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중에 소방재난본부 상황실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 2년간 경기북부 동두천 시청 동장으로 근무하여 주말부부로 살았는데 수원시 소재 집 근처의 경기도소방재난본부로 발령을 받으니 격일 부부가 되었다. 24시간 근무하고 24시간 집에 있다가 다시 출근했다. 이전에는 3교대 근무여서 하루 근무하고 이틀을 집에서 쉬었으므로 상황실에 근무한 어떤 선배는 이웃으로부터 조기 퇴직을 한 것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평일에도 운동복을 입고 집 근처를 산책하는 모습을 보고 아직 나이가 젊으신 듯 생각되는데 ‘어찌하여 공무원을 퇴직하였는가?’ 하는 질문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2교대로 풀 근무를 하다 보니 일요일도 토요일도 모르겠고 그냥 하루 근무하고 부족한 잠을 자고 나면 다시 출근해서 상황 근무를 했다. 하지만 공무원으로서의 보람이 컸다.
공직 초기에 만나 뵌 임명직 도지사님 중에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수식어를 자주 받으신 임사빈 도지사님은 훈시 말씀을 통해 "선진국일수록 소방관이 존경을 받고 어린이들의 미래 꿈이 소방관이 되는 것"이라 말했다. 정말로 소방 조직에 근무해 보니 여러 직종, 직열의 공무원 중에 소방관이야말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봉사와 희생정신으로 일하고 있다.
김원효 개그맨이 대중에 알려지게 된 계기가 개인적 생각으로는 소방관 수보대 역할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화재 발생을 신고한 시민의 전화를 받고는 "왜 불이 났어요? 누가 불을 냈어요? 내가 안 그랬어요" 하면서 긴급상황을 개그로 승화시킨 김원효식 개그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김원효 개그맨의 말과는 정반대로 소방관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원로 탤런트가 출연하는 해외여행을 소재로 한 예능에서 '직진 이순재 선생'의 광고 멘트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이라는 대목이 있다. 정말로 소방관들은 불이 났다고 하면 우선 출동한다. 달려가면서 현장 상황을 계속 파악하고 대응책을 강구한다.
상황실에 실제로 근무해 보니 어느 소방서 관내에 화재 신고가 접수되면 당해 소방서의 인력, 차량은 물론 소속의 소방 파출소에서도 동시에 출동한다. 그래서 시민들은 가끔 요란한 싸이렌을 울리며 출동한 소방차가 급하게 유턴하는 경우를 목도하게 된다. 화재 현장으로 달려가는 진압대장은 견장에 무궁화 2개를 자랑스럽게 달고 있다. 진압대장이 무전을 통해 화재 상황을 파악하고 분석한다. 그리고 선착 소방관이 화재를 진압했다는 보고를 받으면 다른 소방차에게는 귀소 명령을 내린다. 무전 중에 숫자를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알았다, 다시 알려달라’ 등의 그들만의 간결한 숫자 언어로 상황을 소통하고 있다. 신속하고 정확한 소통을 위한 소방 언어다. 이런 숫자 언어는 경찰에도 있다.
어린 시절에 성냥개비 게임 중에 호텔이 불이 났을 때 1개를 옮겨서 불을 끄라는 문제가 나왔다. HOTEL이라고 모두 15개비 성냥 글씨를 쓴다. 정답은 H자의 가운데 획을 빼내서 ‘O’자 아래에 붙여 숫자 9를 만든다. 결과는 119TEL이 된다. 119로 전화하면 해결된다. 초등학생으로서는 참으로 흥미로운 게임이었고 지금도 생각하면서 옅은 미소를 띠곤 한다.
초등학생이 존경하는 직업,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희생과 봉사의 소방관이야말로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이 시대의 진정한 공복이다. 우리는 생활 중에 낮과 밤을 구분 없이 소방차와 피를 흘리는 응급환자를 태우러 가거나 병원으로 달리는 응급차를 만난다. 앰뷸런스가 빼곡한 차량 행렬에 둘러싸여 경적을 울리며 외롭게 울고 있는 안쓰러운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생사를 넘나드는 촌각을 다투는 환자를 태우고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야 할 응급차가 퇴근길 차량 속에서 외롭게 외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소방차를 비롯한 응급자동차의 사이렌이 들리면 모든 일반 차량은 그 순간 그 자리에 정차한다고 한다. 차선이나 방향, 신호등에 무관하게 소방차의 경적 소리는 모든 차량을 그 자리에 올스톱, 정지시키고 응급차가 그 사이로 빠르게 달려간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쯤 응급차량 경적소리에 모든 차량이 정차하는 날이 올까. 올스톱!!! 생명을 살리는 올스톱에 온국민이 동참하는 선진국 대한민국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수원화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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