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갑’은 토지소유자 ‘을’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지급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지역의 고도제한조치 완화 방침이 발표되었습니다. 그러자 ‘을’은 ‘갑’에게 매매대금 증액을 요청하였고, ‘갑’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갑’은 중도금 지급기일 한달 전에 ‘을’의 사무실을 방문하여 중도금 만큼의 수표를 ‘을’에게 제공하였으나 ‘을’은 받지 않았습니다. ‘갑’은 ‘을’에게 중도금을 받을 것을 독촉하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을’은 ‘갑’이 중도금을 지급하려 한 때부터 5일 후 계약금의 배액을 공탁하면서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우 매매계약의 효력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답) 매매계약을 체결하면 먼저 계약금을 지급하고 중도금과 잔금은 시간을 두고 지급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때 계약금은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없으면 해약금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계약금을 준 사람은 이를 포기하고, 받은 사람은 그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한정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만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이행에 착수한다는 것은 이행행위 자체에 착수하는 것을 말합니다. 중도금을 지급하거나 목적물을 인도하는 것과 같이 이행행위의 일부를 행하거나 이행에 필요한 전제행위를 행하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위 사안과 같이 매매대금의 중도금 지급기일이 되기 전에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하려 한 경우에도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대법원은 “이행기의 약정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매매계약의 체결 이후 시가 상승이 예상되자 매도인이 구두로 구체적인 금액의 제시 없이 매매대금의 증액요청을 하였고, 매수인은 이에 대하여 확답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도금을 이행기 전에 제공하였는데, 그 이후 매도인이 계약금의 배액을 공탁하여 해제권을 행사한 사안에서, 시가 상승만으로 매매계약의 기초적 사실관계가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어 ‘매도인을 당초의 계약에 구속시키는 것이 특히 불공평하다’거나 ‘매수인에게 계약내용 변경요청의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고, 이행기 전의 이행의 착수가 허용되어서는 안 될 만한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매도인은 위의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위 사안에서 ‘갑’이 미리 중도금을 지급하겠다는 뜻을 ‘을’에게 밝힌 것은 이행에 착수한 것에 해당하므로 ‘을’이 그 후 계약금의 배액을 공탁하였더라도 매매계약이 해제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합니다. 즉, 매매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됩니다. <저작권자 ⓒ 수원화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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