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석 칼럼] 정치인의 남편과 부인

이강석 | 기사입력 2023/06/19 [07:43]

[이강석 칼럼] 정치인의 남편과 부인

이강석 | 입력 : 2023/06/19 [07:43]

▲ 이강석 (전)남양주시부시장     ©수원화성신문

 

필자는 공직 생활 42년 중 후반기 20년 동안에 정치인의 사모님을 많이 접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 사모님의 공식적인 활동도 현장에서 생생하게 목격하였습니다. 더러는 사모님과 업무의 일부가 연결되기도 했습니다. 행사장에서 여러 단체장 사모님을 만나서 함께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필자가 모 시청에 근무할 때입니다. 모시고 있던 시장 사모님이 공직 간부의 부인들과 정례모임에서 인사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과거 이른바 사모님 모임에도 복잡한 룰이 있었고, 모임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고 언론에 보도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습니다.

 

이후 여러 시·군에서 그 모임이 해체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이 모임에 가는 공직간부 부인들은 평소에 느끼지 못한 정치적 분위기에 큰 신경을 쓴다는 이야기를 많이 전해 들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기관장 사모님들은 기관장의 정치활동을 응원하는데 전심전력합니다. 어느 사모님은 짧은 치마를 입고 청사 광장의 아스팔트 바닥에 무릎을 꿇어가며 큰 절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크게 놀랐던 바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남편의 도지사 당선에 감사인사를 드리며 앞으로 더 큰 성원을 바란다는 취지의 인사말을 했습니다.

 

어느 사모님은 공식행사에 자주 나가고 싶어 하고 단체장님은 이를 말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중간에 낀 공무원 간부들이 많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단체장(도지사, 시장님)의 공관, 관사에서 행사를 하는 경우에는 사모님이 음식을 차려주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업체에서 급식을 하는데 매번 같은 식당의 동일한 메뉴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국밥이 나오고 과일이 나오면 그날의 공관만찬은 마무리되는 것으로 필자가 식사의 수순을 외울 정도입니다.

 

공관만찬에서 기어코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러주신 사모님도 있습니다.

 

퇴직공무원 초청으로 마련된 이날 도지사 공관 식사는 기억이 남는 메뉴이었고, 무거운 대화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조금 나서는 바람에 당시 도지사께서 농담으로 필자에게 '정치진출' 의향을 물으신 바도 있습니다. 물론 분위기에 맞게 추천해주시면 열심히 나서겠다고 답했습니다만 이후 연락을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단체장 사모님의 현장활동 중 급식봉사에서도 여러 경우를 봅니다. 화려한 붉은 원색의 앞치마를 두르고 열심히 국과 밥을 퍼 주시는 사모님이 있습니다.

 

또 다른 사모님은 급식봉사장에서 설거지를 하시고 주변의 쓰레기를 맨손으로 주워서 분리수거를 하십니다. 현장에 일찍 오시고 늦게까지 허리를 펴지 않고 봉사활동을 하십니다. 조금 전 밥주걱과 국자를 들고 '붉은 앞치마'로 열정을 보이신 사모님은 행사 중간부터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도 다음 일정이 있어서 급하게 떠나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봉사활동은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전면에 보이는 것만으로 모든 이를 설득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 벚꽃행사장에서 도지사님이 시민들과 사진을 찍을 때 수행원들이 같이 촬영에 참여해 달라 청해도 빙빙 걷도는 사모님의 뒤를 밟아 본 적도 있습니다. 사진 촬영을 피하시던 사모님은 홀로 이리저리 다니시다가 젊은이들에게 다가가서는 '저기에서 지사님이 사진 촬영 중이니 가보세요!!!'하면서 나름의 홍보책임자 역할을 다하는 모습을 목도하고 크게 놀란 바도 있었습니다.

 

사실 정치인 배우자의 역할은 선거 때 더욱 빛이 납니다. 정치에 많이 참여한 인사의 이야기로는 사모님 중에 표를 가져오는 케이스와 표를 갉아먹는 경우가 있다고 말합니다. 지금 내년 총선을 준비하거나 3년 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정치인의 아내라면 자신이 도토리를 수집하듯이 표를 모아들이는 다람쥐인지, 스스로가 남편의 표를 갉아먹는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닐지 반성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유권자는 정치인을 보고 표를 결정하지만 해당 정치인 배우자의 움직임이 그들의 마음속 표심을 크게 흔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을 지금부터 마음에 새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청년정치인, 새로 출발하고자 하는 정치지망생들도 아내와 이 문제에 대해 심층 토론하고 주변지인의 아내에 대한 평가를 받아서 '예비후보'에 나설지 말지를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선거판은 나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의 200% 응원과 다수 유권자의 공감을 바탕으로 그 무대를 키워가는 오묘한 인생의 한판 승부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선거에서 당선되는 순간부터 당사자뿐만 아니라 배우자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200%이상 높아진다는 사실도 미리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지금 이야기는 배우자를 바꿔서 아내가 출마를 하고 남편이 외조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 방법과 형식으로 적용된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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