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석 칼럼] 두 가지 쌍팔(88)년도 이야기
이강석 | 입력 : 2023/05/18 [09:11]
어르신의 농담 중에는 ‘쌍팔년도 이야기’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주변의 지인과 대화중에 '88'년도 스토리라고 말하면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1988년 당시의 이야기인 줄 받아줍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쌍팔년도 이야기는 1988년 이전 1960년대부터 들어온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88올림픽이 열린 1988년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단기와 서기를 비교할 때 흔히 쓰는 방법은 2333+2023입니다. 그러니 올해는 단기로 4356년입니다. 어려서 시골집 우물가 시멘트 벽면에 '4297년 준공'이라는 글귀를 보았습니다. 서기로 계산하면 1964년입니다. 1965년에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으니 그 우물에 시멘트를 발라 위생적으로 설치하는 공사는 기억에 없습니다만 그 우물에서 맑은 물을 퍼서 마시고 샤워하고 밥을 지어 먹으면서 유년 시절을 보냈던 것입니다.
그러면 ‘쌍팔년도’는 언제를 말하는 것일까 생각해 봅니다. 단기 4288년이라고 합니다. 2333+1955이니 단기로 쌍팔년도는 서기로는 1955년입니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였고 3년 후인 1953년 7월 27일에 휴전하자 전쟁에 참여했던 젊은이들이 제대를 하여 귀가하고 전후 복구에 온 국민이 매달리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전쟁 후 폐허 속에서도 재건에 나서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습니다. 공직이나 사회생활에서 보면 1955년생이 많습니다. 이들 1955년생과 그 부모들이 힘들게 살았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훗날에 누군가가 지난날에 대하여 ‘나 때는’이라고 말하면 즉시 사람들은 ‘쌍팔년도 이야기’라고 대꾸, 대응을 하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공직이나 사회생활 중에 1955년 선배를 많이 만나는 이유는 6.25휴전 후에 출생신고를 몰아서 하였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도 동네 이장님이 한 해 늦추는 바람에 인생의 방향타가 크게 흔들린 바가 있기에 하는 말입니다. 이장님께서 제대로 출생신고를 했다면 필자는 1964년에 국민학교에 들어가고 중학교는 수원 정도, 고등학교는 서울의 어느 학교에 갔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 봅니다.
하지만 1965년 입학으로는 고향의 중학교, 경기, 인천, 서울로 학군을 나눈 상황에서 수원에 유학을 오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못한 핑계를 돌리려는 듯 보이겠습니다만 살아보니 인생은 자신의 의지보다는 사회적 영향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기에 하는 말입니다.
1958년도에 이르러 대한민국 출생아는 100만을 돌파했습니다. 오늘날 30만을 넘지 못하는 출생률로 국가적 걱정이 큰 상황입니다만 당시에는 인구정책은 산아제한이었습니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키우자!!! 하나씩만 나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인구학자들이 우리나라 인구감소를 걱정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나서도 7년 동안 가족계획 운동은 지속되었고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아침 일찍 조기 귀가하는 아빠들이 늘어났더랍니다. 지금은 상상이 안 되는 일이 벌어졌으니 1955년을 쌍팔년도, 단기 4288년이라 하는 것이고 우리는 젊은이식 88년도인 1988년을 기점으로 사회적 변화를 겪게 됩니다.
1988년 쌍팔년도는 우리사회 변화의 커다란 변곡점이었습니다. 노조활동이 활성화되고 국민이 존중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공직사회 공문서에서도 지시사항 말미에 ‘할 것’이라더니 ‘하시기 바랍니다’로 바뀌어서 처음에는 참으로 어색하였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운 현실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직 선배들, 최근에 만나는 도민회 어르신, 행정 동우회 선배님들은 요즘 사회상을 비판하면서 걱정을 하십니다. 우리 때 열심히 일했는데 요즘 후배 공무원들은 사명감이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아마도 4288년(1955년)의 88년도와 서울 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은 같은 쌍팔년도이지만 33년이라는 세월이 격차 이상으로 문화적인 다름이 존재하는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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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
23/05/19 [2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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