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석 칼럼] 생명나무로 역사 만들기

이강석 | 기사입력 2023/12/21 [09:07]

[이강석 칼럼] 생명나무로 역사 만들기

이강석 | 입력 : 2023/12/21 [09:07]

▲ 이강석 화성시 옴부즈만     ©수원화성신문

 

1910년경 서울 광화문 앞 의정부 터에 경기도청사가 건립되면서 심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 중 측백나무 한 그루가 외롭게 서 있다. 높이 13m에 가지 양 끝 길이가 13∼15m인데 현재 수원시 동수원 IC 인근 광교역사박물관 정원에서 잘 크고 있다. 이 나무는 1967년 경기도청의 수원 이전 때까지 57년간 광화문 청사와 함께했다.

 

경기도청 선배 공무원들은 사무실 짐을 싣고 1967년에 수원 팔달산으로 이사 올 때 이 나무는 그 자리에 두고 왔다. 외톨이가 된 나무는 대략 50년간 서울의 청사철거, 주변 개발 등 격동의 삭풍 속에 용하게도 견뎌내던 중 서울시가 ‘의정부’ 터 발굴조사계획을 추진하면서 베거나 이식해야 하는 위기를 맞았다.

 

2017년 8월에 남경필 경기도지사에게 환경에 관심이 깊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화를 했다. 두 분 단체장의 합의로 측백나무는 제 주인을 찾아 경기도 제집으로 돌아왔다. 경기도는 이 측백나무를 광교역사박물관 부지(영동고속도로 동수원 IC) 인근에 이식했고 광교청사 이식을 기다린다.

 

그전에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취임 전에 도청 주변의 철조망을 걷어내자 하더니 취임 후에는 정문을 철거하라 했다. 철조망과 정문이 있다고 집단민원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다. 2009년 어느 날에 정문과 후문의 철제문짝을 철거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책에 나섰다. 동판이 박힌 시멘트 구조물을 통으로 뽑아 화단에 옮겼다가 광교청사 준공 시에 이전하자고 건의했다. 문화재과 공무원과 통화에서는 50년이 필요하단다. 8년이 모자랐다. 주민등록증이나 자격증을 들고 태어나는 이는 없다. 2008년 어느 날, 실제로 정문을 철거하는 토요일에 일부러 양복을 차려입고 현장으로 나갔다.

 

“이 동판은 소중한 역사물이니 흠결 없이 떼어내서 넘겨주십시오.”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의 ‘경기도청’ 동판과 김영삼 대통령이 1992년 말에 경기도의회 이달승 의원의 청을 받아써 준 ‘경기도의회’ 현판은 고철로 녹아버리기 직전에 구사일생했다. 은행나무, 비둘기, 개나리는 경기도를 상징한다. 양평군 용문사의 1,100살, 신장 42m 은행나무가 으뜸이다. 신라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었다는 전설과 의상대사의 지팡이설이 있다. 세종대왕으로부터 당상관 정3품 벼슬을 받았다.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 소리를 내어 알렸다.

 

수령 600살 높이 14m이고 벼슬은 정이품에 이른 소나무가 속리산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세조가 법주사로 가는 길에 아래로 처져 있는 가지에 걸리게 되었다. 이에 세조가 가마가 걸린다고 말하니 소나무가 가지를 위로 들어 왕이 무사히 지나가도록 하였다. 또 세조가 이곳을 지나다가 이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했다는 설도 있다. 이리하여 세조는 이 소나무의 충정을 기리기 위해 정이품, 현재의 장관급 벼슬을 내렸다.

 

예천군에는 석송령이라는 소나무가 있다. 감천면 천향리 석평마을에 자리 잡고 있으며, 2023년 600살이다. 이 나무의 그늘 면적이 324평이다. 넓게 펴졌으므로 키는 10m 정도다. 성은 석이요 이름은 송령이라는 이름으로 군청 토지대장에 등록되었다. 아마도 대한민국 유일의 자신의 토지를 소유한 세금을 납부하는 소나무다.

 

어느 여름에 홍수가 져서 풍기골에서 마을 앞 개천으로 떠내려 오던 어린 소나무를 길 가던 나그네가 건져 개천가에 심었는데 그 나무가 점점 자라서 크고 우람한 고목이 되었다고 한다. 그 사연에 가슴이 시리다.

 

수원 원천천을 걷다가 하천 중앙의 나무말뚝 위에서 가녀린 가지를 나풀거리는 버드나무를 발견했다. 근경, 원경 사진을 찍었다. 필자는 구구절절 사연을 적어서 수원시에 건의했다. 죽은 나무 위에 자리 잡은 버드나무는 두 가지 생명력을 추정해 보았다. 씨앗이 바람에 날려 그 좁은 각목위에 올라가 싹을 틔웠거나 상류에서 장마에 떠내려가던 실뿌리가 틈새에 발가락이 걸려서 지금 5개의 가지를 키웠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수원시에 이 나무(각목)를 잘라 안정적인 자리에 심고 100년, 200년 후 수원시민에게 생명의 신비함을 전해주자고 제안했다.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경기도청 측백나무, 예천의 석송령을 예로 들면서 수원시에서도 관리하고 자랑할 수 있는 씨앗을 올해에 뿌리자고 요청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다. 수원시 문화부서에 재고를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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