well-dying)’투어를 개발해 견학과 강의, 유서 쓰기 체험 등을 진행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당시 대한노인회 수원 4개 지회 총 200여 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석했고, 전북 군산 등 타 지역에서도 견학을 와 그야말로 수원시연화장은 전국구였다.
어떻게 보면 굳이 그가 하지 않아도 될 힘든 일들을 왜 했는지 묻자 이 소장은 “이런 프로그램을 한시적으로 진행하는 곳들도 있다. 그렇지만 저는 꾸준히 해 왔다. 죽음의 질을 높여야 삶의 질도 높아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렇듯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발로 뛰는 이창원 소장은 그 열정을 인정받아 2014년에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장례서비스 분야 국가직무능력표준 개발 심의 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하였다.
연화장에서 운영 중인 사업으로는 유가족 및 추모객 대상 애도 상담 프로그램, 아름답고 품격 있는 마무리를 위한 웰다잉 교육, 나눔 문화 실천을 위한 ‘사랑의 물품기부 추진’ 사업 등이 있다. 특히 ‘사랑의 물품기부 추진’은 생전 유품을 모아 유가족이 연화장 내 기부 물품 박스에 기부하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된다. 또 친환경 장례식장을 목표로 녹색기부 나눔, 지역사회 공헌 실천 등 ESG 경영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반적인 근조화환 대신 오브제 근조화환을 많이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쌀 화환이나 쌀 그림 화환으로 문화가 바뀌면서 고인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등 친환경 문화를 실천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를 묻자, 그는 지금까지 유족들에게 온 마음을 다 했다는 것이 성과라고 밝혔다. 또 2024년 5월 23일 수원시 장안구민회관 한누리아트홀에서 전국 최초 ‘장사혁신 포럼’을 개최하여 장사문화의 새로운 전환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장을 마련했는데 이 또한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언급했다.
일하며 보람을 느낀 순간에 대해 이창원 소장은 혼자 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우수한 직원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늘 감사하고 보람 있다고 말했다. 또 그가 도와주었던 사람이 ‘슬프고 경황이 없었는데 잘 챙겨줘서 고마웠다’며 잊지 않고 찾아왔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물론 속상할 때도 있었다. 이 소장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직원들이 서비스 부분에서 작은 실수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마음이 힘드신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래도 직원들에게 도를 넘는 폭언과 함부로 대하는 행동을 볼 때면 속상하다.”라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또 아이가 죽어 아빠가 유골함을 안고 추모의 집으로 가고 있는데 뒤에서 힘겹게 걸어가고 있는 엄마가 임산부인 모습을 봤을 때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착잡하고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장애인의 죽음도 가슴 아팠다며 고인의 부모님이 너무 슬퍼서 걷지도 못하고 거의 기어가다시피 하는 모습을 보고 그 어떤 말과 위로도 하기 어려웠다고 괴로움을 토로했다.
직업적인 고충에 대해서도 그는 “저희도 멘탈이 무너질 때가 있다. 그래서 직원들이 심리 상담이 필요하면 받고 있다.”라며 장례지도사들도 마음의 치유가 필요하기에 힐링을 위한 ‘프레시(fresh) 프로그램’이 있다고 말했다. 소장으로서의 고충을 묻자 이 소장은 우리가 하는 일이 인적 서비스인데 인력이 부족해 직원들이 많이 힘들어한다는 것과 앞으로 장례문화를 앞장서서 이끌기 위해서는 사람의 마음을 공부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모든 직원들이 다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창원 소장은 2024년 2월 ‘나는 화장터로 출근한다’라는 전자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그가 종합장사시설인 수원시연화장에서 근무하면서 경험했던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이 소장은 “저를 인터뷰하러 오셨던 분이 제 이야기를 듣고 책으로 써 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추천해 주셔서 도전했다. 딸이 결혼하기 전에 완성하고 싶어 전자책으로 만들었다.”라고 계기를 밝혔다. 이어 훗날 퇴직을 하더라도 장례 관련 일을 하며 출근을 할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에 대해 그는 나의 죽음을 미리 설계해 볼 수 있는 ‘사전장례식’과 ‘무연고자’ 공영장례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죽음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수원시연화장에서 주민들의 상주 역할, 합동 제사 실시 등 제대로 격식을 차려 진행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래서 올해 공영장례 전용실을 만들고 싶다며 민간과 차별화된 전문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창원 소장에게 그가 생각하는 죽음이란 무엇인지 묻자, ‘또 다른 세계’라 답했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세계다 보니 사람들은 두려워한다며 생과 사의 차원이 바뀌는 세계라 여기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슬픔은 나누는 것이고 함께 느끼는 것이기에 ‘공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장례는 공감하지 않으면 실패한다. 그렇기에 이 소장은 지금은 영성의 시대로 살면서 제일 필요한 것은 힘들 때 손 한번 잡아주고, 어깨 한번 토닥여 주는 ‘공감’이라고 강조했다.
[에필로그] 수원시연화장이 자신을 에너지 가득한 사람으로 만든다는 이창원 소장, 그는 영락없는 장례문화기획자였다. 타 지역에서도 프로그램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하는 종합장사시설 수원시연화장을 좀 더 활성화하고자 지속적으로 문화 예술 전시를 기획하고, 자살 예방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역의 장례문화 발전을 위해 소명의식을 가지고 이 순간에도 뛰고 있는 장례문화 선구자 이창원 소장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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