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신 음악칼럼] 바흐의 '커피 칸타타'를 아시나요?'J. S. Bach(1685-1750), Coffee Cantata BWV 211'
프랑스 작가 타페랑은 커피를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같이 뜨겁고,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키스처럼 달콤하다’라고 표현했고, 황제 나폴레옹은 커피가 없으면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며, 베토벤의 아침 식사는 커피뿐이라고 하였고, 바흐는 “커피 칸타타”를 작곡했다.
커피가 유럽에 들어온 것은 17세기 초이다. 처음에 커피는 아랍인들이 즐겨 마셨던 음료라는 이유로 ‘악마의 음료’라고 비난받았지만, 교황 클레멘스 8세가 커피를 마셔본 후 이런 음료를 마시는 즐거움을 이교도에게만 허용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선언하면서 커피에 세례를 해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유럽에 확산하기 시작한 커피와 카페는 기독교의 교권에 반대한 계몽주의 운동의 촉매 역할을 했기 때문에 교황의 판단은 잘못이었다.
과거의 철학자들이 고매한 성찰을 위해 고독을 찾았다면, 18세기 계몽주의 철학자들은 사회에 유용한 생각을 즐겁게 교환하기 위해 사람들과의 만남을 일과로 삼았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즐겨 찾은 만남의 장소는 바로 카페였다.
이렇게 계몽주의가 시작된 영국에서는 1650년경부터 커피가 수입되어 소비되기 시작했으며, 옥스퍼드와 런던에서 커피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신분에 상관없이 개방된 커피하우스에 철학자, 문인, 정치가들이 모여들면서 공화주의와 자유주의 사상이 불이 붙게 되었고, 영국의 대표적인 계몽주의자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 역시 커피하우스의 단골이었다. 그러나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화하는 과정에서 차(tea)가 수입되어 커피의 인기가 시들해졌으며, 이후에는 영국과 항상 대립하고 있는 프랑스가 명실상부한 카페의 왕국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이후 유럽 전역에 커피와 카페가 확산이 되면서, 독일의 음악가 바흐는 커피 홍보용 ‘칸타타 BWV 211’(1732)을 작곡하였다. 그는 주로 종교적인 작품으로 유명하지만, 이 곡은 커피하우스에서의 공연을 목적으로 탄생한 작품으로 일종의 커피 광고음악이자 작은 희극 오페라 같은 매혹적인 칸타타를 세상에 선보인 것이었다. 바흐는 오페라를 작곡하지 않았지만, ‘커피 칸타타’를 통해 그가 희극적인 양식의 음악에도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칸타타(Cantata)에는 종교적인 내용의 교회칸타타(cantata da chiesa)와 세속적인 내용의 실내칸타타(sonata da camera)가 있는데, 물론 ‘커피 칸타타’는 세속칸타타이다. ‘칸타타’라는 단어의 어원은 이탈리아어의 칸타레(cantare, 노래하다)로 ‘성악곡’이라는 뜻으로 교회칸타타로는 ‘부활절 칸타타’와 ‘크리스마스 칸타타’가 있으며, 요즘 시대에 교회나 성당에서 절기마다 흔히 연주되고 있다. 17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이 성악곡은 대개 소규모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되며 가사가 있는 독창과 중창, 합창 등으로 된 짧은 곡들로 구성된다. 이것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소나타(Sonata)’가 있는데, 여러 악장으로 구성된 ‘기악곡’이라는 뜻이다.
바흐의 ‘커피 칸타타’는 실내칸타타의 극적인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라이프치히의 치머만의 커피하우스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곡은 커피에 열중하는 딸에게 부친이 한탄하면서, '너에게 좋은 신랑을 속히 중매해 줄 테니 커피를 너무 마시지 말라’고 말하는 내용의 Aria 4곡, Racitativo 5곡, Trio 1곡 등 총 10곡이 있다.
줄거리는 아버지는 딸에게 몸에 좋지 않다며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권유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딸의 커피에 대한 욕망은 더 강해질 뿐이다. 술, 담배도 아닌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한다는 설정이 웃음을 자아내면서 더욱 희극적인 느낌을 준다.
리첸(딸)의 아리아 “커피는 어쩜 그렇게 맛있을까”에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플루트의 연주와 함께 ‘커피’라는 단어가 자주 반복되며 커피를 향한 강한 욕망이 표현된다. 그러나 슐레드리안(아버지)은 커피를 마시는 딸에게 화를 내며 산책을 못하게 한다거나 스커트를 사주지 않겠다는 둥 여러 가지로 딸을 설득하는 노래를 부르지만, 딸은 다른 것은 다 없어도 커피만은 안 된다고 말한다. 결국 아버지는 최후의 수단으로 결혼은 못 시킨다고 위협하자 딸은 이 말에 굴복하고 만다. 하지만 그녀는 머리를 써서 다시는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고 하며 신랑감을 구해줄 것을 합의하나, 합의의 조건에는 '커피 마시는 것을 허락하는 남자'가 포함되어 있다. 결국 그녀는 ‘결혼과 커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커피 칸타타’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해설자와 아버지, 딸 역의 세 사람이 모두 등장, 커피 예찬의 합창'으로 끝을 맺는다.
오늘날 우리 현대인들에게도 커피 향기는 매력적인데, 분주한 일상 가운데 커피 한잔의 여유로움과 함께 바흐의 ‘커피 칸타타’를 감상해 보시면 어떨까요?
https://youtu.be/nno-hE2IUfg?si=nyCCvQoFwtp9u2DV https://www.youtube.com/watch?v=SDafQr3SkAo <저작권자 ⓒ 수원화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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